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사진전, 정영신의 '내한티는 요 장터허구 사람이 보물이랑께'

2025.04.14 17:49:05

사라져가는 오일장의 소리와 향기, 40년간의 기록
전라남도 23개 시·군 오일장을 담은 정영신 사진전 '정든 땅 그리운 장터-1 내한티는 요 장터허구 사람이 보물이랑께' 개최
대기획 전라남도편 첫 번째 시리즈로 장터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 조명

 

뉴스아트 편집부 | 정영신 사진작가가 40년간 전국의 오일장을 돌며 기록한 '정든 땅 그리운 장터-1 내한티는 요 장터허구 사람이 보물이랑께' 사진전이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 인덱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전라남도 23개 시·군에서 열리는 오일장을 담은 사진들을 선보이는 자리로,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역사적 가치와 현주소를 동시에 보여준다.

 

전국 600여 곳의 오일장을 각 도별로 정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첫 결실인 이번 전시는 동명의 사진집 출판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의 부제 '내한티는 요 장터허구 사람이 보물이랑께'는 전라도 방언으로 "내게는 이 장터와 사람이 보물이라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작가의 오일장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정영신 작가는 사진가이자 소설가로, 1970년대 오일장이 한창 번성하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카메라와 펜을 들고 장터의 변화상을 기록해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기록을 넘어 장터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 공동체의 문화와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장돌뱅이 사진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장터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그는 전통 오일장이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등장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현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포착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고흥 도화장, 곡성 옥과장, 광양장, 광주 말바우시장, 영광장 등 전라남도 각 지역의 장터 전경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특히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다양한 시기에 촬영된 사진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장터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강진장, 보성장, 순천 아랫장, 나주 영산포장 등 남도의 대표적인 오일장들은 각기 다른 지역색과 특색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정 작가가 포착한 장터의 풍경은 단순한 상거래의 공간을 넘어선다. 철에 따라 달라지는 장터의 물산들, 평생을 장터에서 살아온 장꾼들, 그리고 장날이면 마실 가듯 나온다는 전라남도 할매와 어매들의 진솔한 표정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40년간 장터를 누비며 쌓아온 작가의 친밀함은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전해진다. 각 시군 단위의 장터에서 그를 몰라보는 장꾼이 없을 정도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온 작가는 그들의 삶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보도자료에서 "남도 오일장은 말잔치다. 걸고 맛있게 차려진 말이 시장바닥을 흥겹게 달군다. 흥과 신명이 일어난다. 남도만의 넉살 좋은 말들이 생생하게 움직이고, 남도의 산과 내를 닮은 듯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일과 놀이와 삶이 뒤범벅이 된 곳이 바로 장터"라고 설명했다.

 

장터는 '덤'이 오가고 사람 사이의 정이 오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덤'은 '포인트'로 바뀌고, 구멍가게와 난전 대신 마트와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전통 장인 오일장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농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라져가는 장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에 평생을 바쳐왔다.

 

오일장은 단순한 상거래의 장소가 아니었다. '남이 장에 가니까 씨오쟁이 짊어지고 따라간다'는 속담처럼 장은 무조건 가고 싶은 곳이었고, 없는 물건이 없고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흩어지는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오일장의 묘미는 오다가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장에 가면 시끌벅적 사는 재미가 있었고, 지역문화를 형성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이번 전시와 함께 출간된 '정든 땅 그리운 장터-1 내한티는 요 장터허구 사람이 보물이랑께' 사진집(눈빛 출판사, 248쪽, 2만 8천원)은 전라남도 오일장의 모습을 더욱 상세하게 담아냈다. 책에는 전시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장터의 모습과 장꾼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어, 전시와 함께 감상하면 더욱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

 

정 작가는 앞으로도 전국의 오일장을 도별로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우리의 삶과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4월 16일부터 28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통 오일장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뉴스아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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