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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인맥 안보는 블라인드 채용 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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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예술계에서 학벌과 인맥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래서 대학입시에서는 지원자의 서류는 물론, 심지어 얼굴까지 가리고 선발하는 방법을 쓰기도 하였다.  다른 분야는 어떨까? 

 

수년 전에 학벌보다 실력으로 인재를 선발하자는 취지로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학력과 경력, 인적사항을 가리고 면접을 통해 우수 인재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같은 학교 혹은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이전에 좋은 회사를 다녔다는 이유로 가산점을 받을 수 없다. 역으로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류 심사에서 탈락되는 일도 없다. 어떤 수업을 들었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자기소개서 혹은 면접질문을 통해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평가한다.

 

공공기관 '의무'였던 블라인드 채용, '적용'으로 바뀌다

 

이러한 블라인드채용은 공공기관에서 2017년부터 '의무'였지만 2022년 11월부터는 '적용'으로 바뀌었다. 2022년 10월 대통령 윤석렬이 제1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우수 연구자 확보를 가로막은 공공기관 블라인드를 우선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2년 기준 연구개발 목적기관 75곳 중 30여곳이 새로 만들어진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여 블라인드 채용을 폐지하였다고 한다. 

 

이에 교육시민단체인 ‘교육의 봄’은 블라인드채용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블라인드채용의무를 법제화 하자는 움직임을 보였다. 4월 24일 현재 1만 1350명이 서명하였고, 600쪽이 넘는 서명명부는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에게 전달되었다. 

 

기획재정부는 전체 채용가이드라인에서 블라인드채용 의무화 방침 자체는 폐지되지 않았고, 일자리 및 균등 기회 평가라는 공공기관 평가 지표 안에 블라인드 채용을 계속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가이드북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공정성 다양성 강화하는 블라인드 채용, 문제는?

 

한편 2017년 블라인드채용이 도입된 뒤, 시중 공공은행 인사담당자들은 직원의 다양성이 강화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한 은행의 정보기술담당 임원 채용 최종 면접에 방송통신대학교 출신의 엔지니어가 추천되어, 블라인드 채용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이나 경력, 연령에 무관하게 지원자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면접 현장에서는 대체 무엇을 근거로 뽑을지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학벌 중시 채용을 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소개서만 잘 쓰면 1차 서류면접을 통과하고 말만 잘하면 2차도 통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면접컨설팅 시장을 확대하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죄가 없다, 채용면접 합리화가 관건

 

이는 채용면접을 합리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재선발과 관련해서는 학술연구 등의 성과를 받아들여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검증된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런 나라들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미 역량과 실력에 기반하여 채용한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이 성과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한 사람을 뽑기 위해 2박 3일간 면접을 보기도 하는 해외 기업과 달리, 우리나라의 공채 문화는 단기간에 많은 인력을 선발하기 때문에 한 명당 주어지는 시간이 길어야 30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공공기관은 인재선발에 예산과 시간을 쓰기가 더욱 어렵다. 

 

잘못 뽑은 인재를 유지 교육, 혹은 내보내는 데에 드는 비용은 선발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뒤늦게 개화한 창의적인 인재에게 공정한 기회를 줄 수 있는 블라인드면접 제도 자체를 흔들어 과거의 학벌중심 채용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검증된 인재선발 방식을 도입하는 데에 좀 더 예산과 시간을 들이는 합리적인 태도가 아쉽다. 손이 아프다는데, 왜 발을 때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