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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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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살짝 고개 들던 서민경제가 이태원 참사로 다시 초토화 되어 서민들이 고통받는 동안, 조용히 부동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정책에 대하여 젊은층이 가장 불만스러워 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다면 마음의 각오를 하거나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갑자기 변한 제도의 혜택을 보는 사람이 불규칙하게 돌출하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상대적 박탈감도 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대출 이자율 관련해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 관련 규제가 또 변한다.

 

정부는 내달부터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허용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최근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규제 지역을 과감하게 해제하겠다'고 하였다.

 

현재 투기,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구입목적 주담대는 금지돼 있었다. 내년 초에 완화할 예정이었으나 부동산 경기 과열이 가라앉은 것으로 판단해 12월 초로 앞당겨 시행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과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저해하는 규제 완화이다. 그래서 지금 집을 처분하고 갈아탈 계획이거나 현재 무주택자인 사람들을 실수요자로 간주하여,  최대 6억원 한도 내에서 70%까지 LTV를 우대한다.

 

이 규제 완화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계산하기 편하게 14억원 아파트를 생각해 보자. 아파트를 갈아타기 위해 50%를 대출 받으면 나머지 7억 원을 현찰, 혹은 지금 사는 집의 매매대금에서 세금을 제외한 돈으로 마련해야 한다. 무주택자라면,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니 입주자금이나 세금을 제외하고도 최소한 8억원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규제 완화는, 현찰 혹은 자산이 7억~8억 원 이상이고 6억~8억 원 이상의 고금리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입원이나 후원자가 있는 사람들에게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하는 정책이다. 


계속해서 부동산 정책을 흔들면 차분히 미래를 대비하는 성실한 사람들은 닭쫒던 개가 되고, 현금을 쌓아두거나 동원할수 있는 자산계층이 알짜 부동산을 차지할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을 이제는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러니 정책담당자들은 이제 수고를 멈춰도 된다. 

부동산 정책 그만 흔들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는 이미 다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