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AI 시대에 20대가 느끼는 '낯선 감정'을 그림으로 그렸더니... 시대적 불안을 캔버스에 담다

2025.09.16 11:03:52

에스까페아르, 무의식적 드로잉에서 '페티시즘적 응시'까지 진화한 독창적 회화 세계로 주목
전쟁·기후변화·AI 혁명 속 개인의 심리적 괴리감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동시대성 획득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종로 갤러리 담에서 6년간의 작업 여정을 집대성한 개인전 개최

 

뉴스아트 편집부 |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심리적 괴리감을 독특한 회화 언어로 번역해온 작가 에스까페아르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담에서 여섯 번째 개인전 '낯선 평온'을 선보인다.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90년대생 작가가 평화와 희망의 서사를 주입받으며 성장했지만, 현재 전쟁과 이상기후, 인공지능 혁명 등 예측 불가능한 변화 앞에서 경험하는 실존적 불안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작가는 "작업을 시작한 이래 올해가 개인 서사적으로 가장 큰 폭의 변화를 겪고 있다"며 "일상을 따라잡기엔 변화하는 속도가 이젠 추월해버린 느낌"이라고 현재의 감각을 설명한다. 이러한 시대 인식은 '낯선 평온'이라는 역설적 제목으로 집약되며, 익숙한 것 안에서 발견되는 이질감과 불안 속에서도 찾아오는 묘한 고요함을 동시에 포착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작가만의 독창적인 회화 기법에 있다. 에스까페아르는 최초 무의식적으로 선을 긋는 드로잉에서 출발해, 현재는 수세미, 붓, 손가락 등을 활용해 캔버스 바탕을 임의적으로 만든 후 그 위에서 눈, 코, 입 등의 형태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한다. 이는 의학 용어인 아포페니아의 한 유형인 파레이돌리아, 즉 형태가 없거나 모호한 시각적 자극에서 명확하고 식별 가능한 패턴을 추출하려는 심리적 현상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이를 "마치 하늘에 구름을 마구 흩어 놓고 이미지를 찾는 방식"이라고 비유하며, 자신의 작업이 "비합리적인 절대적 헌신을 향하여 자기 구축적이고 고착화된 충동을 표현할 수도 있는, 자발적인 열정적 추측의 상태"에 도달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보는 행위 자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보여지는 것에 의해, 보여지는 것을 위해 계속해서 보게 되는' 응시의 순환 구조를 구현한다.

 

평론을 맡은 배민영 평론가는 작가의 이러한 작업 방식을 "순수한 페티시즘"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는 피에르 부르디외가 "예술 그 자체가 페티시"라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에스까페아르의 작업이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의 예술을 결합한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낯선 평온'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낯익은 대상에서 낯섦을 느꼈을 때의 섬뜩한 감정'을 주로 의미하는 'uncanny'로 명명한 것은 그 감정에 대한 강요라기보다는 느슨한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체험을 다룬 것을 넘어선다. 작가의 작업은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이 말한 "매우 단호하고 자율적인 개인들이라고 스스로에게 품고 있는 환영의 그림에 대한 집단적 재현의 부차적 효과"와 연결되며, 개인의 경험이 어떻게 시대적 보편성을 획득하는지 보여준다. 작가가 경험하는 개인적 변화와 불안이 결국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감각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 과정 자체도 흥미롭다. 초기 드로잉적 요소가 강했던 종이 작업에서 아크릴을 잔뜩 묻힌 붓으로 작업하며 선과 면이 결합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강제적 즉흥성이 주는 스트레스와 반복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자유로운 바탕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감각적인 물질성'과 지각하는 정신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에스까페아르의 작업이 제시하는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은 힐링 담론에 대한 우회적 접근이다. 작가는 응시와 집중을 통해 캔버스를 사랑하는 방식을 통해, 그림이 '힐링'이라는 보편화된 이상에 감히 도전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시대를 반영하고 그 안에서의 괴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예술이 단순한 위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복잡성과 모순을 직시하게 하는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는 안소현 독립 큐레이터가 기획했으며, 강원특별자치도와 강원문화재단이 후원한다. 갤러리 담(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에서 오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기간 중 휴무일은 없다. 디자인은 스튜디오 켄신이 맡았으며, 문의는 02-738-2745로 가능하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실존적 불안과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 한국 미술이 어떻게 시대의 감각을 포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아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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