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산과 블루이웃의 '물결'은 컴필레이션 앨범 <이름을 모르는 먼 곳의 그대에게>에 수록된 곡으로 음원포털을 통해 발매를 앞두고 있다. 본지를 통해 미리 음원을 들어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음원 발매 후에는 비공개로 전환될 예정이다.
황경하 기획자 |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출장작곡가 김동산은 한국 인디음악씬에서 특별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의 음악은 포크와 블루스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특유의 방식으로 주목받아왔다. "천 원에 노래 한 곡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된 그의 여정은 이윽고 우리 시대의 아픔을 기록하는 작업으로 발전했다. 공동체의 붕괴나 빈민, 노동자가 당하는 착취를 다룬 그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물결' 역시 개인과 사회의 접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물결'은 밴드의 강렬한 사운드로 시작해 청자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김동산의 포크 뮤지션으로서의 이력을 고려하면 의외의 선택이지만, 이는 곡이 다루는 주제의 무게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류준철의 건반과 이인우의 베이스, 김예준의 드럼이 만들어내는 중후한 록 사운드는 70년대 Crosby, Stills, Nash & Young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곡들을 연상시킨다. 특히 세민과의 보컬 하모니는 'Ohio'나 'Find the Cost of Freedom' 같은 곡에서 느낄 수 있는 포크 록 특유의 중량감과 맞닿아 있다. 다만 CSNY가 베트남 전쟁이라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드러냈다면, '물결'은 보다 성찰적이고 서정적인 어조로 현대 문명의 반복되는 비극을 다룬다.
가사는 축제와 같았던 과거와 회색빛 현재를 대비시키며 시작한다. "찬란한 기억 속에 그 사람들"이라는 첫 구절은 현대 문명의 폭력성이 미치지 않았던,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던 시절을 환기한다. "회색 연기와 눈물만이 수레바퀴처럼 반복되고"라는 구절은 기술 문명이 가져온 비극적 상황을 암시한다. 이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기록을 넘어, 인류가 마주한 실존적 위기를 드러낸다. 특히 "수레바퀴처럼 반복"된다는 표현은 현대 문명이 초래한 비극의 순환적 속성을 효과적으로 포착한다.
"내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물어봅니다 무엇이 아름다움인지를"이라는 구절은 기술 문명과 자연의 관계, 공동체의 와해, 그리고 예술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는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 존재론적 차원의 성찰로 이어진다. 무엇이 진정한 아름다움인가?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준 편리함의 이면에는 어떤 대가가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청자로 하여금 현대 문명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든다.
음악적으로 '물결'은 주목할 만한 성취를 보여준다. 밴드 블루이웃의 호흡은 단단하다. 류준철의 오르간은 서정적인 화음으로 곡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이인우의 베이스와 김예준의 드럼은 견고한 리듬 섹션을 구축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밴드의 연주는 가사가 던지는 질문의 무게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현재 수원 장안문 인근에서 LP 샵을 운영하는 김동산의 활동은 의미심장하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음악을 고집하는 것은 그의 음악적 신념과 맞닿아 있다. 그의 음악도 빠른 변화와 소비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템포를 유지한다. '물결'은 이러한 그의 음악적 여정에서 중요한 지점을 보여준다. 환경운동가, 음악가로서의 경험이 한 곡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동시대의 문제의식을 포크록의 형식 안에 담아낸다. 그동안 김동산은 공동체의 붕괴, 빈민과 노동자의 삶 등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노래해왔다. '물결'은 그의 문제의식이 보편적 차원으로 확장된 명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