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재단 대표이사란 무엇인가?

2024.07.29 11:34:03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7월 24일, 뉴스아트는 성북문화재단 서노원 대표이사를 만났다. 미아리하부공간 미인도의 <동네예술광부전>이 열리지 못하게 된 이유와 미인도 운영 협약이 종결된 이유, 그리고 전혀 소통하지 않는다는 공유성북원탁회의와 협동조합고개앤마을의 주장에 대하여 서대표 쪽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행정가인 서대표의 입장은 공유성북원탁회의나 협동조합고개앤마을과 사뭇 달랐고, 지금 바로 적용되는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서대표와의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각색한 것이다.

 

<동네예술광부전>이 열리지 못했다. 내부 행정 절차가 늦어지면서 작가 선정 등에 혼란이 발생한 것이니 재단에 책임이 있는데, 전시회가 불발되면서 예술인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지 않은가?

 

최종 의사 결정을 위한 내부 행정 절차가 늦어진 것은 인정한다. 그로 인한 피해가 있었다면 함께 논의해 보상 방법을 찾아볼 기회는 있었다. 재단 예산으로 진행되는 전시인만큼 작가 선정과 관련해서 우리도 나름대로 고심을 많이 했다. 재단대표로서 나는 실무자들과 논의하여, 예산집행 의도에 맞도록, 이번에 참가하면 4번 전시에 4번 모두 참여하게 되는 작가 두 명을 대신하여 다른 작가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검열이니 배제니 하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그렇다 해도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닌데, 갑작스러운 결정인만큼 이번에는 대표이사 재량으로 양보하고 내년부터 적용한다던가 하는 다른 방법은 없었나? 

 

재단 예산으로 진행하는 행사이니만큼 재단의 방침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름의 사정이 있다면 개별적인 만남을 통해 좀 더 이야기해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개앤마을 쪽에서는, 대표이사 지시사항이라고 하자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 이 사실을 바로 공표하고 "검열", "차별", "배제", "블랙리스트" 등의 극단적인 단어를 써가면서 우리 재단과 직원을 비난하고 낙인찍었다. 이는 부적절하고 불필요하며 부당한 행위이다. 

 

그래서 대화하지 않은 것인가? 고개앤마을에서는 성북문화재단과 일체 소통과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대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고개앤마을에서 요구하는 것은 당사자간 면담이나 대화가 아니라 공개토론 방식이다. 그것은 대화가 아니다. 극단적인 단어를 쓰며 공론화한 시점에서 이미 대화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가 미인도 운영협약 종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보복성으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취임 이후, 기간과 규정이 각각 다른 상태로 일관성 없는 각종 협약서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자동 갱신되는 방식도 문제라고 생각해서 연장 필요를 검토한 후 서면 합의로 갱신되도록 하였다. 하지만 기존 협약은 만료될 때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미인도 운영 협약은 7월 22일로 자동 종료되었다. 여기에 협약 "파기"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쓰는 것은 부당하다. 

 

공유성북원탁회의 기자회견문 가운데 재단이 "성북문화재단 사업에 3년 이상 참여한 주민과 단체는 무조건 배제"하라고 했다는데, 무슨 뜻인가?

 

그 표현은 온당치 않다. 대표이사는 결정된 사항에 결재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새로 대표이사가 된 사람이 자기 지향성을 가지고 단체와 협약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에 대표이사 임기 3년을 기준으로 협약 상황을 보고하고 검토하자고 한 것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자동갱신하지 말라고 했지, '무조건 배제'라는 표현은 쓴 적이 없다. 


협약에 따르면 미인도는 지난 월요일(22일)로 운영 종료되었지만, 고개앤마을은 아직 사용 중이다. 자동 갱신되던 방식이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행정예고처럼 미리 하지 않아서 더 당황스러운 상황인 것 같다.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미리 이야기되었으면 좋았겠지만, 표준협약서 작업이 완료된 것이 지난 5월이다. 공교롭게도 미인도 운영협약이 표준화 작업의 첫 사례가 된 셈이다. 나는 재단대표로서, 원칙적으로 일하고 책임을 질 생각이다. 구의회 행정감사에서도 미리 이야기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하였다. 하지만 재단대표이사 입장에서 다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고, 문제 없음으로 종결되었다. 


고개앤마을은 재단대표이사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거버넌스에 의해 운영되던 방식을 다 깨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타의 모범이 되던 성북구의 거버넌스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재단 예산으로 운영되는 재단 소유 공간은 아무리 거버넌스라 해도 이사회 보고 및 동의를 얻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 대표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바뀌지 않게 하려면 더더욱 그렇다. 미인도는 한 단체가 7년 동안 운영해 왔다. 그 단체가 반드시 지역주민을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고, 따라서 다른 단체에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고개앤마을이 미인도를 계속 운영하고싶다면 이후 공모에 응하면 된다.   

 

기자회견문에서는 "(시민참여로 만들어진) 운영위원회는 비효율적이고 권한이 과도하니 재단 중심의 자문위원회로 전환"등을 재단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거버넌스 조직의 권한이 과도하다는 건데, 근거가 있나?

 

그렇다. 검토해 보니 프로그램 예산이나 공간 제공 등 운영위원회에 주어진 권한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운영위원 추천을 기존 운영위원이 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운영위원 구성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운영위원회 2개를 재단 책임의 자문위원회로 병경할 것을 검토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 운영위원의 임기나 역할은 그들이 원할 경우 존중하도록 한 바 있다. 

 

그동안 거버넌스에 기여해 온 고개앤마을과 공유원탁회의 등을 재단 측에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너무 행정가 입장에서 진행하는 것은 아닌가? 거꾸로, 재단이 입맛에 맞는 단체와 협약을 맺기 위해 이런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성북문화재단의 대표이사 공개채용에서 행정가인 내가 선발된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 봤다. 취임 후 여러가지 상황을 둘러보면, 성북문화재단이 지금 행정가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싶다. 나도 2012년에 서울시 문화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그 당시 소외되어 있던 민간 단체와 지역 예술인을 포함하는 거버넌스 방식에 동의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지역의 협회나 단체들이 소외되어 있다. 한 방향으로 가면서 생긴 크고 작은 문제들을 조화롭게 해결해나가는 것이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라고 본다. 


(편집자주: 불과 1년 사이에 성북문화재단은 대표이사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2020년 5월에 취임한 이건왕 대표이사가 2022년 연임되었지만 임기를 채우지 않은 채 사직하고 영등포 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옮겨가면서,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이 됐다. 이에 2022년 12월 7일, 당시 재단 이사로 있던 한재헌 성북구청 행정문화국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수행했다. 서대표는 공개모집을 통해 2023년 9월에 성북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에 예술인의 권리, 자유를 모두 침해한 불공정행위로 서노원 대표이사를 포함하여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겠다고 예고한만큼, 성북문화재단에서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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