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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상담소 운영하는 대중음악가수 고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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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경의 음악상담소, 보이는 라디오로 발전
한 페이지로 한 시간 연주 가능한 세계적인 재즈 음악가도 출연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고효경의 음악상담소가 최근 송출한 방송에는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인 이영경씨와 박현주씨가 출연했다. 1시간 반 동안 다른 곳에서는 듣기 어려운 즉흥연주가 계속되었다. 음악방송 1년 경력으로 이러한 섭외와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

 

 

한 페이지 놓고 한 시간 이상 연주가 가능하다는 예술인을 개인 방송에 모시는 이 재주 좋은 예술가가 사는 법을 들어봤다.

 

다수의 앨범을 발매한 바 있는 22년차 대중 가수 고효경씨에게도 코로나 시기는 어려웠다. 레슨, 강의, 공연, 음반 작업을 꾸준히 해 왔음에도 여전히 경제적 자립이 어려웠는데 코로나까지 닥쳤기 때문이다.

 

쓰리잡 포잡까지 하는 와중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까지 겹치면서 공황장애를 겪을 정도였다. 이 시기 그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은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는 음악 방송 진행이었다.

 

 

1년 전, 지인이 외국에서 유행하던 클럽하우스 형태로 방송을 해 볼 것을 권했다. 지인의 격려에 힘입어 어플을 사용하는 낯설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는데, 이것이 뜻하지 않게 세상과 고효경씨를 연결했다고 한다.

 

“낮에 반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 공연을 했어요. 피로에 쩔어 얼굴이 퉁퉁 부은 게 공연짤이 되어 퍼질 정도였어요. 곧 한계가 왔지요.”

 

간신히 영혼을 붙들고 버티는 예술인이 대다수일 것이다. 고효경씨도 그랬다. 그래도 젊었을 때는 버틸만 했다. NGO와 콜라보하여 알래스카, 인도, 아프리카, 뉴질랜드, 스리랑카 등 소외된 지역에 학교나 심장재단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원정 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그 때는 현실적 계산보다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함께 하며 노래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했다.

 

어느 순간 한계를 느끼고 요즘 말로 ‘현타’가 왔다. 직업이라고 생각되는 일에서는 기본적인 소득도 발생하지 않고, 따로 찬 주머니가 있지도 않고, 은행에서 대출은 커녕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정책 변화에 따라 주거불안도 극심했다.

 

 

음악방송에서 이런 현실을 털어놓았다. 아르바이트 계산대에서 학부모를 만나 당황했던 이야기, 음식물쓰레기에서 느낀 모욕감...

 

“반찬가게에서 일할 때,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이게 얼어서 잘 안 쏟아지는 거예요. 막 흔들었더니 쑥 빠지긴 했는데, 살얼음 같은 것이 얼굴과 온몸에 튀었어요. 더러운 것도 더러운 거지만... 가늘고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너무 아팠어요. 그리곤 너무너무 비참한 거예요. 나는 뭔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비루해 보일 수 있는 이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게 되었는데 청중들이 공감하면서 위로를 해 주니 정말 힘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칩거하던 예술가들을 방송에 초대했다. 12명이 한꺼번에 출연해 4~5시간 방송하기도 했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털어 놓으면 또 아무 것도 아니고 서로 힘이 되기도 하고 그랬다.

 

이렇게 시작한 방송이 카카오 음, 스푼, 흐름드 살롱 등 기타 플랫폼에도 진출했다. 코로나 시기 공연이 취소되면서 남는 시간에 읽고 본 책, 영화가 방송 콘텐츠 작성에 도움이 됐다. 출연자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를 준비하여 송출해서인지 방송평이 좋았다. 짧은 기간에 빠른 속도로 청취자가 늘어 COEX 등의 오프라인 공연에 연결해서 송출하기도 했다.

 

 

방송이 계기가 되어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도 할 수 있었다. 서울문화재단과 조인해서 한 공연을 위해서는 달빛사람들 외 1곡을 새로이 발표했다. 공연 수익금을 기부할 수도 있었다.

 

청취자가 900명 정도 되니 개인적인 브랜딩 효과는 물론, 방송에 초대된 예술인들의 브랜드도 높아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 가운데 60명 정도의 청취자들과는 오픈 톡방을 만들어 거의 매일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다. 코로나 덕분에, 개인 음악 방송 덕분에 생긴 새로운 가족이다.

 

고효경씨는, 경제적인 문제는 여전하지만 적어도 코로나 블루스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예술가들이 현실문제를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겐 아직 예술이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걸핏하면 취소되는 스케줄,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대가, 투잡 쓰리잡으로 서서히 망가지는 몸에도 불구하고 예술혼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고효경씨가 생각하는 예술인이 사는 법은 뭘까?

 

“(예술을) 우리 정도로 하는 사람은 정말 많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왔잖아요. 그 근성으로 서로 연대하고 공조해야 해요.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물어보고 도와가면서 적응하면 나아질 수 있어요.”

 

뭐라도 시작하고, 어떻게든 연결하고, 서로 도우며 신뢰를 쌓고, 그게 희망이 되고,  고효경이라는 예술인은 그렇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