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선언식에서 받은 15년 전 작품의 저작료

2023.02.10 03:49:22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2월 29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가 있었다. 음악처럼 영상물도, 반복상영될 경우 창작자가 정당한 저작권료를 받게 하자는 것이다.

 

 

영화배우 겸 감독인 유지태씨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는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윤제균 감독, 장항준 감독, 김은희 작가 등 다수의 창작자들과 유정주, 황보승희, 홍익표, 민형배 등 다수의 국회의원, 그리고 영상저작권 개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함께 한 수많은 창작자 조직과 단체들이 함께 했다. 

 

저작권법 개정과 함께 방송실연자와 연기자들의 100조 3항 저작인접권 개정안도 함께 추진된다. 2012년부터 이를 추진해 온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는, 지난 해 12월 임오경 의원과 함께 공청회 등을 열고 해당 법조항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유지태 감독은 '작품의 이용이 지속되는 한 보상 또한 지속되어야 한다'는 정당한 보상의 원칙을 천명하며, 저작권법 개정은 영화 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창작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요지의 지지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 낭독 뒤에는 해외에서 발생한 저작권료 일부를 지급하는 행사가 있었다. 

 

 

한국 영화감독들은 그동안 '잃어버린 권리'를 찾기 위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노력했다. 이에 많은 국가에서 지지성명서를 발표했으며, '영상물 공정보상제도'가 확립된 프랑스, 스페인, 아르헨티나, 콜럼비아 등의 나라에서는 한국 창작자들의 저작료를 수집하여 보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는 한국 창작자들을 정당한 권리찾기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자발적으로 한국의 영상 콘텐츠 상영으로 인해 발생한 저작료를 보내왔다. 이번에 지급되는 저작료는 스페인으로부터 1억 426만원(2016~2021년분), 아르헨티나로부터 6461만원(2021년~2022년분)이다.

 

 

오늘 행사에서 이를 500명의 감독들에게 지급하였다. 수천 원이라는 작은 돈에서 수천 만원이라는 큰 금액까지 다양했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저작료를 받고 알게 된 자신의 권리와 자부심이었다. 

 

 

감독이 다음 작품을 할 때까지 최소 3년에서 4년이 걸린다. 이런 혜택이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해외 저작료를 받으려면 단계가 많고 복잡해서 개인이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법이 개정되길 바란다. 인재는 먹고살만한 곳에 몰린다. 이 제도가 확립되면 영상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10~20년 전에 외국에서는 영화 하나만 잘 돼도 먹고산다는 말을 듣고 동화같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15년 전 작품을 아르헨티나로부터 정산을 받는다니 적은 금액이지만 인정 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임순례 감독)

 

단편 감독이기도 해서... 상영보상은 처음 받는다. 권리찾기에 앞장서 준 선배들에게 감사한다. 함께 하겠다.                                                             ('혼자 사는 사람들' 홍성은 감독)

 

우리들의 저작권법 개정에 대한응원비로 알고 응원비로 쓰겠다     

                                                         ('라이터를 켜라' 장항준 감독, '명량'의 김한민 감독)

 

1987년에 만들어진 영상제작물특례규정은, 영상물 제작시 모든 저작권을 제작자에게 양도하게 되어있다. 이 법은 영상콘텐츠 시장이 열악했던 시절 제작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로 인해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는 영상물 반복 상영으로 아무리 많은 수익이 발생해도 계약된 금액이나 인센티브 이외에는 그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K콘텐츠 저작료를 국내로 들여오는 데도 장애로 작용한다. 해외 저작료를 국내로 들여올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서 그것이 국내 창작자에게 간다는 것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적 저작권 협약인 베른협약에 의하면 해외 저작료 지급은 '영상물 공정보상제도'에 입각하여 영상 창작자에게 저작료를 지급하는 나라에 한해서만 지급된다. 그래야 한국에서 발생하는 해외 저작물에 대한 저작료도 해외 창작자에게 원활하게 지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연간 450억 원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K콘텐츠 저작료도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저작권료가 소실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2022년 8월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상임위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이날 배포된 자료에 의하면, 영화감독 평균 연봉은 1800만원이며 시나리오 작가의 평균 연봉은 1000만원, 영화스탭의 평균 연봉은 3000만원이라고 한다.  


  

 

이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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