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웹툰 제작, 문학 작품 평가까지?

2024.06.18 14:33:31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6월 12일부터 14일 동안 열린 2024 콘텐츠산업포럼에서는 웹툰과 문학분야에 이용되는 AI기술도 소개되었다. 

 

국내 웹툰 시장 작품 수는 2022년 1만 2273개에서 2023년 2만 139개로 성장했다. 2017년 3800억원이던 웹툰 시장 규모도 2022년 2조 9000억, 2023년 3조 6000억원으로 커졌다. 카카오픽코마가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만가왕국'인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웹툰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웹툰 한 편 제작에 200시간 갈아넣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갈려나가는 웹툰 작가 및 관련 종사자들이다. 정승환 라이언 로켓 대표는, 웹툰 한 편 제작에 드는 시간이 200시간이라고 했다. 웹툰 한 컷 제작에 콘티, 스케치, 선화, 채색, 후보정 및 배경 등, 손이 많기 가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정성락 작가가 2022년 뇌출혈로 사망했을 때도 고작 37세였다. 그는 "금방 충전해서 돌아오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휴재 중이었다. 과중한 웹툰 노동강도가 사망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정황에 그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여전히 웹툰 종사자들은 하루 평균 10.5시간 일한다. 14시간 일하는 사람도 전체의 17%이다. 웹툰 작업 이외에 사생활이 전혀 없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일이 많다. 정승환 대표는, "지금의 웹툰 공급방식은 반도체를 수제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고 하였다.

 

 

그는 한시간 정도 교육으로 AI툴을 이용해 높은 퀄리티의 작화를 상상력의 제한 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캐릭터개발과 콘티는 물론, 선화, 밑색, 명암, 효과/후보정까지 모두 가능하다. 그동안 같은 캐릭터가 일관되게 나오지 않아서 사용하기 어려웠던 툴의 문제도 해결했다고 한다. 

 

AI로 캐릭터개발, 콘티, 선화, 밑색, 명암, 효과/후보정 모두 가능

 

AI툴을 적극적으로 쓰게 되면, 피디와 메인작가만 있으면 된다. 어시스트 등 웹툰 종사자들에 대항 수요가 대폭 줄어든다. 이에 웹툰제작사는 소규모 인력으로 여러 작품을 핸들링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AI 기술에 대해 기존 작가들이 신입 작가보다 더 활용 폭이 좋을 것 같다는 반응(한국만화문화연구소 이재민 소장)"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 

 

 

문학작품도 마찬가지다. AI를 이용한 스토리 구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가능했다. 창작단계에서 리서치와 브레인스토밍, 작법코칭 등 활용 가능성이 높고 다양하다. AI가 직접 만든 스토리는 복선이나 반전이 없고 모범적인 언어 사용과 결말이 문제일 수 있지만, 작가와 협업하면 제목, 인물, 각 장면 요약이나 설명을 생성할 수 있고, 이렇게 구조화된 텍스트를 기반으로 각 장면의 대사를 생성함으로써 보조작가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보조 작가 대신 AI, 작품 평가도 AI가

 

전윤호 작가는,  AI가 많은 분량의 콘텐츠를 분석해낼 수 있게 되면 만들어진 작품을 검토하는 역할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전윤호 작가는 SK플래닛의 CTO 출신으로 SF앤솔로지 웹소설 <매니페스토>를 집필하였고, 그 과정에서 AI로부터 작법코칭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이번 포럼의 발표자가 되었다.

 

 

그에 따르면, AI가 복잡한 플롯과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학습하면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플롯 설계 과정을 지원하고 떡밥회수, 설정오류나 개연성도 검토해 줄 수 있다. 팩트체크나 전문영역에 대한 조언, 리서치 보조와 문장다듬기, 가독성 점검도 가능할 것이고, 충분히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작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AI가 작품의 독창성, 아름다운 문장 등 정성적 측면을 항목별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를 읽기와 쓰기 모두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출판사, 플랫폼, 공모전 등에서 AI를 활용해 작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AI가 심사할 경우 공정성 시비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플로어에서는, 비평의 영역이 AI에게 넘어가 획일적으로 되어버릴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AI로 창작시장 효율화 가능, 장기적 효과는?

 

또한 AI가 각 창작 분야의 협력자 또는 보조자들을 삭제해 버리는 것은 당장은 "효율"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도 "효과"적인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플로어에서는, "챗지피티가 제공하는 정보가 부정확한 경우도 꽤 많이 있고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해서 정보의 정확성을 높여보려 하더라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려워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AI가 산출하는 데이터를 검증하거나, 무분별한 산출물을 판단해 걸러내는 부분의 작업은 실무적이면서 또 소모적이기도 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차세대 창작자 양성 문제, 저작권 기준 문제 남아

 

게다가 소수의 전문작가들이 AI와 협업함으로써 어시스트나 보조작가를 쓰지 않는다면, 신규진입한 작가지망생들이 성장할 통로도 매우 협소해진다. AI에게는 막대한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신규세대로부터는 기회와 정보는 물론 경험조차 철저하게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작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AI생성물에 저작권이 없다고 한다면, AI를 통해 만들어진 웹툰이나 저작물도 문제가 된다. 작가마다 고유한 작풍이나 문장을 AI에 학습시킨 뒤에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창작물이라면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을 것이다. AI생성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 유무보다는, 생성 과정에서 학습시키는 저작물이 누구의 것인가에 의해 저작권이 결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AI는 분명히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이다. 하지만 미래의 창작자가 AI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지 않으려면, 차세대 창작자 양성 문제와 저작권 문제는 "지금은 급하니까 나중에 생각해도 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2024 콘텐츠산업포럼은 플로어에서 나온 다음 질문으로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정부책임자시라면, 지금 당장 AI 세상의 도래에 대응하기 위해 뭘 하실 건가요?"

 

 

 

 

  

 

 

 

이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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