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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13팀 음악가들의 7시간의 노래… 장관은 '풍천리 공사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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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지기 전에 풍천리」 폭염 속 릴레이 공연, 음악가 13팀이 무대에

8월 5일 주민들을 만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현실적으로 공사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에서 일곱 시간 동안 노래가 이어진 지 나흘 만이었다. 강원 홍천 풍천리 잣나무숲을 지키겠다며 2019년부터 버텨온 주민들이 기다려온 답이었다. 그 자리에서 주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 1일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에서는 「베어지기 전에 풍천리」 릴레이 공연이 열렸다. 음악가 13팀이 팀당 30분씩 무대에 올랐다.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로 숲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그 숲과 주민들 곁에 서겠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1936년에 심은 나무들

 

강원도 홍천 가리산 자락에는 1,800헥타르 규모의 잣나무숲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마을 숲에 심은 나무들이 자라 국내 최대 잣나무숲이 됐다. 산림청은 이곳을 '100대 명품숲'으로 꼽았고,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숲은 주민들의 생계이기도 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일대는 국내 잣 생산량의 60~70%를 담당한다. 밭도 논도 넉넉하지 않은 마을에서 주민 열에 일곱은 이 숲이 떨어뜨린 잣을 주워 한 해를 난다. 수달과 삵, 하늘다람쥐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념물의 서식지로도 보고돼 왔다. 주민들은 산양과 까막딱다구리를 목격했다고 증언한다.

 

 

프레시안은 지난 5월 사업이 그대로 진행되면 마을의 70%가 물에 잠기고 잣나무 11만 1,999그루가 벌목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11만 2천 그루가 베어지거나 훼손될 것으로 전했다. 여성신문은 51가구가 수몰된다고 보도했다.

 

 

 

600MW, 84개월, 그리고 이미 시작된 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는 홍천 양수발전소는 300MW 2기, 총 600MW 규모다. 사업면적은 1,530천㎡, 공사 기간은 착공 후 84개월이다. 양수발전은 전력이 남는 시간에 물을 위쪽 저수지로 끌어올렸다가 필요할 때 아래로 흘려보내 발전하는 방식이다. 위아래 두 개의 저수지와 이를 잇는 수로가 있어야 한다. 그것들을 지으려면 도로부터 새로 내야 한다.

 

그 자리에 숲이 있다.

 

 

절차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 한수원 공개 자료 기준으로 2021년 5월 우선사업자가 선정됐고, 2022년 2월 공공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2023년 9월 예정구역이 고시됐고, 2025년 8월 29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실시계획을 승인·고시했다. 같은 해 12월 공사계획 인가가 났고, 본공사는 올해 1월 착공 단계로 표시돼 있다. 준공 예정은 2032년 12월이다. 시공은 대우건설 공동수급체가 6,155억원에 낙찰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벌목도 이미 시작됐다. 뉴시스는 2024년 10월 56번 국도 이설도로 개설공사와 관련해 도로공사 면적 10.96헥타르, 잣나무 2,256본이 수의 매각됐다고 보도했다. 산업부 승인이 나기 전이었다.

 

장관이 말한 "현실적으로"라는 단서는 이 지점을 가리킨다.

 

698차 결의대회, 그리고 벌금 1,800만원

 

주민들은 2019년부터 반대해 왔다. 8년째다. 평균 연령은 일흔. 프레시안은 지난 5월 기준 결의대회가 698차에 이르렀고 주민 95%가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예순에서 여든 사이 주민들이 매주 팻말을 들었다. 무더위에도 한파에도 거르지 않았다.

 

 

 

돌아온 것은 벌금과 재판이었다. 2024년 7월 홍천군청 2층에서 농성하던 주민들이 퇴거불응 혐의로 연행됐다. 연행 인원은 강원일보가 7명, 연합뉴스가 8명으로 달리 보도했다. 그해 말에는 주민들에게 총 1,800만원의 벌금 약식명령이 내려졌고, 반대위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주민 박시현(83) 씨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뭐, 양수댐이 좋다고? 댐에서 배 타고 고기잡으라고? 양수댐 보기도 전에 우린 다 죽는다"고 말했다. 주민 이창후 씨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양수발전소 반대는 투쟁이라기보다 몸부림이에요. 생계를 지키려는 몸부림"이라고 했다.

 

그 오랜 집회에는 늘 음악이 있었다. 전국의 음악가들이 홍천으로 찾아와 노래했다. 이번 청와대 앞 공연은 그렇게 쌓인 시간이 서울로 옮겨 온 자리였다.

 

베어지기 전에 풍천리 — 청와대 앞 공연 개최 후원

 

무대에 선 사람들이 무대를 만들었다

 

공연은 무페이 연대 형식으로 준비됐다. 출연료는 없었다.

 

섭외도 음악가들이 했다. 기획 회의 기록에 따르면 자이와 장현호, 곽민이 동료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황경하가 전체 기획을 맡았다. 이준용 감독이 영상과 사진을 맡았고, 행사 주최 책임은 박성율 목사가 졌다. 박 목사는 풍천리 현지에서 반대 활동을 이어온 인물로,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이나 주민을 위한 개발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자이와 장현호, 그리고 황경하는 섭외와 기획을 맡은 당사자이기도 했다. 부르는 사람과 불려온 사람이 따로 있지 않았다.

 

기획팀은 이 공연을 1회성으로 보지 않았다. 회의 기록에는 이후 홍천군청과 한전 인근으로 행동을 이어가는 방안이 함께 적혀 있다.

 

폭염 재난문자 속 일곱 시간

 

공연 당일 무대는 음향 장비를 실은 트럭이었다. 전력은 차량 전기로 댔고 객석에는 천막 하나 없었다. 휴대전화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폭염 재난문자가 연달아 울렸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모였다. 풍천리 주민들은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고 지리산과 원주와 인제에서도 시민들이 왔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공항에서 곧장 공연장으로 온 사람도 있었다. 제주에서는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오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대책위 이창후 총무는 이날 "이 더위는 오히려 덥게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견뎌온 시간에 비하면 이날 폭염은 견딜 만하다는 말이었다.

 

무대 옆에서는 강원녹색당이 부스를 열어 풍천리를 담은 티셔츠를 팔고 흰 티셔츠를 가져온 이들에게 실크스크린을 찍어줬다.

 

"숲의 나무들이 분노하는 소리 같다"

 

첫 무대는 물장구클럽이 열었다. 전쟁 반대 메시지가 새겨진 붉은 티셔츠 차림이었다. 흥겨운 리듬에 맞춘 능숙한 춤사위로 연령이 높은 연대인들의 마음도 들었다가 놓는 멋진 무대였다.

 

「베어지기 전에 풍천리」 청와대 앞 공연 현장 (사진 권동희 작가)

 

이어 오른 강민정은 집회와 문화제가 있을 때마다 풍천리를 찾아온 음악가다. 숲에서 나무와 함께 호흡했던 시간을 노래했다. "눈을 감으면 난 느낄 수 있어, 너의 소중한 꿈들."

 

경하와 세민과 멍구와 흑염소는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의 삶을 담은 노래를 불렀다. 오랜 시간 국가폭력에 저항해 온 상인들의 이야기였다.

 

세월호 참사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비롯해 십여 년간 여러 현장에서 노래해 온 장현호는 '언제나 전부'를 불렀다. "그대 폭풍 속을 걷고 있을 때, 그대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아나자오는 도시 청년의 노래를, 강상석은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뜨거운 숙명이 되자는 노래를 불렀다. 김민정(알마즈)의 발라드와 재즈 보컬 자이의 무대가 뙤약볕에 지친 이들을 달랬다.

 

무대에 오른 것은 음악가만이 아니었다. 마을 주민 서도화 씨가 올라 '남촌에 살리라'를 불렀다. 평소 '풍천리에 살리라'로 바꾸어 부르던 노래였다.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졌다. 이어 남수가 무대에 올랐다. 그 무렵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경찰이 하나둘 철수한 뒤에도 공연은 이어졌다. 종이코트에 이어 풍천리 주제곡 '우리가 나무다'를 만든 하늘소년이 뒤를 이었다. 삼각전파사는 청와대 앞에서 영국 민요를 편곡하고 재구성하여 "Blue house of rising sun"을 불렀다.

 

마지막은 치핵이었다. 그라인드 코어였다. 거친 기타와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청와대 앞을 메웠다. 경찰들도 덩달아 긴장했지만, 연대인들은 신이 났다.

 

관람료도 예매도 없었던 일곱 시간이 그렇게 지났다. 마지막에는 '양수발전소 백지화하라'가 적힌 붉은 조끼를 입은 주민들과 끝까지 남은 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베어지기 전에 풍천리」 청와대 앞 공연 현장 (사진 권동희 작가)

 

남은 것

 

공연은 8월 5일을 앞두고 열렸다. 환경부가 이날 풍천리 양수발전소 사업을 두고 정부 입장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는 분기점이었다. 돌아온 답은 공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덟 해를 기다린 답이었다.

 

공연은 하루로 끝났지만 숲은 아직 남아 있다. 벌목도 아직 남아 있다.

 

공연 개최 비용을 모으는 후원은 8월 15일까지 이어진다. 모금과 정산은 씨앗페가 맡았다. 음향, 무대, 악기 운반과 인력, 생수와 의자, 현수막과 깃발에 비용이 들었다. 목표를 넘는 금액은 홍천 현장의 후속 행동과 기록 영상, 주민 지원에 쓰인다. 후원은 씨앗페 펀딩 페이지(saf2026.com/funding/pungcheonri)에서 할 수 있다.

 

1936년에 심은 나무가 지금 키에 이르기까지 90년이 걸렸다. 풍천리에 남은 시간은 그보다 짧다.

 

사진 = 권동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