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의 '이땅이 니땅이가' 소성리의 참상을 담아낸 저항의 블루스

2024.10.11 12:34:10

정진석의 노래 ‘이땅이 니땅이가’는 컴필레이션 앨범 <이름을 모르는 먼 곳의 그대에게>에 수록된 곡으로 음원포털을 통해 발매를 앞두고 있다. 본지를 통해 미리 음원을 들어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황경하 기획자 | 음악가 정진석은 본래 미술을 전공한 작가로서 정진석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예술가의 사회적 책무에 눈을 뜨고, 음악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땅이 니땅이가'는 그의 이러한 여정의 결실이자, 우리 현대사의 아픈 단면을 담아낸 블루스 넘버로, 음악적 완성도와 사회적 메시지의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음악적 특징과 구성: 한국형 블루스의 새로운 지평

 

정진석은 이 곡에서 전통적인 블루스의 틀을 한국적 정서와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노래하는 보컬은 미국 남부의 블루스 가수들을 연상시키면서도, 동시에 한국 시골 노인들의 구술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독특한 보컬 스타일은 곡의 주제의식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청자로 하여금 소성리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편곡에 있어서도 음악가 정진석의 탁월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풍자하고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군데군데 유머러스한 연출이 들어간 코러스가 돋보인다. 독특하게도 박수 소리를 리듬 요소로 활용한 점은 공동체와 민중의 연대를 청각적으로 표현한 탁월한 선택이다. 묵직한 베이스 라인은 곡에 무게감을 더하면서도 유연한 흐름을 만들어내, '저항'과 '평화'라는 두 가지 주제를 절묘하게 관통한다.

 

 

서정과 저항의 절묘한 균형

 

직설적인 가사를 통한 탁월한 표현 이 곡의 또 다른 핵심이다. "쭉 뻗은 직선도로 달리다가 모퉁이 끼고 돌아 들어가면"으로 시작하는 첫 구절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소성리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어지는 "울룩 불룩 산세 기운차고 물 소리 바람 소리 시원해"라는 구절은 소성리의 자연 환경을 묘사하며, 이곳이 얼마나 평화로운 마을이었는지를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풍경 묘사는 곧 "싸드기지 들어왔네"라는 충격적인 선언으로 깨어진다. 이 대조는 외부 세력의 침입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부조리한 것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이 나라 경찰들 몽둥이 들고 우리 할매 할배 줘팼네"라는 구절은 작은 시골 마을과 그 주민들에 대한 국가 폭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청자의 분노를 자아낸다.

 

정진석은 이러한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마냥 좌절하지 않는다. "이 땅은 니 땅 아이다 이 땅은 우리 땅이다"라는 반복되는 후렴구는 질문이자 선언이며, 동시에 평화로운 해결책에 대한 간절한 호소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 국가와 개인, 폭력과 평화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언어로 표현해낸 결과물이다. 순수하면서도 강직한 인물인 음악가 정진석의 품성이 가사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

 

 

예술적 성취와 사회적 기능

 

이 곡의 가장 큰 강점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단순히 소성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주권, 외세와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평화라는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복잡한 사안이다. 정진석은 이 모든 문제를 "이 땅이 니 땅이가, 이 땅이 내 땅이가"라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후렴구로 집약해낸다. 이는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핵심적인 문구로 관통하여 문제의 본질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작곡가의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 곡은 예술이 사회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음악이라는 매체를 통해 복잡한 사회 문제를 대중에게 접근 가능한 형태로 전달하고, 이를 통해 공감과 연대를 이끌어내는 정진석의 시도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시대의 기록, 미래를 향한 메시지

 

'이땅이 니땅이가'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순간을 담아낸 음악적 기록물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곡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동시에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현재의 청자들에게 이 곡은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며, 앞으로도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음악적 측면에서 이 곡은 한국 블루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블루스 형식에 한국적 정서와 현실을 녹여냄으로써, 정진석은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이는 앞으로 한국 음악가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진석의 음악은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의 작품은 음악이 내적독백이거나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정진석이 어떤 음악적 여정을 이어갈지, 그리고 그의 음악이 한국 사회와 음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땅이 니땅이가'는 그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

 

뉴스아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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