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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어도어 사태, 뭣이 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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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5월 2일에 문화연대 주관으로 열린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결론은, "성과 중심의 기형적인 케이팝 수익구조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였다.

 

참석자들은 "이게 이럴 일인가?" 반문하며,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감정싸움인데 언론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1200개가 넘는 깊이 없는 기사를 쏟아내며 문제를 더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강혜원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케이팝 전체 시장 관점에서 하이브 어도어 사태를 조명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케이팝 생태계의 실적주의, 확률형상품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감, 소비조장과 상품구매비용 증대 등에 대하여 아티스트, 팬, 엔터사 종사자 등을 모두 고려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SM엔터는 2000년 상장 당시 자산 95억원이었는데, 케이팝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2024년 현재 시가총액 1조 8천억원의 기업으로 성장... 이 과정에서 글로벌 자본 투입... 종합콘텐츠사업화... 앨범 발매와 동시에 각종 챌린지, 예능, 영상, 굿즈, 월드투어 등 2차 IP 수익 위주로 운영... 연속 소비가 가능한 코어팬덤을 구축... 이렇게 만들어진 팬더스트리는 팬활동을 위한 상품구매비용 증대를 불러...   -- 강혜원 교수

 

게임업계 망친 확률형 비즈니스모델 가요계로 도입, 결과는?

 

좋은 아이템을 뽑기 위해 돈을 내고 참여하는 확률형 비즈니스 모델은 게엄업계를 망치고 게임 이용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가요계에 적용한 것이 2차 IP 수익 위주의 전략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만나기 위해 팬미팅에 가려면 앨범을 불필요하게 많이 구매해야 하는 등의 왜곡된 상황을 만들었다. 

 

이른바 팬싸컷(팬사인회에 당첨될 수 있는 최소한의 앨범 구매수량을 의미)은 음악만 즐기는 팬을 경시하는 풍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포토카드를 목적으로 과도하게 구입한 앨범은 무료나눔의 대상이 되고, 그런 행위는 반환경적이라는 비판 뿐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기도 하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조직적 과소비를 부추기는 슈퍼 팬 개념, 헤비 팬덤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 자신도 알고 있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이를 부추기는 행태를 개선하지 않는 준대기업 하이브의 책임이 크다."고 하였다. 

 

바다 건너 오다가 변질된 '멀티레이블' 체제

 

특히 그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해외에서는 오랜 역사를 통해 확립된 음반 회사 산하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하이브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급속하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갈등"일 뿐 경영권 분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케이팝의 어두운 실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하였다. 

 

해외에서 멀티레이블은 각기 다른 장르의 음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각각의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종류의 음악을 독립적 경쟁적으로 운영하다보니 내부 경쟁과 '카피' 시비는 불가피한 것이다. 게다가 이런 경쟁은 팬들에게도 산업 종사자에게도 부담이 되었다.

 

케이팝 팬덤의 과소비를 부추기며 오프라인 음반 판매고를 높여 이윤을 창출하려는 행위가 케이팝 시장 전체에 과도한 부담... 과소비를 부주기는 경향... 업계를 선도하는 준대기업 하이브 책임이 더욱 큰 상황... (케이팝 전체적으로) 창작 및 제작과정이 촉박하게 이루어지고 있음... 촉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케이팝 노동자, 구성원에게 (카피 논란은) 허탈감을 안길 수 있다. --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그는 회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이야기를 과도한 언론 플레이와 흑색 선전, 비방으로 비화시키는 하이브 측에 책임을 물으면서, 공적 자리에서 과격한 언어를 사용한 민희진 대표의 자세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블랙박스 상태의 대형기획사, 비판 수용할 통로 필요

 

아이돌 기록작업을 하고 있는 이종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외래교수는 하이브-어도어 사태 이후 무수히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당사자 목소리를 담은 깊이 있는 보도는 없었다고 하면서,아이돌 자신을 포함하여 산업 당사자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아이돌 산업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긴 하지만... 극히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것 외에는 알 수 없다... 거기서 균열이 생긴다... 기획사 의존도가 높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 산업 주체의 경영철학도 약하고... 팬이 할 수 있는 일도 소비 외에는 없다... 팬에게 호소하는 감정적 소통방식과 편의적 가족주의 이미지도 문제이다... -- 이종임 교수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는 '블랙박스' 상태의 리스크 관리와 레이블 체재에 대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개적인 담론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케이팝 음악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음반 판매는 1위 스트리밍은 1661위, 뭥미????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케이팝의 문제를 구체적인 숫자로 뒷받침해주었다. 

 

그는 ‘IFPI(국제음반산업협회) 글로벌 앨범차트 2023’ 순위를 소개했다. 여기서 음반 판매 1위는 세븐틴, 2위는 스트레이 키즈다. 미국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하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5위라고 하니 케이팝 아이돌의 음반 판매량은 기록적이다. 실제로 음악을 듣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어떨까?

 

약 5억 명이 구독하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인 소프티파이에서 세븐틴의 순위는 1661위, 스트레이 키즈는 1220위이다. 이 격차는 음반 판매 1위를 찍어도 전혀 기사화되지 않는, 실질적 소비가 되지 않는 케이팝에 대한 불신의 근거이다.

 

이 격차를 낳은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하이브-어도어간 갈등이 문제가 아니다. 케이팝에 미래가 없다는 것이 이번 토론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