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구 사진전이 지난 9월 19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가 강재구는 입영 전의 민간인에서부터 머리를 깎은 군인에 이르기까지, 징병제에 따른 군인 시리즈를 20여 년 동안 기록해 왔다. 이등병이라는 전형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휴머니즘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한구의 ‘군용’ 사진이 군에 갓 입대해 체험적 병영생활을 어렵사리 기록한 사진이라면, 강재구 사진은 군인으로서의 문제점을 다 각도로 형상화해 왔다는 점이 다르다. 강재구 작업은 직업군인보다 의무적 복무를 수행하는 이등병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이등병은 막 입영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욕구조차 자신의 의지 대로 행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통제당하며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때부터 사람이 아닌, 군바리 취급을 받는 안쓰러운 존재가 되어, 군대가 만들어 낸 틀 안에서 이등병이란 자아 상실을 경험하며 나약해 진다. 카메라 앞에선 긴장된 모습이 마치 박제화된 인간처럼, 모순된 상황을 재현한다 . 그가 징집병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군인의 정체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으로 끌려가 삶을 저당 잡혀 살아야 하는 청년 문화를 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청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본 지에 <제주다움>을 연재 중인 김수오 작가의 사진책 <섬오름 이야기 신들의 땅>이 나왔다. 작곡가 최창남이 글을 쓰고 김수오 작가의 사진을 실었다. 지금은 휴양지이자 낭만적인 섬으로 주목받는 제주이지만 사실 제주의 삶은 척박함 그 자체였다. 육지에서 쌀밥을 먹던 70년대에도 논농사가 불가능한 제주에서는 조밥을 먹었을 정도이다. 그 이전에는 더 피폐했다. 고려시대에는 최영 장군이 이끈 군대가 온 섬에 피의 강이 흐르게 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유형의 땅으로 핍박과 착취를 당했고, 해방 정국에는 4.3사건으로 제주 도민 3분의 1이 죽음을 당했다. 죽음에 연루되지 않은 가족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제주는 사실 신들의 땅이다. 바다와 오름에 설문대할망을 비롯하여 무려 1만 8000여 신들이 산다고 한다. 이런 전설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그리고 잔혹한 역사에 대한 보상이기라도 하듯, 제주의 풍광은 아름답다. 제주가 고향인 김수오 작가는 육지에서 대학을 나오고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낮에는 한의사로 일하고 출근 전과 퇴근 후에는 카메라를 들고 제주 곳곳을 누볐다.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난개발
작가 김훈선생은 자신의 ‘자전거 여행’ 책 첫머리에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 온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자전거를 이용해 장(場)에 오는 모습을 보면 그 마을의 풍경과 계절, 그 마을의 삶까지 고스란히 들어있어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하게 된다. 해평면 금호리에서 왔다는 이씨아짐이 사는 마을에는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아도화상이 연꽃을 심었다는 연지(蓮池)가 있다. 이 연꽃은 살아있는 역사처럼 일제강점기에 연꽃이 거의 사라졌다가 8.15광복 후에 다시 살아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장터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과거는 해석에 따라 바뀌고, 현재는 지금 행동하기에 따라 바뀐다. 코로나19 이후로 장터모습이 한산하기 그지없다. 햇빛과 바람과 구름과 비, 그리고 우리 농민들이 키워낸 농작물이 하나둘 장에 나오는 계절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삶을 만나러 가까운 장(場)에 가자! (글.사진/장터사진가 정영신)
소설가 발자크는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자 한권의 책이다.” 고 했다. 장터에서 만나는 엄니 얼굴을 바라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무늬가 보인다. 눈가의 주름은 가고 싶은 곳의 추억이고, 입가에 주름은 행복해 웃을 때라고 한다. 주름진 엄니 얼굴을 대하면 어떤 生을 살아 왔을까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다. 물맛에 따라 지역에 따라 바닷가 사람, 산중사람 얼굴이 다르다. 그 다름을 보려면 얼굴을 마주 봐야 한다. 이들 얼굴에서는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가을이 오는 소리, 비가 내리는 소리등등 세계의 소리와 냄새가 얼굴에 다 들어있다. 그래서 난 삶을 관통한 엄니얼굴 보러 장(場)에 간다. 모진 세월로 살아 빚어낸 남도육자배기가 흘러내리는 엄니, 장터 골목 귀퉁이에서 홍시감 몇 개 소쿠리에 담아, 고루 내리는 햇빛을 등에 이고, 앉아 있는 엄니,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내린 푸르디푸른 이야기를 하는 엄니, 사람이 그리워 호박한덩이 갖고 나온 엄니,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숨어있는 보물창고 같은 엄니들 만나러 장(場)에 가자. (글.사진/장터사진가 정영신)
김수오 사진, 영상 | 비가 온다. 바람이 분다. 태풍이 온다. 가느다란 다리로 우뚝 서고 여윈 몸으로 버틴다. 난생 처음 보는 혼돈 속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건 엄마들이 지켜주니까 방패처럼 기둥처럼, 엄마들이 지켜주니까
박찬원의 ‘밤과 산, 길’ 사진전이 지난 8월23일부터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동물사진가 박찬원은 못 하는 게 없다. 사진가이자 수필가며 수채화가다. 모두 동물이 주제다.동물을 찍어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동물에 매달려 심층적으로 파고든다.동물을 통해 생명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되새기고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것이다. 그는 40년 가까이 대기업 임원으로 일했다. 퇴임한 후 8년 전부터 사진을 했으나 오랫동안 마케팅 전문가로 일한 덕인지 사진 접근방식이 치밀하다. 하나의 관심 가는 주제가 정해지면 2년간 100번의 촬영을 진행하여 책과 전시를 만들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다. 그동안 말, 돼지, 소 등 가축을 주제로 열두 차례의 전시를 열었는데, 이번에 보여 준 소 사진은 소의 초상과 일상을 보여 준 지난 전시와 달리 소의 형상을 통해 작가의 사유가 들어간 추상이다. 작업도 주로 야간에 진행했다는데, 어둠 속에서 드러난 역광의 선은 산이 되고 길이 되었다.소의 등은 산 능선이 어우러진 산수도를 연상시킨다. 젓소의 태반에 나타난 실핏줄은 마치 지구본 같았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김수오 사진, 영상 | 여러 해 지켜보았다. 들판의 삶은 어떠한지.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혹독한 추위에 눈보라까지 휘몰아쳐도 꿋꿋하게 서서 새끼를 낳아 키우고 다시 새끼를 낳아 종족을 번식하고 삶을 유지한다. 병들고 늙고, 그제야 바닥에 몸을 누인다. 한여름에, 혹은 한겨울에 쓰러진 말은 속도만 다를 뿐 서서히 자연에 몸을 내주고 쓰러진 그 몸 위에 다른 생명이 잉태된다. 신들의 땅, 혹독하지만 아름답고 빈 몸이지만 강인한 삶. 그렇게 삶이 계속된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기고 | [편집자주] 이왕준 명지의료재단이사장은 10년 전부터 병원 내에 예술치유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클래식을 사랑한다. 감염병 전문가로서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중책을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환우와 의료진을 위한 힐링 콘서트를 멈추지 않았다. 수많은 예술단체를 지원하고 기업과 연결한 공로로 2021 메세나 대상 및 메세나인 상을 받았다. 이 글은 지난 8월 26일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아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연주회를 그가 직접 보고 쓴 후기이다. 반 클라이번 콩쿨 우승 후 형성된 임윤찬 신드롬 때문에 요새 그의 실황 공연 티켓을 구하는게 하늘의 별따기이다. 어제 공연도 판매시작 10분만에 1000석이 넘는 티켓이 바로 매진되었고 5만원 짜리 티켓이 50만원에 거래되었다 한다. 가히 임윤찬 열풍은 클래식계에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현상이다. 과거 조성진 쇼팽콩쿨 우승 때 하고도 비교할 수 없다. 운 좋게 구한 티켓 덕에 실황 연주로는 처음으로 그의 타건을 직접 들어 볼 수 있었다. 어제 연주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라흐마니노프 콘체르토 3번과 함께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쿨의 결승곡이었다. 오케스트라는 K
내가 어렸을적, 장날이면 소달구지가 동구 밖에 서 있었으며, 집집마다 잔치 날처럼 시끌벅적했다. “아따메 우무치떡아 빨리나오랑께, 오사게도 기다리게 했쌌네잉 뭐헌당가 빨리오랑께“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에 동구 밖에 서 있던 소(牛)가 헛기침을 하며 떠날 준비를 서두른다. 토방 위에 가지런히 누워있던 하얀 고무신을 신고, 하얀 모시 한복을 입은 동산아재가 제일 먼저 나와 여자도남자도 아닌 목소리로 아무개 댁을 부른다. 동구 밖에 나와 있는 아이들 몇이 얼굴을 모우더니 끼덕끼덕 웃는다. 이렇게 한참이 지나면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같은 꽃으로만 피는 코스모스 길을 따라 어른들은 장터로 향했다. (글.사진/장터사진가 정영신)
김수오 사진, 영상 | 해가 뜨는 걸까 지는 걸까. 지형으로만 구분할 수 있다. 지금은 해가 뜨는 중, 하루 중 가장 시원한 시간. 한라산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붉은 햇살을 배경으로 말들이 잠에서 깨어난다. 느리지만 탄력있는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그렇게 밤새 한 자세로 있던 몸을 푼다. 서로의 등을 만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