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플라뇌르』, 현대인의 상실과 치유를 그린 따뜻한 2인극

2025.05.27 11:28:41

공항에서 마주친 두 사람의 진솔한 대화가 전하는 깊은 위로
프랑스어 '산책자'를 뜻하는 제목... 인생을 걸어가는 두 인물의 여정을 담다

 

뉴스아트 편집부 | 오는 9월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플라뇌르(Flâneur)』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공항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의 아픔과 치유의 희망, 그리고 예술이 주는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낸 2인극이다.

 

우연한 만남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순간

 

『플라뇌르』의 무대는 미국의 한 공항이다. 뉴욕행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공항에 머물게 된 두 사람이 펼치는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여행 에세이 작가에서 기자로 전향한 30대 초반의 여자와 그녀의 글에 깊은 영향을 받은 10년차 남자 배우가 그 주인공들이다.

 

여자는 "통곡에 대하여"라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글로 알려진 인물로,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큰 상실을 겪었다. 한편 남자는 ADHD를 가진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예술로 풀어내려 노력해온 배우다. 10년 전 여자의 글을 읽고 삶의 방향을 찾게 된 그에게 여자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존재였지만, 여자는 처음에 그를 불편하게 여기며 경계심을 드러낸다.

 

극의 전환점은 갑작스러운 정전과 기상 악화로 찾아온다. 예상치 못하게 고립된 공간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고, 서로의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왔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한다.

 

'통곡'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현대인의 마음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소재는 여자가 쓴 "통곡에 대하여"라는 글이다. 이 글에 대해 여자는 "써야지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삐져나오는 걸 토해내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썼어요"라고 고백한다.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실한 표현이었던 셈이다.

 

남자는 이 글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상실감을 온전히 표현할 언어가 부족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여자의 '통곡'은 개인적인 아픔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대변한다.

 

예술과 개인적 경험 사이의 섬세한 줄다리기

 

작품은 예술 창작과 개인적 고통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접근한다. 남자는 "작가는 자기 착취적 생물이에요. 자기 과거, 경험, 사상, 현실 무엇이든 착취해서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거에요"라고 말하며, 예술가가 자신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하지만 여자는 "내 인생은 당신의 예술적 재료가 아니에요"라고 답한다. 개인의 아픔이 예술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복잡한 감정과 윤리적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낸 장면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해가기 시작한다. 남자가 "당신이 나한테 십자가이자 나침반이었으니까요"라고 털어놓을 때, 관객들은 한 사람의 작품이 다른 누군가의 삶에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느끼게 된다.

 

현대인의 소통 방식에 대한 따뜻한 시선

 

『플라뇌르』는 현대 사회의 소통 방식에 대한 관찰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남자는 ADHD 특성으로 인해 "대화를 하면서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의 경우의 수를 2가지 정도 생각해요"라고 말하지만, 여자와의 대화에서는 "좀 처럼 떠오르지 않아요"라고 고백한다.

 

이는 진정한 대화가 갖는 예측 불가능성과 신선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계산된 소통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진실한 만남이 주는 새로운 경험을 형상화한다.

 

작품 곳곳에는 우리 시대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남자가 언급하는 현대 문화에 대한 이야기나, 여자의 여행 경험담 등은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을 더한다.

 

90분간 이어지는 몰입의 시간

 

『플라뇌르』는 휴식 시간 없이 90분간 진행되는 작품이다. 두 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대화와 연기만으로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특별한 효과보다는 인물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만큼, 관객들은 더욱 깊은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정전 장면에서 펼쳐지는 두 인물의 솔직한 대화는 작품의 백미다. 어둠 속에서 더욱 진실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된다.

 

"잊어주는 것까지가 사랑"이라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는 진정한 사랑과 이별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보게 한다. 상대방을 놓아주는 것, 그리고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며 나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사랑의 완성임을 보여준다.

 

제목에 담긴 철학적 의미

 

'플라뇌르(Flâneur)'는 19세기 파리의 거리를 자유롭게 거닐며 도시와 사람들을 관찰하던 산책자들을 뜻하는 말이다. 문학가들이 주목했던 이 개념은 현대적 도시 경험과 개인의 고독, 그리고 일상 속 발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 속 두 인물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예상치 못한 만남,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깨달음들. 이 모든 것이 현대적 플라뇌르의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소극장이 주는 특별한 감동

 

60석 규모의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펼쳐질 이 작품은 소극장 연극만이 줄 수 있는 친밀감과 따뜻함을 전달할 예정이다. 배우와 관객 사이의 가까운 거리는 작품 속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까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김시율 연출 겸 안무감독은 무용과 연극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두 인물의 내면 여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조승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에 대한 자신만의 따뜻한 시선을 관객들과 나누고자 한다.

 

『플라뇌르』는 바쁜 일상 속에서 진정한 대화를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할 작품이다. 상처받고 때로는 외로운 우리 모두에게 예술을 통한 치유와 진실한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 특별한 이야기가 2025년 9월 관객들과 만나 어떤 따뜻한 감동을 전할지 기대해본다.

 

현재 『플라뇌르』 제작팀은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6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펀딩은 소극장 연극이 가진 예술적 가치를 믿는 관객들과 함께 작품을 완성해가는 의미 있는 과정이다. 후원자들에게는 공연 티켓과 함께 디지털 대본집, 배우들과의 특별한 만남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더욱 깊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

 

텀블벅: https://tumblbug.com/flan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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