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주범의 서울시향 귀환, 예술계 충격과 분노

2024.11.11 14:01:04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작성 주도자, 서울시향 비상임이사로 선임돼
특별사면과 복권 후 공공예술기관 복귀... "블랙리스트 범죄자 귀환" 문화예술계 반발
오세훈 시장 "문화정책 전문성" 주장했지만, 차기 대권 도전 위한 친박 세력 포섭 의도 지적돼

 

뉴스아트 편집부 |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주도했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비상임이사로 선임되면서 문화예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범죄자의 귀환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서울시에 인사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시에 따르면 조윤선 전 장관은 지난 9월 말 서울시향 비상임이사 공모에 응모했으며,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서울시는 "예술적 전문성과 식견을 토대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깊이 있는 문화 정책을 지원할 역량을 갖추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반헌법적 국가범죄였다. 2014년부터 본격화된 이 불법적 검열 체계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거나, 정부를 비판하거나,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조직적으로 탄압했다. 한 예술가의 정치적 견해나 표현이 정부 지원 배제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였다.

 

특검 수사 결과, 블랙리스트는 국정원-청와대-문체부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지시로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한 후, 추명호 당시 국정원 제8국장과 최윤수 제2차장을 통해 문체부에 직접 전달했다. 조윤선 전 장관은 정무수석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이후 문체부 장관으로서 실행을 총괄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이번 인사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한강 작가는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2014년 세종도서 선정 과정에서 '사상적 편향성' 문제로 배제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한 달 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서울시는 앞으로 창작의 열정에 든든한 발판이 되겠다'던 오세훈 시장의 말이 허언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번 인사를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오 시장이 당내 세력 확장을 위해 친박계 대표 정치인인 조윤선 전 장관의 복귀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차기 대권 후보로서 미약한 존재감을 친박 우클릭, 아스팔트 보수와의 결합으로 채우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사태가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의 조직적인 복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미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블랙리스트 관련자였던 안호상을 임명했으며, 문체부에서도 블랙리스트 실무를 담당했던 용호성이 차관으로 임명되는 등 과거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의 부활이 이어지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인한 피해는 실로 막대했다. 문화예술계 진상조사위원회의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로 인한 총 피해건수는 문화예술인 1898건, 문화예술단체 772건 등 총 2670건에 달했다. 이는 특검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436건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나타난 444건보다 6배 이상 많은 수치다.

 

조윤선 전 장관은 2022년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사면됐고, 올해 8월 복권됐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나 반성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문화예술계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향 비상임이사의 임기는 3년이다.

뉴스아트 편집부
Copyright @뉴스아트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68길 4, 302호(불광동, 원영빌딩) 등록번호: 서울,아54181 | 등록일 : 2022-03-16 | 발행인 :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서인형 | 편집인 : 황경하 | 전화번호 : 02-764-3114 Copyright @뉴스아트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