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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헤비 뮤직의 정면 충돌, ABYSS MASS FEST 2026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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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서울 마포 클럽 샤프, 한국과 일본의 둠·슬러지·노이즈 8팀 집결

ABYSS MASS FEST 2026 포스터 (콘셉트 아트: 리오나도 카르도소)

 

Sabbaha(사바하)와 Nahua(나후아)가 오는 9월 5일 토요일 서울 마포구 클럽 샤프에서 한일 헤비 뮤직 페스티벌 'ABYSS MASS FEST 2026'을 공동 주최한다. 둠, 슬러지, 스토너, 드론, 노이즈. 가장 무겁고 거친 소리를 한 공간에 모은다. 한국과 일본의 헤비 사운드 씬이 직접 대면하는 자리다. 일본에서 두 팀, 한국에서 여섯 팀, 총 8팀이 여섯 시간 넘게 무대를 채운다.

 

국내에서 이 계열의 음악은 개별 공연 단위로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밴드가 같은 무대에 하루 종일 늘어서는 형태로 묶인 적은 드물었다. 두 나라의 언더그라운드는 오랫동안 같은 뿌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무거워져 왔다. 이번 공연은 그 두 갈래가 실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확인하는 첫 자리에 가깝다.

 

가장 무거운 소리들의 계보

 

이날 무대에 오르는 음악은 흔히 '익스트림'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지지만 계보는 각각 뚜렷하다. 둠 메탈은 1970년대 초 블랙 사바스의 어둡고 느린 리프에서 갈라져 나온 장르로, 속도 대신 무게와 밀도로 승부한다. 슬러지는 그 둠에 하드코어 펑크의 공격성과 거친 질감을 끼얹은 음악이다. 스토너는 퍼즈 이펙터의 두툼한 음색과 사이키델릭한 그루브를 앞세운다. 드론은 곡의 구조 자체를 해체해 하나의 지속음이 만들어내는 진동에 청자를 잠기게 한다. 노이즈는 음정과 리듬의 바깥에서 소리 그 자체의 물리적 충격을 다룬다.

 

갈래는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분명하다. 스피커 앞에 서 있는 몸으로 직접 겪어야 하는 음악이다. ABYSS MASS FEST는 이 다섯 갈래를 한 공연장에서 연달아 통과하도록 짠 라인업이다.

 

오사카에서 온 헤드라이너, Birushanah

 

일본 오사카의 헤드라이너 Birushanah(비루샤나)

▲ 일본 오사카의 헤드라이너 Birushanah(비루샤나). (사진=밴드 공식 밴드캠프)

 

헤드라이너는 오사카의 Birushanah(비루샤나)다. 2002년 결성 이후 20년 넘게 일본 익스트림 음악 씬의 최전선을 지켜온 밴드다. 중심에는 전설적인 슬러지 밴드 Corrupted에서 연주한 이력이 있는 베이시스트 소교(Sougyo)가 있다. Neurosis, Swans, Zeni Geva 같은 이름이 영향으로 거론되지만 Birushanah의 소리는 어느 쪽으로도 환원되지 않는다. 인더스트리얼의 중량감, 묵직한 저음 리프 위에 일본 전통 음계와 금속 타악기를 얹어 서구 헤비 뮤직의 문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파괴적인 음장을 만들어낸다.

 

네 장의 정규 앨범과 다수의 스플릿을 거쳐 지난해 말에는 신보 '葎(Mugula)'를 발표하며 여전히 진화 중인 사운드를 증명했다. 가장 어둡고 원초적인 형태의 익스트림 메탈을 찾는 청자라면 놓치기 어려운 무대다.

 

하쉬 노이즈의 직격, GOD slave the destroy

 

일본에서 함께 오는 GOD slave the destroy(갓 슬레이브 더 디스트로이)는 후쿠오카의 노이즈 앙상블이다. 몽환적인 인더스트리얼 노이즈 밴드 alleswitz의 멤버들이 꾸린 컴팩트한 편성으로, 정면으로 내리꽂는 하쉬 노이즈를 들고 서울에 온다. 밴드 편성의 헤비 뮤직과 노이즈 퍼포먼스가 한 무대에서 교차하는 순간은 이번 페스티벌의 성격을 한눈에 보여줄 대목이다.

 

주최자이자 출연자, Sabbaha와 Nahua

 

둠·드론 실험음악가 Sabbaha(사바하)

▲ 둠·드론 실험음악가 Sabbaha(사바하). (사진=주최 측 제공)

 

공동 주최자인 Sabbaha(사바하)는 2013년부터 이 이름으로 활동해 온 한국의 둠·드론 실험음악가다. 유령 같은 무대 페르소나와 불교 염불을 드론 메탈 안으로 끌어들인 작업으로 국내 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위치를 만들어 왔다.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 일렉트릭 위저드(Electric Wizard)와 나팜 데스(Napalm Death)를 음악적 출발점으로 꼽은 데서 드러나듯, 그의 음악은 둠의 무게와 익스트림 음악의 에너지를 제의(祭儀)적인 형식 안에 녹여낸다.

 

함께 공연을 주최하는 Nahua(나후아)는 서울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멕시코-한국 밴드다. 자기 음악을 '톨텍 둠(Toltec Doom)'이라 부른다. 신전 피라미드와 자연의 정령, 아스텍 신화 속 이원(二元)의 창조신 오메테오틀(Ometeotl)의 세계관을 둠 메탈의 무게 위에 얹는다. 멕시코 고대 문명의 심상과 서울 언더그라운드의 소리가 겹쳐지는 독특한 정체성을 이번 라인업에 더한다.

 

서울과 인천의 헤비 언더그라운드

 

한국 라인업은 현재 수도권 헤비 언더그라운드의 단면도라 할 만하다.

 

서울의 4인조 Varim(바림)

▲ 서울의 4인조 Varim(바림). (사진=밴드 공식 밴드캠프)

 

Varim(바림)은 2020년 팬데믹 한복판에 결성된 서울의 4인조다. 특정 리드 보컬 없이 멤버들이 번갈아 노래한다. 자체 스튜디오 '둠 살룬(Doom Saloon)'에서는 샘플 없이 실제 드럼과 앰프만으로 녹음하는 DIY 원칙을 고수한다. 퍼즈, 스토너, 둠, 슬러지, 사이키델릭을 오가는 사운드를 두고 외신은 이들을 "한국 씬에 둠을 가져온 밴드"로 소개했다.

 

Peju(파주)는 서울의 데저트·스토너 록 밴드다. 사막처럼 건조하고 광활한 리프 위에 우주적인 심상을 얹는다. 역시 둠 살룬에서 한 라이브 녹음으로 그 현장성을 기록해 왔다.

 

Lucy Valentine(루시 발렌타인)은 미국 출신으로 서울에 정착한 기타리스트 젠(Jenn)이 이끄는 고딕 슈게이즈 프로젝트다. 슬로다이브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에서 출발한 감성을 겹겹이 쌓은 이펙트 페달로 증폭시켜 "몸보다 커지는 느낌"의 음벽을 만든다. 이번 라인업에서 가장 몽환적인 색을 맡는 팀이다.

 

K-Supermotel(K슈퍼모텔)은 인천을 근거지로 디지털 하드코어와 그라인드를 뒤섞는 익스트림 전자음악 프로젝트다. 밴드 사운드 중심의 라인업 안에서 전자음의 폭력성이라는 또 다른 축을 담당한다.

 

여기에 주최자 Sabbaha와 Nahua까지,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섯 팀이 각자 다른 각도에서 '무거움'을 해석한다.

 

망원동 지하, 클럽 샤프

 

공연장인 클럽 샤프는 홍대 인근의 소규모 공연장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던 시기에 망원동 지하에 문을 연 공간이다. 펑크 록 공연장으로 출발해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다양한 장르의 밴드와 예술가들을 품어 왔다. 서울 언더그라운드의 현재를 상징하는 공간 중 하나에서 한일 헤비 씬이 마주 서는 셈이다.

 

"소리가 실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확인하는 자리"

 

주최 측은 "장르를 설명하거나 씬을 진단하려는 공연이 아니다"라며 "같은 방향으로 무거워져 온 두 나라의 밴드를 한자리에 세워 놓고, 그 소리가 실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확인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서울 인디 뮤직 페스타(SIMf)가 운영하는 '잔다리 라이브 투어' 사업의 후원을 받아 열린다. 잔다리 라이브 투어는 마포구에서 이루어지는 기획 공연을 돕는 사업으로, 기존에 시도되기 어려웠던 형식과 장르의 공연을 우선 지원한다. ABYSS MASS FEST 2026은 2026년 선정작으로, 지원금의 절반 이상이 참여 아티스트 개런티로 지급된다.

 

포스터와 콘셉트 아트는 아티스트 리오나도 카르도소가 맡았다. 무저갱(無底坑)으로 초대하는 손을 그린 작업으로, 공연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압축했다.

 

티켓은 예매 5만 원, 현장 6만 원이다.

 

공연 개요

 

  • 공연명: ABYSS MASS FEST 2026
  • 일시: 2026년 9월 5일 (토) 오후 4시 (입장 오후 3시 30분)
  • 장소: 클럽 샤프 (서울 마포구 망원동 384-23 지하 1층)
  • 라인업: Birushanah(비루샤나, JP), GOD slave the destroy(갓 슬레이브 더 디스트로이, JP), Sabbaha(사바하), Nahua(나후아), Peju(파주), Varim(바림), Lucy Valentine(루시 발렌타인), K-Supermotel(K슈퍼모텔)
  • 티켓: 예매 50,000원 / 현장 60,000원
  • 주최: Sabbaha, Nahua
  • 후원: 서울 인디 뮤직 페스타 잔다리 라이브 투어
  • 콘셉트 아트: 리오나도 카르도소
  • 문의: 최희철 / 010-2570-2198 / sabbaha.doo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