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낡은 은행 건물 안쪽 벽. 반세기 가까이 가벽 뒤에 숨어 있던 테라코타 부조 두 점이 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건물은 올봄 새 주인을 맞았고, 철거는 이르면 2~3개월 안에 시작된다. 행정에 보존을 청원하는 목소리는 이미 1만 명을 넘어섰지만, 행정의 시간은 철거의 시간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먼저 지갑을 열기로 했다. 흙을 빚던 노동자 청년들 1973년,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구의동 지점 객장 양쪽 벽에 마주 보는 부조 두 점이 들어섰다. 한쪽 벽에는 사람의 형상이, 맞은편 벽에는 새의 등을 표현한 추상 문양이 새겨졌다. 흙을 구워 빚은 이 작업을 한 이는 오윤·오경환·윤광주, 세 청년이었다. 오윤은 이 작업에 앞서 1971년 삼각지 지점 부조에 참여했고, 곧이어 입대했다. 위장병이 악화돼 이듬해 조기 제대한 그는 동료들이 이어가던 부조 작업에 다시 합류해 구의동 지점을 함께 완성했다. 이들은 부조를 굽기 위해 경주와 일산에 전돌 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흙과 씨름했고, 신라 고분과 와당의 고졸한 미감을 손끝으로 익혔다. 이듬해에는 동대문 지점 부조로 작업이 이어졌다. 노동자였던 청년들이, 노동자들이 매일 드나드는 은행 객
트로트를 사랑해 한국에 정착한 일본인 가수 마리코와, 밴드 '곱창전골'의 리더로 30년 가까이 서울에서 활동해 온 사토 유키에가 함께 정규음반 《남산타워(Namsan Tower Lights)》를 내놓는다. 두 사람의 첫 합작 정규 1집으로, 60~70년대 그룹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15곡이 실렸다. 발매는 오는 8월이며, 지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제작 후원을 받고 있다. 트로트 순례자와 한국 록의 고고학자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면서도 한 점에서 만난다. 바로 '한국 음악'이다. 마리코의 출발점은 팬이었다. 트로트가 좋아 일본에서 한국가요 콘테스트에 나가기 시작했고, 2011년 전국대회를 거쳐 직접 한국으로 건너왔다. 2015년 KBS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산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듬해 1집 《사랑이랍니다》로 한국 CD 데뷔를 했다. 그 목소리에는 80년대 트로트 특유의 결이 있다. 꾸밈음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감정이 절제와 넘침 사이를 정확히 오간다. 일본인이기에 오히려 트로트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이 따라붙는다. 사토 유키에의 한국행은 우연에 가까웠다. 1995년, 서른두 살이던 그는 "가장 싸게 갈 수 있는 해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