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했던 아르코 융복합 국제컨퍼런스, 핵심만 정리해줄게

2024.06.20 16:19:00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6월 19일, 2024 제 2회 아르코 예술기술융합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컨퍼런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가 진행하는 예술기술융합 지원사업인 <제 3회 에이프 캠프(APE Camp)>와 연계된 국제 행사이다. 

 

좋은 융복합 결과물은 소통, 협력, 거버넌스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에서 온 5명의 예술계 리더들은 이날 행사에서 자신이 소속된 기관에 대한 소개와 함께 대표적인 융합예술 사례와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이들 기관은 한국의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융복합지원 프로그램, 워크숍, 레지던시, 다양한 뉴미디어 시설 및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각 기관의 운영방식은 비슷하지만 프로젝트와 산출물은 다양했다. 하지만 각 발표의 차별성이 불분명하여 다소 지루했고, 특히 결과물 산출과정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어떻게 소통해야 하며 정부와 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발표 이후 플로어 질문에 답변하는 토론 시간에, 5명의 발표자 모두가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 거버넌스, 그리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어쩌면 우리가 해외에서 배울 것은 소통과 협력 거버넌스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 결과를 달라지게 만드는 딱 그것 하나일지도 모른다. 

 

 

먼저 영국 '제이슨 브루짓 스튜디오'의 제이슨 브루지스는 아트, 건축, 기술 등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공간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 세 가지 분야를 아우름으로써 가능한 빛과 키네틱 아트를 적용하여 시간의 개입이 보여주는 역동적인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미디어아트

 

독일 '예술 및 미디어 센터(ZKM)'의 아넷 홀츠하이드는 최근 다양한 학제를 융합하고 인간과 비인간도 융합하는 것을 넥스트 르네상스(The Next Renaissance)라고 명명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미디어아트의 논리와 방법을 보여주는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르네상스는 사회적 현대화와 문화적 현대화를 모두 수용하여 창조하는 것... 전례없는 과학과 기술의 협력은 예술가로 하여금 이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가 소개한 <93% Human>이라는 작품은 2023년에 초연됐는데, 우리가 숨으로 내쉬고 다른 사람에게서 흡입하는 DNA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인간 존재의 다종적 특성, DNA의 난잡함, 생성 도구로서의 DNA 데이터를 탐구한다. 인간의 호흡기에 대한 은유로 만든 과학장치인 유리 콘덴서에 숨을 쉬면 기체 호흡이 액체로 변환된다. 이를 실험실에서 서열 분석한 결과, 93%가 인간 DNA이며 나머지 7%는 약 6700종의 확인된 미생물 종이었다. 인간이 존재함에 있어서 비인간과의 눈에 띄지 않는 교환과 "오염"이 필수 조건임을 강조하는 퍼포먼스이다.  

 

근본적으로 달라진 소통과 협력 방식 연구

 

학제간 협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샌프란시스코 문화인큐베이터 기관 '그레이 에어리어'의 배리 쓰루 예술감독은, 기관에서 진행 중인 많은 R&D 프로그램 가운데 C/Chnage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근본적으로 달라진 인간 관계, 소통과 협력 방식을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C/Chnage는 기술이 문화교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용되도록 하기 위해 디자인 프레임워크를 탐색하고 업계리더, 새로운 사상가, 다학제 예술가 및 디자이너를 한자리에 모아 공개 워크숍, 축제 및 이벤트를 한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지원한 400개 프로젝트 중 10개를 선정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C/Chnage는 이렇게 다양한 사례 연구를 기반으로 문화간 상호작용 및 교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예술작업이 지켜야 할 원칙 10가지를 도출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C/Change 플레이북에에 그 내용을 담아두었다.

 

디지털 솔루션은 만능이 아니다. 지역 사회가 참여하여 미래에 발생할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고 생각하며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체험의 확장, 모든 것을 연결 그러나...

 

캐나다 몬트리올의 비영리 디지털 예술단체 ‘월드 크리에이션 스튜디오(World Creation Studio)’의 공동창립자이자 디렉터인 마일로 라인하르트는 다학제적 예술가로서 자신이 진행한 몰입형 디스코그라피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는 증강 현실과 사운드 디자인을 결합함으로써 디지털 및 물리적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게 한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공간 전체가 거대한 클럽처럼 보여 호평을 받았다. 라스베가스의 스피어돔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일본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YCAM)’의 다이야 에이다는 지역예술센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양하고 지역 친화적인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를 공유했다. 미디어 아트는 매체를 유연하게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데, 최근 기술 혁신으로 DNA시퀀싱 비용이 10만분의 일로 감소하여 관람객이 직접 DNA시퀀싱을 해보며 생명공학과정을 체험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윤리적 측면을 고민하는 것이 미디어 아트이다... 미디어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 하지만 지역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야마구치 지역은) 도쿄나 오사카에 인력과 기술을 의존해야 한다... 

 

현재가 너무 복잡해 미래를 전망하기 어렵다

 

발표자들이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다 보니, 플로어에서는 어떻게 그런 결과물이 가능한지에 질문이 집중되었다. 아르코가 정한 토론 주제가 "예술기술융합의 미래 전망"이다 보니 질문은 더욱 포괄적이 되어, 참석자들은 "미래는 말하기 어렵다, 미래를 이해하려면 현재를 알아야 하는데, 현재가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이들의 답변에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었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인프라를 공유하고 기관과 협업하며 지식을 공유하는 등 리소스 통합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예술적 사고의 형성과정을 (지역 사회 모두와) 공유할 수 있다.

▲기술은 사회적 요구에 의한 것이지만 예술은 호기심에 의한 독립적 존재이다. 따라서 예술이 기술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기술로 접근성이 강화되었으니 예술가들이 협업하여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도구이자 동반자일 뿐이다. 인공지능이 획득한 데이터로 인류 문제에 대하여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견제하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커뮤니티 니즈 파악, 소통과 협업

 

이를 위해 발표자들은 소통과 인터랙션을 강조했다. 커뮤니티의 니즈를 파악하고자 경청한다면 문제해결을 위해 협업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쉽다고 확신했다. 공공기관은 (주도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콜라보 작업을 장려하고 '관찰자'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보가 과잉생성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경험과 접촉을 통해 가설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등의 사회문제를 다루는 데는 통합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술적 접근 방식을 적용하면 재미있는 것들이 나올 것이다,

 

사회친화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기술효과를 고민해야 한다. 차세대 문제나 기후 문제 등, 집단을 생각하는 자아성찰적인 기술사용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예술인 접근성 높이려면 좀 더 친절한 컨퍼런스가 되어야

 

이번 컨퍼런스는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이 있다. 컨퍼런스 내용을 잘 모른 채 제공되는 통역은 앞뒤가 안맞는데다가 볼륨도 너무 작아 이해하기 어려웠고, 컨퍼런스 내내 수시로 이동하는 카메라 때문에 유료 관객의 시야가 계속 가려졌고, 발표 화면 촬영도 어려웠다. 이에 발표자에게 집중하기 어려워 일찍 자리를 떴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컨퍼런스 자료도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 키워드만으로 웹사이트를 뒤져 관련 자료를 일일이 검색해 가면서 뒤늦게 이해해야 했다. 메인 행사인 '에이프캠프' 참석자들의 융복합 트렌드 이해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친절하게 준비하여 이 컨퍼런스가 융복합예술에 진입하고자 하는 예술인들도 접근 가능한 행사로 발전하길 바란다. 심화학습은 에이프캠프에서 해도 되지 않는가.

이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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