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트를 사랑해 한국에 정착한 일본인 가수 마리코와, 밴드 '곱창전골'의 리더로 30년 가까이 서울에서 활동해 온 사토 유키에가 함께 정규음반 《남산타워(Namsan Tower Lights)》를 내놓는다. 두 사람의 첫 합작 정규 1집으로, 60~70년대 그룹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15곡이 실렸다. 발매는 오는 8월이며, 지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제작 후원을 받고 있다.
트로트 순례자와 한국 록의 고고학자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면서도 한 점에서 만난다. 바로 '한국 음악'이다.
마리코의 출발점은 팬이었다. 트로트가 좋아 일본에서 한국가요 콘테스트에 나가기 시작했고, 2011년 전국대회를 거쳐 직접 한국으로 건너왔다. 2015년 KBS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산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듬해 1집 《사랑이랍니다》로 한국 CD 데뷔를 했다. 그 목소리에는 80년대 트로트 특유의 결이 있다. 꾸밈음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감정이 절제와 넘침 사이를 정확히 오간다. 일본인이기에 오히려 트로트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이 따라붙는다.
사토 유키에의 한국행은 우연에 가까웠다. 1995년, 서른두 살이던 그는 "가장 싸게 갈 수 있는 해외"가 한국이라는 이유로 서울을 찾았다. 그러다 들른 음반 가게에서 신중현과 엽전들의 LP를 손에 쥔 뒤 인생이 달라졌다. "우리에게는 신중현과 산울림이 비틀스"라는 말은 이후 30년을 압축한다. 한국 록을 제대로 파고들려고 그는 일본인만으로 밴드를 꾸렸다. 이름은 '곱창전골'. 아직 먹어 보지도 못한 음식이지만 맛있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1999년 한국 최초의 일본인 록 그룹으로 데뷔한 곱창전골은 홍대 인디신의 한 축이 됐고, 유키에는 오토모 요시히데·다모 스즈키 같은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한일 음악 교류의 최전선에 서 왔다. 2021년에는 《일본 LP 명반 가이드북》을 한국에서 펴내기도 했다.
관광객이 아니라, 서울이 집이 된 사람들의 노래
《남산타워》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살아가는 두 일본인의 '서울 생활기'다. 관광객의 시선이 아니라 이미 서울이 집이 된 사람들의 시선이 담겼다. 두 사람에게 남산타워는 일부러 찾아가는 명소가 아니라 매일 올려다보는 동네 랜드마크다.
그래서 음반에는 함께 살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유머가 있고, 그 사이사이 진지한 순간이 끼어든다. 요절한 친구에게 바치는 선율, 고향이 어디인지 모르겠는 감각, 오래된 부부가 부르는 사랑 노래 같은 것들이다. 한국어 10곡과 일본어 5곡, 모두 15곡이 실렸는데, 같은 곡의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을 나란히 놓은 구성이 눈에 띈다.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각각의 언어로 다시 부른 재해석에 가깝다.
흉내가 아니라 몸에 밴 소리
이 음반의 핵심은 사운드다. 60~70년대 음악을 자료로 접한 세대와 그 시절을 직접 통과한 세대의 연주는 다르다. 마리코와 유키에는 그 시대의 그룹 사운드를 수십 년에 걸쳐 몸으로 익혔고, 그래서 《남산타워》의 소리에는 설계가 아니라 습관이 배어 있다. 복고를 의도해 꾸민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지금 여기서 자연스럽게 꺼내놓은 소리라는 뜻이다.
기타·베이스·드럼이 한 덩어리로 밀고 나오는 그룹 사운드의 두께, 그 시절 특유의 따뜻하고 거친 음색, 밴드 전체가 한 호흡으로 가는 그루브. 요즘 음반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질감이다. 2026년에 녹음했지만 2026년의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한일 문화 교류의 '역방향'
《남산타워》가 흥미로운 지점은 교류의 방향이다. 그동안 한일 음악 교류는 주로 한국 음악의 일본 진출이나 일본 대중문화의 국내 소개로 이야기돼 왔다. 이 음반은 일본인 두 사람이 서울에서 한국 음악을 흡수해 자신들의 소리로 되돌려 놓은 결과물이다. 기획 회의에서 나온 콘셉트가 아니라 두 사람의 생활에서 그대로 흘러나온 곡들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타이틀곡 「남산타워」와 발매 일정
타이틀곡 「남산타워」에는 뮤직비디오가 함께 제작됐다. 쇼와 시대 버라이어티 쇼와 빈티지 필름의 톤을 빌려 음반의 분위기를 영상으로 옮겼다.
음반은 CD(주얼 케이스)와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되며, 한·일 가사와 Thanks To를 담은 12쪽 부클릿이 포함된다. 제작 수량은 500장 한정이다. 발매 기념공연은 오는 9월 6일 서울 스페이스 한강에서 후원자 초청으로 열린다. 제작 후원은 텀블벅(tumblbug.com/marikoandyukie)에서 진행 중이며, 후원이 모이면 녹음과 마스터링을 거친 음반이 8월 세상에 나온다.
음반은 사토 유키에가 프로듀스했고, 녹음은 보헤미안 스튜디오(곽우영), 믹싱은 스튜디오 놀(황경하), 마스터링은 오브라이트 마스터링 스튜디오(하시모토 요에이)가 맡았다. 아트워크와 디자인은 Nao(Studio Vamp)가 작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