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타워는 서울에서 가장 많이 찍히고 가장 적게 노래된 건물이다. 1969년에 첫 삽을 뜨고 1975년에 준공된 이 236.7미터짜리 송신탑은 엽서와 프로필 사진의 배경으로는 수십 년째 성실히 복무했다. 그러나 그 탑을 정면으로 불러 세운 노래는 없다시피 했다. 너무 뻔해서였을 텐데, 서울 사람에게 남산타워는 명소라기보다 그냥 늘 거기 있는 것이니까. 그 뻔한 것을 정색하고 노래로 만든 사람들이 일본인 뮤지션들이라는 사실이, 이 음반의 첫 번째 농담이자 마지막 논점이다. 마리코 & 유키에의 정규 1집 《남산타워》가 9월 4일 나왔다. 한국어 열 곡, 일본어 다섯 곡, 모두 열다섯 곡이다. CD는 500장 한정이고 한국어와 일본어 가사를 나란히 앉힌 12쪽 부클릿이 들어간다. 두 사람이 듀오로 함께 선 지 여덟 해 만에 내는 첫 정규작이다. 이 음반을 두고 할 수 있는 가장 게으른 소개는 "한류의 역방향"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음반의 진짜 사건은 국적이 아니라 시대에 있다. 2026년에 나온 이 신보는 복각도 샘플링도 아니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1960~70년대의 문법으로 쓰였다. 얇으면 얇은 대로 갔다 타이틀곡 「남산타워」부터 보자. 이 곡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문국주)가 주관하는 '2026 민주화운동기념공원 합동추모제'가 오는 9월 12일 오전 11시 경기도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 민주광장에서 열린다. 개원 10주년 맞아 64명 열사 함께 기려 합동추모제는 올해로 5회째다.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 안장된 민주열사 64명을 함께 기리고 이들이 남긴 민주주의의 뜻을 잇자는 취지로 마련한 자리다. 올해는 공원이 문을 연 지 10년 되는 해다. 유가족과 민주화운동·추모단체 관계자, 정관계 인사와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열사들을 추모하고 지난 10년을 되새긴다. 추모제에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김윤 국회의원, 조주환 이천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조순덕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의장,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 위원 등이 함께한다. 추모사는 문국주 사업회 이사장과 권오을 장관, 김윤 의원이 맡고 답사는 강민조 유가족 대표(강경대 열사 부친)가 전한다. 문국주 신임 이사장의 첫 공식 추모행사 문국주 신임 이사장은 9월 8일 취임했다. 이번 추모제는 문 이사장이 취임 직후 유가족과 민주화운동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는 첫 공식 추모행사다. 문 이사장은 이날 유가족과 주요 내빈들과 함께 헌화·분
그라인드코어 밴드 화(HWA)가 오는 21일 데뷔 EP 'HWA'를 발매한다. 8곡, 총 10분 30초. 멜론과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들을 수 있다. 10분 30초라는 숫자가 낯설다면, 그것이 그라인드코어라는 장르의 문법이다. 가장 짧은 곡 'Letter to Jane Doe'는 53초, 가장 긴 곡 'Decomposition'이 2분 6초다. 이 장르는 하드코어 펑크와 익스트림 메탈이 충돌하며 태어났다. 곡의 길이를 극단까지 깎아내고 그 안에 최대치의 밀도를 눌러 담는다. 그러나 화(HWA)의 EP는 짧고 빠르다는 장르의 관습 위에, 이 씬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것을 얹는다. 아름답고 감성적인 멜로디다. 곱창(GobChang)의 드러머가 세운 새 프로젝트 ▲ 라이브 무대의 화(HWA). (사진=정우택) 화(HWA)는 2024년 드러머 GopChang과 기타·베이스의 OCheolWang이 결성했다. GopChang은 서울의 노이즈그라인드 밴드 곱창(GobChang)의 드러머로 국내 그라인드코어 씬에서 활동을 이어 온 인물이다. 2025년에는 보컬 JK가 합류해 3인조 라인업이 완성됐다. JK는 이번 EP의 가사 전체와 커버 아트워크
뉴스아트 편집부 | 국내 최정상급 마스터링 엔지니어 이재수 감독의 프로덕션 레이블 ‘리버맨 뮤직(Riverman Music)’이 새로운 기획 앨범 'soundscape_mindscape 1'를 오는 10월 19일 CD, 카세트테이프,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스튜디오의 방음벽을 허물고 서울과 속초, 그리고 제주의 특정 공간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곳의 울림과 숨결 자체를 음악의 핵심 요소로 삼은 야심 찬 음향적 탐험이다. 리버맨 뮤직은 이재수 프로듀서가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넘어, 음악의 기획부터 녹음 방식, 최종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뚜렷한 음악 철학을 담아내는 프로덕션 레이블이다. 이번 앨범은 스튜디오라는 통제된 환경을 벗어나 대한민국 곳곳의 비범한 공간이 품은 소리를 음악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야심 찬 프로젝트로, 리버맨 뮤직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앨범의 기획은 24년 전, 이재수 프로듀서가 포크의 거장 김두수의 4집 <자유혼> 앨범을 녹음하던 시절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당시 스튜디오가 아닌 텅 빈 공간에서 단 두 개의 마이크로 포착했던 소리의 생생함과 공간 자체가 지닌 독특한 울림은 그에게 깊
8월 5일 주민들을 만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현실적으로 공사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에서 일곱 시간 동안 노래가 이어진 지 나흘 만이었다. 강원 홍천 풍천리 잣나무숲을 지키겠다며 2019년부터 버텨온 주민들이 기다려온 답이었다. 그 자리에서 주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 1일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에서는 「베어지기 전에 풍천리」 릴레이 공연이 열렸다. 음악가 13팀이 팀당 30분씩 무대에 올랐다.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로 숲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그 숲과 주민들 곁에 서겠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1936년에 심은 나무들 강원도 홍천 가리산 자락에는 1,800헥타르 규모의 잣나무숲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마을 숲에 심은 나무들이 자라 국내 최대 잣나무숲이 됐다. 산림청은 이곳을 '100대 명품숲'으로 꼽았고,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숲은 주민들의 생계이기도 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일대는 국내 잣 생산량의 60~70%를 담당한다. 밭도 논도 넉넉하지 않은 마을에서 주민 열에 일곱은 이 숲이 떨어뜨린 잣을 주워 한 해를 난다. 수달과 삵, 하늘다람쥐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
뉴스아트 편집부 | R&B 싱어송라이터 Shiny(시니)가 신곡 '너에게 전해'를 17일 오후 6시 각 음원 플랫폼을 통해 공개했다. 청량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너에게 전해'는 이별을 겪은 뒤 남겨진 사람의 시간을 다룬 곡이다. 곡의 화자는 관계가 끝났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과 화해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먼지가 쌓인 상자, 그 안에서 발견한 편지, 서서히 옅어지는 향기, 아직 두 사람이 함께 담겨 있는 사진 같은 사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감정을 대신 진술한다. 감정을 직접 호소하기보다 남겨진 물건을 매개로 상실을 서술하는 방식은 이별을 소재로 한 국내 R&B 계열 발라드에서 자주 활용되는 화법이지만, 이 곡은 그 사물들을 '보내기 위한 절차'로 배치한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미련을 이기고 싶다는 진술과 상대가 다른 계절에라도 남아 있어 달라는 진술이 한 곡 안에 공존하는데, 이 모순이 곡의 정서적 중심을 이룬다. 제목이자 후렴의 마지막 구절인 '너에게 전해'는 곡 전반에 걸쳐 반복되며, 후반부에서는 앞서 등장했던 구절들이 짧은 코러스 형태로 다시 흩어져 배치된다. 편지의 조각들이 흩날리듯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낡은 은행 건물 안쪽 벽. 반세기 가까이 가벽 뒤에 숨어 있던 테라코타 부조 두 점이 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건물은 올봄 새 주인을 맞았고, 철거는 이르면 2~3개월 안에 시작된다. 행정에 보존을 청원하는 목소리는 이미 1만 명을 넘어섰지만, 행정의 시간은 철거의 시간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먼저 지갑을 열기로 했다. 흙을 빚던 노동자 청년들 1973년,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구의동 지점 객장 양쪽 벽에 마주 보는 부조 두 점이 들어섰다. 한쪽 벽에는 사람의 형상이, 맞은편 벽에는 새의 등을 표현한 추상 문양이 새겨졌다. 흙을 구워 빚은 이 작업을 한 이는 오윤·오경환·윤광주, 세 청년이었다. 오윤은 이 작업에 앞서 1971년 삼각지 지점 부조에 참여했고, 곧이어 입대했다. 위장병이 악화돼 이듬해 조기 제대한 그는 동료들이 이어가던 부조 작업에 다시 합류해 구의동 지점을 함께 완성했다. 이들은 부조를 굽기 위해 경주와 일산에 전돌 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흙과 씨름했고, 신라 고분과 와당의 고졸한 미감을 손끝으로 익혔다. 이듬해에는 동대문 지점 부조로 작업이 이어졌다. 노동자였던 청년들이, 노동자들이 매일 드나드는 은행 객
뉴스아트 편집부 | 홍대 앞과 합정동 일대의 문화 지형도에서 ‘지하(地下)’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었다. 주류 제도의 바깥, 자본의 논리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피어나는 전위(Avant-garde)와 실험의 영토였다. 그 중심에서 오랫동안 한국 실험예술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요기가 표현갤러리’가 긴 잠행을 깨고 지상으로 올라온다. ‘요기가’의 수장 이한주 대표는 오는 2026년 7월 12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 ‘요기가갤러리(YOGIGA Gallery)’를 정식 재개관한다고 밝혔다. 꽉 막힌 지하를 벗어나 따스한 햇살이 드는 건물 2층에 새 둥지를 튼 것이다. 주변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다 만 것 같은 아쉬움에 자꾸만 미련이 남아 결국 다시 문을 연다”는 그의 일성은, 젠트리피케이션과 상업화로 퇴색해 가는 홍대 권역의 대안 문화 생태계에 다시 한번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1. 세 갈래의 실험: 섬바디, 갤러리, 그리고 아트숍 새로운 ‘요기가갤러리’는 단순한 화이트 큐브(White Cube)식 전시 공간을 지향하지 않는다. 공간은 크게 세 가지 유기적인 서사로 쪼개져 운영된다. 요기가 섬바디갤러리 (한 작가의 아카이브 기획전시) 한
트로트를 사랑해 한국에 정착한 일본인 가수 마리코와, 밴드 '곱창전골'의 리더로 30년 가까이 서울에서 활동해 온 사토 유키에가 함께 정규음반 《남산타워(Namsan Tower Lights)》를 내놓는다. 두 사람의 첫 합작 정규 1집으로, 60~70년대 그룹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15곡이 실렸다. 발매는 오는 8월이며, 지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제작 후원을 받고 있다. 트로트 순례자와 한국 록의 고고학자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면서도 한 점에서 만난다. 바로 '한국 음악'이다. 마리코의 출발점은 팬이었다. 트로트가 좋아 일본에서 한국가요 콘테스트에 나가기 시작했고, 2011년 전국대회를 거쳐 직접 한국으로 건너왔다. 2015년 KBS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산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듬해 1집 《사랑이랍니다》로 한국 CD 데뷔를 했다. 그 목소리에는 80년대 트로트 특유의 결이 있다. 꾸밈음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감정이 절제와 넘침 사이를 정확히 오간다. 일본인이기에 오히려 트로트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이 따라붙는다. 사토 유키에의 한국행은 우연에 가까웠다. 1995년, 서른두 살이던 그는 "가장 싸게 갈 수 있는 해외"가
퀴어 싱어송라이터 남자애(Child B)가 신곡 ‘그냥 죽자’를 오는 5월 22일 정식 발매한다. 남자애(Child B)는 2022년 첫 EP를 통해 「입술들(Lip & Lips)」, 「동그라미(The Circle)」, 「선(Borderline)」, 「대니(DENY)」, 「그는 어쩌다가 게이가 되었을까(Find the reason why he became gay)」 등의 곡을 선보이며 한국 인디 신에 등장했다. 2023년에는 앨범 〈행복은 X와 X의 손을 맞잡음으로써 탄생하는〉의 수록곡 「해방(X'S LIBERATION JOURNALS)」, 「친애하는 우리에게(DEAR.X)」 등을 잇따라 공개하며 자신만의 색채를 확립했고, 2024년 9월에는 여름의 사랑을 몽환적으로 그려낸 싱글 「하란(Eternal Summer Spark)」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Rhye와 The Flaming Lips의 영향이 묻어나는 진한 색채의 사운드 디자인, 몽환적이면서도 경쾌한 일렉트로닉 텍스처, 그리고 성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과 보편적 사랑의 감정을 동시에 노래하는 시선은 그를 한국 인디 신에서 보기 드문 목소리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번 ‘그냥 죽자’는 그의 앞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