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 이왕준 조직위원장 | 지난 9월 24일 막을 내린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주요 행사인 '국창열전 완창판소리'는 전주동헌에서 닷새 동안 매일 개최되었다. 판소리의 다섯 유파를 대표하는 다섯 분의 원로 국창(김일구, 김수연, 정순임, 신영희, 조상현)이 제자들과 함께 완창 판소리를 선보였다. 평균 나이 81세의 국창 다섯 분을 한 자리에 모시기까지 삼고초려의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뉴스아트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이왕준 조직위원장이 직접 쓴 완창판소리 직관기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국창열전 완창판소리 5바탕의 첫 무대는 박봉술제 적벽가를 김일구 명창과 그 아드님인 김도현 명창이 나누어 완창을 했습니다. 김일구 명창의 소리에는 이태백 고수가, 김도현 명창이 부를 때는 강길원 고수가 북을 잡았지요. 정확히 3시에 시작해서 휴식시간 20분 포함 6시 30분에 마쳤습니다. 해설 시간 10여분을 빼도 런닝타임 3시간을 반반씩 나누어 불렀지요. 먼저 김일구 명창이 본인이 작창한 단가인 <광대가>로 목을 풀고 시작해서 군사설움타령까지 70분을 내리 달렸습니다. 이어서 중반부는 역시 전주대사습놀이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아버지
김수오 작가 | 길은 조랑말체험공원 입구 맞은편에서 시작되어 왼쪽으로 가면 큰사슴오름을 만난다. 노루를 만났다. 아니, 노루가 나를 만났다. 큰사슴오름을 지나면 따라비오름이 나온다. 오름의 여왕, 따라비오름. 세 개의 굼부리(분화구)를 품고 있다. 갈대가 피면 선명하게 드러나는 갈래길이 더욱 운치있다. 큰사슴 오름과 따라비 오름을 연결하는 졸븐갑마장길은 말 키우는 곳에 있는 길이다. 갑마란 우수한 말이란 뜻이며 이 길은 원래 말이 다니던, 아니 말이 낸 길이다.
김수오 작가 | 특별한 오름, 높은 오름. 높은 오름 가는 길은 구좌공설공원묘지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죽은 자들을 내려다보며 지켜주고 있는 듯한 오름. 구좌공설공원묘지를 가로질러 가파른 길을 오른다. 송당에 있는 오름 중 가장 높아서 높은 오름. 다랑쉬, 동검은이오름, 백약이로 이어지는 조망이 예술이다. 하늘에 오르는 듯 능선에 오르면 잡목이 별로 없어 선명하게 드러나는 둥근 분화구. 오름은 자유로이 방목되는 제주말의 보금자리. 운이 좋으면, 나즈막한 분화구 주변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는 말을 볼 수 있다. 어느날 조우한 망아지의 백골. 바람과 햇살에 서서히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그렇게 높은오름은 삶과 죽음을 한데 아우르며 우뚝 서 있다.
김수오 작가 | MZ들 사이에서 인생샷 건질 수 있다고 소문난 바리메 오름. 비포장 도로가 섞여 있고 교행하기 어려운 좁은 길을 가야 한다. 바리매 가는 길, 어디쯤에서 찍으면 인생샷이 나올까? 인생샷으로 소문난 초지는 작물을 키우는 사유지라 들어가면 안된다. 거기 아니라도 멋진 곳 많으니까 삼가하자. 굼부리(분화구)가 바리 모양이라 하여 바리메 오름. 바리는 스님 밥그릇이라고도 하고 여성들 밥그릇이라고도 한다. 오름에 오르기 전부터도 멋진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지만, 올라가면 더 좋다. 바리메오름은 해송으로 가득한 곳. 남쪽은 숲이고 북쪽은 초지, 동쪽은 족은바리메오름, 서쪽은 큰바리메오름이다. 비온 뒤 솔향기 맡으며 솔그늘에 들꽃 영접 받고 올라보는 것도 좋다. 30분이면 오르는 오름 정상. 철쭉 군락이 있는 곳은 북봉,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쪽이 남봉이다. 북봉에서는 삼방산을 볼 수 있고, 남봉에서는 한라산 백록담 북면 부악(분화구벽)의 위용을 볼 수 있다. 남봉과 북봉 사이에는 움푹 패인 땅, 백록담처럼 둥근 모양의 굼부리가 보인다. 봄이면 흐드러진 철쭉이 무성한 해송을 배경으로 더욱 아름답다.
이동고 나무컬럼니스트 | 전설같은 엣날 이야기. 옛날 지구에 '연달뫼'라는 산이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올 때면 이름 모를 꽃이 온 산을 덮었지만 산은 높고 험해서 그 산에 올라가 본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꽃들은 해마다 봐주는 이도 없이 외롭게 피었다가 쓸쓸하게 지기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하늘에 있던 두 천사가 하느님께 죄를 지어 이 산으로 귀양을 와, 그 꽃을 따먹고 살게 되었다. 그 이후로 적막하던 그 산은 즐거움이 넘치는 산으로 변했다. 천사들의 노래와 춤이 끊일 사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산 밑에 살던 나무꾼이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산을 반드시 오르겠다는 마음으로 손발에 가시가 찔려가며 드디어 산에 올랐다. 밑에서는 똥긋한 산봉오리인 줄 알았는데 산 정상은 의외로 널직한 데 놀랐다. 게다가 어디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여기는 천사나라 인간은 못 오는 데 연달산은 하늘산 인간은 못 올라오는 곳 향기 좋고 빛 고흔 이 꽃, 인간은 먹지 못하는 것 향기 좋고 빛 고흔 이 꽃, 무엇이라 이름 질까 연달산에 피는 꽃이니 연달래꽃이라 할까 연달래들이 피는 숲 속에서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 갔더니 거기에 아
김수오 작가 |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큰노꼬메, 작은 노꼬메. 큰노꼬메는 높이 800미터가 넘기에 오르려면 제법 가파른 길도 만난다. 한라산 가는 기분으로 오를 수 있는 노꼬메 오름, 겨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사진으로만 남았다. 가파른 길에 나무도 우거져 있어서일까, 옛날에는 사슴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나무 계단과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소나무와 억새풀이 장관이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이고, 노로오름, 한대오름, 바리메오름, 다래오름, 괴오름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벌써 저녁 어스름, 오름에서의 노을은 언제나 옳다.
김수오 작가 | 수망(水望)리에 있는 물영아리오름, 문헌상 한자로는 수영악(水盈岳), 수영악水靈岳), 수망악(水望岳)이다. 오름의 정상 분화구에는 늘 물이 고여있어, 우리나라 최초의 습지보호구역이자 람사르습지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소를 찾다 지친 젊은이 앞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소값으로 오름 꼭대기에 큰 못을 만들어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물이 고이지 않는 이 섬의 오름 꼭대기에 항상 물이 있는 호수가 있다니, 그저 전설로만 들리지 않는다. 오름의 둘레길은 '물보라길'이라 하고, 그 안에 소몰이길, 초원길, 오솔길, 삼나무숲길, 잣성길 등 다양한 길이 있다. 소몰이길이라니! 물이 가득해 말 키우기도 좋으니 수망리 공동목장이 있어서다. 버섯, 나무, 뱀, 새, 개구리, 도룡뇽, 오소리 ,노루 등 풍성한 생태계인 물영아리오름은 아름다운 제주를 더 아름답게 해 주는 생명의 근원이다.
김수오 작가 | 폭설 속으로 사라진 말은 해가 지도록 나타나지 않는다. 함께 누비던 들판 구석구석 살펴도 그 많은 말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먼 산으로 숨어버린 모양이다. 2월 첫째날 다시 찾은 벌판, 한바탕 달려댔는지 눈밭은 이미 다 헤쳐졌다.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걸까? 내리쬐는 빛과 눈밭에 반사된 빛을 한껏 즐기며 아무 일 없었던 듯 벌판을 거닌다. 다음 겨울을 기다리며.
김수오 작가 | 비행기가 뜨지 못할 정도로 눈이 온 날, 말들이 사라졌다. 몇 년을 드나든 곳인데도 찾을 수가 없다. 멀리 보이는 저 산 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눈덮인 무덤만 들판에 홀로 남았다.
김수오 작가 | 제주에는 오름이 아닌 산이 다섯 개 있다. 높이 순으로 보면 한라산, 산방산, 영주산, 청산(성산일출봉), 그리고 두럭산이다. 영주산은 오름이 몰려 있는 동쪽 제주의 관문이다. 300미터가 넘는 높이지만 부드럽고 완만하다. 오르는 길은 잔디로 덮여 있지만 소나무숲과 삼나무숲도 품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영주'라는 말은, 원래 제주를 뜻하고 한라를 뜻했다. 하지만 이제 영주산은 이름에 연연하지 않고 몸을 낮춰 동쪽을 지킨다. 노을진 오름능선에 나무 하나 홀로 밤 지새울때 바람슷긴 구름 사이로 북두칠성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