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원의 ‘밤과 산, 길’ 사진전이 지난 8월23일부터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동물사진가 박찬원은 못 하는 게 없다. 사진가이자 수필가며 수채화가다. 모두 동물이 주제다.
동물을 찍어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동물에 매달려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동물을 통해 생명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되새기고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것이다.
그는 40년 가까이 대기업 임원으로 일했다. 퇴임한 후 8년 전부터 사진을 했으나 오랫동안 마케팅 전문가로 일한 덕인지 사진 접근방식이 치밀하다. 하나의 관심 가는 주제가 정해지면 2년간 100번의 촬영을 진행하여 책과 전시를 만들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다.
그동안 말, 돼지, 소 등 가축을 주제로 열두 차례의 전시를 열었는데, 이번에 보여 준 소 사진은 소의 초상과 일상을 보여 준 지난 전시와 달리 소의 형상을 통해 작가의 사유가 들어간 추상이다.
작업도 주로 야간에 진행했다는데, 어둠 속에서 드러난 역광의 선은 산이 되고 길이 되었다.
소의 등은 산 능선이 어우러진 산수도를 연상시킨다.
젓소의 태반에 나타난 실핏줄은 마치 지구본 같았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또 하나의 운명인 것이다. 지구본은 소우주(小宇宙)인 셈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미지는 어둠 속에 비친 소의 눈동자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슬퍼 보인다. 인간을 위해 죽도록 일만 하다 몸둥이 마저 인간의 먹이가 되어야 하는 소의 짓궂은 팔자가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박찬원의 ’밤과 산, 길‘은 작가의 동물에 대한 깊은 사유의 결정체이자 ’소우주‘이다.작가의 삶과 사진, 사유가 빛나는 전시다.”는 사진비평가 최연하의 말처럼 동물 사랑에 의한 교감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박찬원은 작가노트에 ‘사진은 기다림이다’라고 적고 있다.
‘빛을 기다린다’. ‘어둠을 기다린다’, ‘사건이 벌어지길 기다린다’. ‘생각이 솟아나길 기다린다’.
이런 일련의 기다림에서 만난 소는 행운이란다.
소를 만난 것이 행운이다. 소(牛)에서 길(道)을 찾는다. 소(牛)에서 사진을 찾는다. 소(牛)에서 나를 찾는다.
전시는 9월4일 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