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한국 클래식 음악계가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휘자 백우주가 제8회 'Ionel Perlea'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대회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국적 우승자로 등극하며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지난주 루마니아에서 막을 내린 이번 대회는 20세기 중반 밀라노 라 스칼라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했던 루마니아 출신 거장 지휘자 Ionel Perlea(1900-1970)를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 콩쿠르는 참가자들의 종합적인 음악성과 지휘 기량을 평가하기 위해 교향곡과 오페라를 아우르는 난도 높은 레퍼토리를 각 라운드에서 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우주는 전 세계 각국에서 모인 유망한 지휘자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1라운드에서 베토벤의 서곡 '에그몬트'를, 준결승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주요 장면들을 지휘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현지 관객들에게 공개된 결승 무대에서는 모차르트의 대표 오페라인 '돈 조반니'와 '피가로의 결혼' 중 주요 아리아와 앙상블을 암보로 지휘하며 뛰어난 해석력과 관현악단을 이끄는 리더십을 선보였다.
"백 지휘자는 특히 준결승과 결승에서 보여준 오페라 지휘에서 탁월한 음악적 이해도와 가수들과의 호흡,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명확한 지시력으로 심사위원단을 사로잡았다"라고 대회 조직위원회는 밝혔다.
백우주는 이번 대회에서 1위 대상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직접 선정하는 '오케스트라 특별상'과 루마니아 국립 브라쇼브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차기 시즌 계약이 포함된 특별상까지 수상하는 3관왕을 달성했다. 2위는 이탈리아의 마테오 달 마소(Matteo Dal Maso), 3위는 체코의 온드레이 소쿠프(Ondřej Soukup), 심사위원 특별상은 영국의 도미닉 그리어(Dominic Grier)에게 돌아갔다.
이번 수상은 백우주에게 있어 국제무대에서의 두 번째 쾌거다. 그는 앞서 2023년 제1회 루마니아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도 초대 우승자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현재 영국 왕립음악대학(Royal College of Music) 지휘과에서 한국인 최초로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토비 퍼서(Toby Purser), 피터 스타크(Peter Stark), 하워드 윌리엄스(Howard Williams) 등 저명한 지휘자들을 사사하며 학업과 함께 활발한 국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클래식 전문가들은 백우주의 이번 성과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또 다른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피아노와 성악 분야를 넘어 지휘 분야에서도 한국 음악가들의 국제적 입지가 더욱 확고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라는 것이다.
백우주 지휘자는 현재 유럽 각지에서의 객원 지휘 활동과 영국에서의 학업을 병행하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활발한 국제 무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루마니아 국립 브라쇼브 필하모닉과의 내년 시즌 공연은 물론, 다수의 유럽 오케스트라로부터 객원 지휘 제안을 받고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