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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 10년, 문제는 다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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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온라인 방식으로 운영된 예복 10주년 포럼
발표 내용 및 쟁점 간단하게 요약 정리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지난 23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10주년 기념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폐쇄적 온라인 방식으로 미리 신청한 선착순 100명에게만 줌 링크를 공유하여 개최되었다. 그래서 포럼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내용들이 이야기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단 4시간 동안 이야기되기에는 너무 이질적이면서 다양한 주제가 모두 포럼에 포함되었고, 각 발표 및 토론자도 17명이나 되었다. 이로 인해 발표와 토론이 구분되지 않고 '빨리빨리' 진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줌 회의 시스템은 본래 청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마이크를 잡고 직접 발언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제대로 운영되면 쌍방향 소통을 하기에 적절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소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결과적으로 보면, 유튜브를 통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생중계하여 누구나 볼 수 있게 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나았다.  

 

예술인복지재단의 책무 너무 복잡다양

 

현장에 참석했던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서인형 이사장은 예복에게 주어진 책무가 너무 복잡하고 층위가 다양하여 생기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예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태동된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기사 부담 두 배 혜택 절반 예술인고용보험 2년 참고)

 

예복 10주년 포럼 동영상이 공개되기를 기대하면서, 자료집을 기반으로 포럼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핵심만 간단히 정리해 본다. 

 

 

<발표1 - 예술인 복지정책의 현황과 과제>

 

먼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미투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에 대하여 성찰했다. 특히 재난 사회에서 예술의 사회적 지위 및 예술의 생존과 공존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시대이며, 이를 통한 예술의 생태적 공진화 예술의 존재와 가치를 재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다. 

 

예술인복지법 적용 대상은 예술활동증명 완료자가 아니다

 

- 토론1 예술활동 증명 

박경신 이화여대겸임교수는 법적 관점에서 예술인복지법의 적용대상을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자로 한정한 것은 법취지에 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 토론2 예술인복지법

박성혜 한예종 한국예술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불공정 문제 개선 업무는 예술인복지법보다는 예술인권리보장법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의 예술인 관련 업무는 예복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복과의 직무 관계가 중요함을 지적했다.

 

-  토론3 성평등한 예술환경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는 성평등 관점에서 지난 10년의 예술인복지정책을 되돌아보고 불평등성과 이로 인한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표2 - 권리로서 예술인사회안전망>

 

김태완 빈곤불평등연구실장은 예술인의 빈곤 현황을 소개하고, 사회안전망에서 예술인 고유의 욕구와 특성에 따른 지원을 위해 예복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안정적 예술인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과 지역사회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문체부와 예복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용보험 납부 및 구직급여 지급  기준은? 

 

- 토론1 예술인고용보험제도

근로복지공단 이근열씨는 예술인고용보험제도 운용 현황, 쟁점, 개선방향을 소개하였는데, 예술인의 법적 정의가 어렵다는 점 외에 용역 수입의 통합관리와 절차 간소화 등 다수의 긍정적인 개선 방향을 소개하였다. 다만 구직급여 지급에 대해서는 기준 등과 관련하여 충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 토론2 예술인사회안전망

림지언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예술인 4대보험 시행을 촉구했다. 그는 원로들에게만 주어지는 회비면제 등의 혜택은 복지가 아니라면서,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 책임을 강조했다.

 

 

<발표 3 - 복지인가 지원인가>

차민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창작준비금, 예술인파견지원사업 등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항목별로 살폈다.

 

창작지원금은 복지사업인가 예술지원인가?

 

- 창작지원금

창작지원금은 예술창작 준비기간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경비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당장의 생계문제를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2014년 예술인긴급복지제도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2015년에 복지부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다시 창작지원금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소득이 주요 지급 기준이기 때문에 생계지원으로 비쳐지며 지속적으로 중복 사업 논란의 대상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고보조금 사업임에도 영수증 정산이 없고 활동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수혜자가 매년 2%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없어 지적받고 있다는 것이다.

 

- 예술인파견지원사업 

예술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장한다는 목표의 사업으로, 경력단절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 데에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속성이 떨어지고 예술인과 비예술인 사이의 갈등이 적지 않아 경제적 목적이 부각되기도 한다. 

* 편집자주: 이 사업은 민간 비용으로 할 일을 공공기금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문제도 있다.

 

 

예술인복지 제도화가 가져온 관료적 편의주의

 

- 토론1 예술인복지 제도화가 가져오는문제

예술인소셜유니온 김상철 운영위원은 제도화로 인한 관료주의를 지적했다. 같은 사업을 이름만 바꾸는가 하면(창작지원금 사례), 핵심 사항을 빼서 실행이 어렵게 하는(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조항 삭제) 등, 예술단체와 협의하여 법안과 제도를 만들었지만 실제로 시행될 때는 관료적 편의주의로 흘러버렸다면서 거버넌스가 무책임으로 둔갑한 상황을 지적하였다.

 

-  토론2 장애예술계획과 복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오세형 전략기획부장은 장애인예술에 대한 지원은 매우 열악함을 지적했다. 문체부에서 마련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기본계획 키워드인 창작지원, 일자리와 자립, 접근성 확대, 전문예술교육 등에 대한 구체적 요구사항을 언급하면서 이런 지원들이 기존 장애인 지원제도와 충돌하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 토론3 지역 예술인복지정책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권오준 예술인지원센터 팀장은 지역 예술인을 지원하기에는 지자체의 재정상황이 열악함을 지적하면서 예복이 지역기관과 협력적인 관계를 맺을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예복 사업 혜택을 지역에서도 불편없이 받고싶다는 지역 예술인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예술인활동증명과 관련하여 지역에서 심의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핵심만 간단히 정리했음에도 짧은 시간에 수많은 주제를 훑었음을 알 수 있다. 심층 토론이나 의견 교환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최근 예술계에서 포럼이나 토론이 빈번하게 열리고 있는데, 시간에 쫒겨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일이 많다. 그래도 간혹 유의미한 한 마디를 건지는 경우가 있으니, 바위에 떨어지는 물 한방울만큼의 보람은 있기를 막연하게나마 기대해 본다.

 

지난 10년 동안 모두 고생이 참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