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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초청 당일 취소한 한중수교 30주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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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석 추가 좌석 만들 수 있었는데도 200명 실망시킨
문화체육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8월 24일(수) 롯데콘서트홀에서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음악회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주최로 1500명의 관객이 무료 초청된 대규모 공연이었다. 

 

공연 당일 문자로 200여 명 초대 취소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당일에 초청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받은 사례가 <한중협회>라는 민간단체에서만 200여 명이나 발생하였다. 이에 뉴스아트에서는 문체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을 통해 경위 파악에 나섰는데, 이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홍보대행사의 실수라고 하였다.

 

문제는 서로의 말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보대행사는 진흥원에서 한중협회 행사초청 인원을 20명으로 줄이라는 연락을 8월 12일(금)에 받았다고 하는데, 진흥원은 8월 10일(수)에 연락하였다고 한다. 문체부는 8월 8일 일반에게 공연 예매를 공개했는데, 이후 16일에는 추가오픈까지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중협회 명단 200명은 고려되지 않았던 것인지, 나중에 어떤 특별한 상황이 발생한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한중협회에 따르면, 홍보대행사에서는 이 중대 사안을 <한중협회>에 "문자"로 전달하면서 한중협회 전체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협회부회장 초대 인원이 20명으로 결정되었다고 전했다고 한다. 홍보대행사에서는 이후 이 중대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3일 전 인지하고 문제해결 요구했으나 묵살

 

이로 인해 한중협회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은 음악회 불과 3일 전인 8월 22일(월)이었다. 이날 아침 한중협회는 궁금해하는 회원들에게 자체적으로 초대 문자를 발송하고, 왜 초대문자를 발송하지 않는지 홍보대행사에 문의하면서 비로소 말도 안되는 이 상황을 알게되었다. 한중협회는 이제와서 초청 취소는 말이 안된다고 문제해결을 요구했고, 홍보대행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듯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행사 전날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다급해진 한중협회는 실무자와 장관 면담을 요구하였지만 끝내 그들과 연결되지 않았고, 대행사는 당일 오후 3시 40분에 취소 문자를 발송했다. 취소문자에는 "공연장이 협소해서"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가 적혀 있었고, 문체부도 진흥원도 아닌 홍보대행사 다울스토리 이름으로 발송되었다. 

 

 

오후 2시 경 이해할 수 없는 문자를 받은 사람들이 한중협회와 대행사 등에 전화 문의를 했고, 그제야 부랴부랴 취소표 수배에 나선 대행사는 60석 정도의 좌석을 확보하여 개별적으로 연락한 사람들에게만 다시 오라는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공연 시작을 2시간 정도 앞둔 시간이라, 운좋게 연결이 된 소수의 사람들 또는 취소 문자를 무시하고 현장에 나타난 사람들만 여기저기 흩어진 좌석을 얻어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일관성 없고 무책임한 행사 진행에 대하여 문체부와 진흥원은 이 상황을 자신들도 몰랐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뉴스아트는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

 

주최측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했다면 400석 확보할 수 있었다

 

주최측은 2036석 규모의 롯데아트콘서트홀 가운데 1400석만 사용할 수 있기에 취소된 200명의 좌석을 추가로 확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좌석이 줄어든 것은, 홍보영상용 스크린을 드리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명을 위해 스크린을 포기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말에는 콘서트장 쪽에서 허락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스크린은 공연 전에 철수되었고 스크린이 철수된 이후에도 관객은 계속해서 입장하였다. 

 

 

무대 오른쪽 측면 비워진 RP석은 2016년 박동용 당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기획실장이 선택한 가성비 최고의 자리이다. 무대 연주가 반사판을 통과해 최상의 블렌딩을 만든다는 평을 들은 자리다. 맞은 편 LP석도 명연주를 들을 수 있다면 관객이 마다하지 않을 자리다. 주최측은 스크린이 철수된 뒤 관객을 입장시킬 수는 없었을까? 양해를 구했다면 얼마든지 기다렸을 클래식 애호가들이다.

 

실제로 뉴스아트가 롯데콘서트홀 대관담당자에게 물어본 결과, 스크린을 올린 뒤 관객을 입장시킨다면 스크린으로 인해 소실되는 좌석 200개 정도를 제외한 1800석 정도의 좌석을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진흥원의 여현경 팀장은 "공연 좌석 추가 오픈을 위해 롯데콘서트홀에 간곡히 요청드렸으나, 안전 운영관리 문제로 롯데 측으로부터 최종 거절되었습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롯데측을 설득하기에는 진흥원 쪽의 절박함이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또한 빈 좌석도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1층 가장 앞자리에 빈자리가 많았고, 무대 양 옆에 잘 보이지 않는 2층 좌석도 많이 비어있었다. 문체부 담당자인 소희영 사무관은 "손님 모시면서 잘 안보이는 자리에 모실 수 없다"면서 좋은 자리만 남겼다고 했다. 2층은 시야가 가리는 좌석이 있으니 비워둔 모양이다. 하지만, 당일에 초대를 거부당하는 것보다는 시야가 가리더라도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해 주는 것이 오히려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이번에도,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가 없다?


진흥원의 여현경 팀장은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여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어떻게 책임을 묻겠냐는 질문에는, 하반기에 많은 행사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행사에서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제외하고 계속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애매하게 답변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문제를 일으킨 쪽에서는 피해를 본 측에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다.  

 

문제를 해결할 기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는 곧 주최측의 무감각과 무례함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는 말이다.

 

뉴스아트의 당일 취재로 밝혀진 것만도, ▲한중협회에서 주최측 요청에 따라 순차적으로 200명이 넘는 초청자 명단을 보냈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20명으로 줄이라고 통보한 것, ▲한중협회에서 언제쯤 초대 문자를 발송할 거냐고 여러 차례 물어도 답변하지 않은 것, ▲사고를 인지한 한중협회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3일 전에 요청했음에도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것, ▲하루 전 문체부 장관실 민원 담당자가 이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보고되지 않고 행사 담당자도 당일까지 인지하지 못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비상상황에서도 취소표 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당일 취소라는 모욕을 겪은 사람들의 숫자를 상회하는 노쇼 좌석으로 공연한 것, ▲행사 당일 비워둔 좌석을 개방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스크린 문제나 안전 문제 등을 언급하며 애매하게 답변한 것, ▲미리 취소표를 확인하여 표를 최대한 확보하려 하지 않고 공연 2시간 전에야 취소표를 주겠다고 하면서 이 사실을 뒤늦게 일부에게만 알려주어 더 큰 혼란과 불공평을 야기한 것 등이다.    

 

 

한중수교 30주년의 아름다운 연주는 진흥원의 관리 소홀과 무감각으로 수많은 신뢰를 저버리고 상처를 주면서 마무리되었다. 문체부는 이 문제에 대하여 진흥원에게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부담은 민간에게, 생색은 공공기관이

 

국가 행사에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초대했는데, 당일날 좌석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주최측의 초청 좌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민간단체의 좌석을 모두 없애버리는 일을 납득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그 단체는 한중관계에 많은 기여를 하여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긴급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큰 대가 없이 선의로 해결해 온 단체이다.


한편 이 일로 인해 회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큰 타격을 입은 <한중협회> 이성우 회장은 "이 쯤 되면 진흥원장이든 문체부 장관이든 사과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회장은 이 모든 과정을 이메일로 보관하고 있으므로 전후 사정을 따져 철저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한중협회는 지난 월요일부터 모든 업무가 마비된 상태에서 공연 관람을 추천한 협회와 협력 단체 회원들에게 일일이 사과하고 해명하느라 이번 주 남은 시간마저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신뢰로 먹고 사는 유관 단체들이 입은 타격을 회복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뉴스아트는 한중협회 입장이 들어오는대로 추가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