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예술을 지울 때와 지키기로 할 때
1934년 2월 10일 토요일, 밤이 깊은 뒤에 뉴욕 록펠러센터로 트럭 한 대가 들어왔고, 인부들이 비계를 세우고 RCA 빌딩 로비의 벽을 올랐다. 손에는 도끼가 들려 있었다. 벽에는 가로 11미터 45센티미터, 세로 4미터 85센티미터짜리 벽화가 있었고, 그들은 그것을 부수어 벽에서 떼어냈다. 그 벽화는 이미 아무도 볼 수 없었고, 아홉 달 전에 천으로 덮여 가려진 상태였다. 계약금 2만 1천 달러는 전액 지급된 뒤였고, 화가는 진작 해고됐으며, 작업은 미완성으로 멈춰 있었다. 돈은 돌려받지 못했고,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굳이 부수었다. 왜 그랬을까. 예술이 정책을 바꾼 가장 극적인 사례, 더스트볼을 아시나요 지난 글에서 나는 1930년대 미국의 더스트볼을 다루면서 도로시아 랭의 사진과 존 스타인벡의 소설과 우디 거스리의 노래가 정치의 비용 계산을 바꾸어 놓았다고 썼다. 그 뒤로 비슷한 사례를 더 찾아보았는데, 자료를 파고들수록 눈에 들어온 것은 달랐다. 예술이 법을 바꾸었다는 인과를 문서로 증명할 수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었지만, 권력이 예술에 되받아친 기록은 지나칠 만큼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형량이 있고, 압수 목록이 있고, 서한이 있고
- 뉴스아트 편집부
- 2026-08-19 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