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하 | 재즈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 정수민이 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잔해 (Remnants)]를 들고 돌아왔다. "남은 것들을 정리했다. 사라진 것, 남겨진 것, 그 사이 어딘가에 있던 것들. 기억은 정확하지 않고, 감정은 오래 가지 않는다. 이건 그냥, 그 이후의 소리다." 앨범을 여는 이 짧은 글귀는, 데뷔 이래 줄곧 사회의 소외된 풍경과 인간 내면의 깊은 감정을 탐구해온 그가 도달한 새로운 음악적 경지를 암시한다. 이번 앨범은 사건의 중심이 아닌 그 주변부, 폭풍이 아닌 그 후의 고요함, 기억이 아닌 기억의 흔적을 소리로 그려내는 깊은 사색의 공간이다. 베이스를 든 철학자, 시대를 연주하는 베이시스트 정수민은 현대 한국 재즈 씬에서 가장 뚜렷한 자기 언어를 가진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콘트라베이스라는, 묵묵히 뒤를 받치는 역할에 머무르기 쉬운 악기를 전면에 내세워 시대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왔다. 그의 철학은 2018년 데뷔 앨범 [Neo-liberalism]에서부터 선명했다.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의 주소를 딴 '강남 478'과 같은 곡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처와 도시의 비정한 이면을 서정적인 재즈 선율로 담아
뉴스아트 편집부 | 법률 지식이 부족해 불공정 계약에 발목 잡히는 예술인들을 위해 인공지능(AI) 변호사가 나섰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복잡한 계약서를 누구나 쉽게 작성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반 웹 애플리케이션 ‘예술인 계약서 작성 도우미’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특히 계약 경험이 부족한 프리랜서나 신진 예술가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창작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애플리케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 친화적인 ‘마법사(Wizard)’ 인터페이스다. 사용자가 마치 대화하듯 단계별 질문에 답하기만 하면 계약 기간, 금액, 수익 배분, 권리 의무 등 필수 조항이 누락 없이 자동으로 채워진다. 여기서 AI 어시스턴트 기능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잠재적인 법적 위험이나 독소 조항을 감지하고, 사용자에게 더 유리한 대안 문구를 제안해 주는 방식이다. 또한 회화, 공연, 디자인, 웹툰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조항을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어 계약의 전문성과 유연성을 모두 확보했다. 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계약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
뉴스아트 편집부 | 2025년 10월 15일부터 28일까지 57th 갤러리에서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열리는 칡뫼 김구 작가의 개인전 ‘황무지, 유령의 벌판’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고발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분단된 현실과 자본주의의 폐해 속에서 신음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총체적 파국을 ‘황무지’와 ‘유령의 벌판’이라는 상징적 공간으로 그려낸다. "나는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을 그릴 뿐이다" 칡뫼 김구는 작가 노트를 통해 자신의 예술이 "내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이자 "시대의 모습이자 기록"임을 분명히 한다. 그는 동서양이나 장르,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목격한 세상의 본질을 담아내고자 한다. 작가는 그림의 기원을 반구대 암각화에서 찾으며, 예술의 본질이 감각적 표현을 넘어 공동체의 가치와 삶의 이야기를 구현하는 데 있음을 강조한다. 그에게 그림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말을 붙잡아두는 이미지이자, 이야기 그 자체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은 "분단의 세상이고 문명의 세례 아래 신음하는 인간들이 살고 있"으며, "자본에 휘둘리는 낙오자가 보이고 우리가 만든 가짜희망 우상의 세계이며 그로 인해
뉴스아트 편집부 | 대구 공공 문화시설이 자체 심사를 거쳐 승인한 미술전시를 개막 당일 뒤집고 전시실을 폐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행정당국이 정식 대관 절차를 통과시켜놓고 뒤늦게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 작품에 대한 사후 검열 논란과 함께 공공기관의 행정 무책임이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 중구청 산하 봉산문화회관이 정식 대관 절차를 거쳐 승인한 미술전시회를 개막 당일 돌연 차단하면서 공공 문화시설의 행정 무책임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다. 대경미술연구원이 지난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개최 중인 '내일을 여는 미술, 대구, 미술, 시대정신에 대답하라' 특별기획전시는 작가 19명이 참여해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이 전시는 봉산문화회관이 요구하는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운영자문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 정식으로 대관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전시 개막 당일 회관 측은 일부 작품에 대해 철거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류규하 중구청장이 직접 전시실 폐쇄를 지시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작가 A씨의 '동학의국', '똥광', '팔광' 등 세 점이다. '동
뉴스아트 편집부 |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사장 서인형)이 지난 9월 26일 서울프로모션플랜(SPP) 2025 국제콘텐츠마켓에서 싱가포르 소재 AGOGO ANIMATION PTE LTD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연간 10만 달러(약 1억 3천만원) 규모의 콘텐츠 제작 협력을 골자로 하며,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단순한 국내 예술인 지원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2년 역사의 아시아 키즈 콘텐츠 선도기업과 파트너십 협약 상대방인 AGOGO ANIMATION은 1991년 홍콩에서 설립된 아고고 브랜드의 32년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합작투자회사로, 아시아 지역과 전 세계 키즈 미디어 콘텐츠의 공동제작, 라이선싱, 머천다이징, 배급 기회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AGOGO ANIMATION의 스티븐 칭(Steven Ching) 대표는 영국 레스터 아트앤애니메이션 대학을 졸업하고 50편 이상의 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작한 3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그는 홍콩 TVB 애니메이터, 심천 퍼시픽 애니메이션 총괄매니저, 홍콩 AGOGO STUDIOS 창
뉴스아트 편집부 |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음반 부문 후보에 오르며 2024년 한국 메탈 씬의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떠오른 밴드 머터리얼즈 파운드(Materials Found)가 오늘 오후 12시, 새로운 싱글 '404 Not Found'를 모든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전구》 그 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이번 신곡 '404 Not Found'는 평단의 극찬을 받은 데뷔 EP 《전구 (電球)》의 서사를 잇는 공식적인 후편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겠다"는 포부로 내면의 격정을 탐구했던 전작을 지나, 이제 밴드는 과거의 두려움과 영웅, 삶과 죽음이라는 담론을 넘어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더욱 근원적이고 직설적인 질문을 리스너들에게 던진다. 머터리얼즈 파운드는 더 이상 막연한 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신곡은 '지금 당장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날카로운 한 문장 앞에 우리를 세우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밴드는 이번 신곡을 통해 "404 Not Found—우리는 찾아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찾을 수 없어도, 우리는 찾기 위해 발악한다"는 강력한 선언을
뉴스아트 편집부 | 포토그래퍼 박성규 작가가 '제4회 구미 Galaxy 사진공모전'에서 산업 현장의 역동적인 순간을 포착한 작품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이전 수상작으로 잘못 알려졌던 추상적인 빛의 사진과는 전혀 다른,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 작품은 작가의 폭넓은 예술적 스펙트럼을 증명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수상작은 뜨거운 열기와 기술이 만나는 용접 현장의 핵심을 담아냈다. 사진의 중심에서는 용접 토치가 내뿜는 눈부신 청백색 섬광이 어둠을 가르며 시선을 압도한다. 이 빛은 차가운 금속을 녹여 하나로 잇는 창조의 순간을 상징하며, 주변으로 폭발하듯 흩어지는 오렌지색 불꽃들은 작업의 격렬함과 에너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작가는 거친 산업 현장 속에서 예술적 미학을 발견했다. 정교하게 제어되는 용접 장비, 보호 장갑을 낀 장인의 손, 그리고 가공을 기다리는 금속 부품들이 어우러져 한 편의 잘 짜인 구성을 이룬다. 특히, 혼돈처럼 보이는 불꽃의 궤적 하나하나가 프레임 안에서 조화롭게 흩어지며, 정적인 사진에 놀라운 운동감을 부여한다. 이 작품은 '나의 일터, 일상을 담아봐요'라는 공모전 주제를 완벽하게 해석해내며, 치열한 노동의 현장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
뉴스아트 편집부 |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 문화예술 축제인 '2025 장애인문화예술축제 A+ Festival'의 일환으로, 마음소리예술단 사회적협동조합이 특별한 오페라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발달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예술가들이 주역으로 참여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오는 9월 24일 수요일 오후 4시, 충정로역 모두예술극장에서 단 한 차례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전석 선착순 무료로 진행되어 더 많은 관객에게 감동의 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느리지만 한 걸음씩, '달팽이들의 오페라'가 펼치는 유쾌한 반란 '달팽이들의 오페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에 맞춰 각색되었다. 아리아와 이중창, 합창 등은 이탈리아어 원어로 노래하고, 대사는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발달장애인 연주자들이 직접 기악 반주에 참여하고 전문 성악가와 연주자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조화로운 무대를 만들어낸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18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결혼을 앞둔 하인 피가로와 수잔나가 영주인 알마비바 백작의 '초야권' 횡포에 맞서 재치 있는 계획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유쾌한 이야기다.
뉴스아트 편집부 |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오는 10월 3일 개천절, 부산 화명생태공원 잔디광장이 100여 개의 북소리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풍물굿패 소리결(대표 김인수)이 주최하는 '여덟 번째 100인 북춤, 광장의 풍물굿을 이어가다'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성대하게 펼쳐진다. 2018년 부산시민공원에서 '북춤 100인무'라는 이름으로 첫 울림을 시작한 이 공연은 해를 거듭하며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수없이 반복하고 끊임없이 쌓아올림’으로써 드러나는 풍물굿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 행사는 화려한 볼거리 너머의 깊이 있는 과정을 통해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 호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공연은 관객과 함께하는 길놀이와 천지 고사굿으로 그 성대한 막을 올린다. 특히 천지 고사굿에는 경상도 풍물굿의 '타짜'로 불리는 명인들이 대거 참여해 행사의 격을 높인다. 경상도 북춤의 대가 배관호 명인, 김천금릉빗내농악 상쇠놀음의 손영만 명인, 그리고 김병섭류 설장구 이수자 유대상 명인이 함께해 경상도 성주풀이의 구수한 소리로 참가자 모두의 염원을 담아 하늘에 고할 예정이다. 전국 팔도 풍물굿의 정수,
뉴스아트 편집부 | 국내 최정상급 마스터링 엔지니어 이재수 감독의 프로덕션 레이블 ‘리버맨 뮤직(Riverman Music)’이 새로운 기획 앨범 'soundscape_mindscape 1'를 오는 10월 19일 CD, 카세트테이프,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스튜디오의 방음벽을 허물고 서울과 속초, 그리고 제주의 특정 공간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곳의 울림과 숨결 자체를 음악의 핵심 요소로 삼은 야심 찬 음향적 탐험이다. 리버맨 뮤직은 이재수 프로듀서가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넘어, 음악의 기획부터 녹음 방식, 최종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뚜렷한 음악 철학을 담아내는 프로덕션 레이블이다. 이번 앨범은 스튜디오라는 통제된 환경을 벗어나 대한민국 곳곳의 비범한 공간이 품은 소리를 음악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야심 찬 프로젝트로, 리버맨 뮤직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앨범의 기획은 24년 전, 이재수 프로듀서가 포크의 거장 김두수의 4집 <자유혼> 앨범을 녹음하던 시절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당시 스튜디오가 아닌 텅 빈 공간에서 단 두 개의 마이크로 포착했던 소리의 생생함과 공간 자체가 지닌 독특한 울림은 그에게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