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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복지국가의 난파선, 예술인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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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발표 '예술인 복지 기본계획'에 대한 예술인들의 생각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2월 14일 제 1차 예술인복지정책 기본계획(2023~2027, 이하 기본계획)을 놓고 토론회가 있었다. 이번 기본계획의 난맥상은 전문예술인 필요성을 논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문서에서도 드러난다. 

 

문체부는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지만 전문적인 예술인보다 예술적 직업성 또는 전업성이 낮은 예술인과 적극적 예산지원이 필요한 전문예술인(예술활동증명 완료자)의 복지법에서 구분하고자 함."이라고 하였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뉴스아트에서는 이런 난맥상 가운데 예술인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을 요약 전달하고자, 김상철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가 발제한 내용을 간추려봤다. 기사 제목은 발제의 제목에서 인용한 것으로 근대 복지국가에서 마땅히 해야할 복지정책의 '찌끄레기'처럼 주어진 예술인 복지 현황을 반영한 말이다.

 

 

다음은 발제 내용이다.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된지 10년이 지나도록 기본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기본계획 없이도 예술인복지정책이 논의되었다. 이러니 '구태여 기본계획이 필요한가' 하는 상황이었다고 판단된다. 기본계획은 예정보다 2년이나 늦은 올해 1월에 발표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이미 하고 있는 것을 계획에 반영한 수준이다. 

 

예술인 복지에 '예술'은 없고 '복지'만 있다

 

예술인 복지와 관련된 지원은 2020년 807.4억원, 2021년은 826.2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51% 이상이 창작준비금(창작지원금)에 쓰이며, 30%는 예술인생활안정자금 융자로 쓰였다. 나머지 10%는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 3,3%는 예술인복지재단 운영에 쓰였다.

 

창작준비금은 중위소득 120% 이내인 예술인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인생활안정융자금과 함께 사실상 80% 이상의 예술인 복지 예산이 일반사회복지에 투입되는 셈이다. 예술인 복지에서 '예술'보다는 '복지'가 강조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월에 발표된 기본계획에서 이런 상황에 변화를 주면서 예술인의 권리를 강화하고 예술인의 자율과 독립을 확대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책 제시는 없었다. 

 

정책목표와 그에 따른 과제 나열이 없는 기본계획이라니?

 

기본 방향 및 추진 목표는 '공정'을 지향하는 듯하다. 기본계획의 비전을 'FAIR'라는 이니셜로 제시하였다. 종합적인 예술인 정책(Fully covered), 경력단계별 예술인 맞춤형 정책(Available to all artists), 범정부 다양한 주체의 협력(Interconnected governance), 정책의 다양성 제고 및 강화(Responsive to various needs)에서 각기 한 글자를 따온 것이다.

 

하지만 FAIR를 구현하기 위해 각 항목에 맞는 정책 목표와 과제 등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듣기 좋은 단어로 선언만 한 것이니 말장난으로 보인다. 

 

5년 동안 추진할 기본 계획인데, 주요 내용은 '관리' 강화

 

기본 계획에 주요 사업으로 제시된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 및 권리보호를 위한 문화예술계 서면계약문화 정착, 공정하고 안정한 창작환경 조성, 예술인 복지증진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생활안정화 및 의료 돌봄 지원, 예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그램 지원(예술인파견지원사업) 등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창작대가 현실화 등도 이미 아르코가 자체 과제로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적어놓았다. 그렇다고 이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더 불편하고 복잡해질 것이 우려되는 대목도 많다. 예를 들어 예술활동증명을 예술활동확인으로 전환하면서 전문예술인 제도를 두고 3중 논의 구조를 진행하겠다는 말은, 예술활동증명제도의 존치 목적이 무엇인지 더 모호해지게 만든다.

 

특히 창작준비금의 중복지급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활동보고서를 안낼 경우 사업참여 제한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3회 미제출시 '영구 제한'한다는 내용이 있다. 기본계획에 정책과 과제 아닌 엄격하고 세세한 관리 지침을 담았다.

 

재원규모 및 조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예술인복지법상 기본계획에 포함되어야 하는 '예술인 복지사업을 위한 재원규모 및 조달' 계획은 아예 없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통과되었을 때도 이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많은 걱정을 산 바 있다. 

 

현재 예술인복지를 위한 예산은 창작준비금, 예술인생활안정자금융자 등에 쓰이는 83억원 외에 증액되거나 신설된 것이 없다.

 

김상철 이사의 발제 이후 참석 예술인 사이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예술대학생의 행정역량을 강화한다는데, 예술인이 되는 경로가 예술대학으로 거의 단일화된 환경이다. 따라서 예술대학이 아닌 현장예술단체를 통해 예술인을 발굴훈련함으로써 다양한 생태계를 구성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면을 고려하지 않았다.

 

예술활동증명제도(이하 예증제도)를 예술활동확인제로 바꾸면 예술인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오히려 갈등이 증가할 것이다. 예증제도가 예술인의 활동 보장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자격증과 같은 신분에 대한 지원제도가 될까봐 우려된다.

 

창작준비금은 2년 받고 1년 쉬게 되어 있다. 2년 받아도 빠듯한 상황인데 그나마도 더 줄이겠다는 말로 들린다.

 

예술인복지 기본정책을 통해 시혜적으로 주어지는 복지를 권리로 바꾸고자 했는데 그런 면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기본계획이 아니라 2013 업무보고같다. 비전도 정책 목표도 없다.

 

전체 예산 가운데 정말로 창작을 지원하는 창작 안전망 예산 비중이 너무 적다. 

 

예술인 신문고에 고발해도 피의자가 무시해버리면 결국 재판으로 가야한다. 문체부에서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문체부가 예술인복지재단을 방패로 삼으면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왜 예술인이 지원받아야 하나? 여기에 대한 당위획득이 먼저다.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나눠받을 이유와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예술노동이라는 말은 사회적 연대와 지지를 위한 말이었는데, 지금은 협소하게 쓰이고 있다. 이러면 예술인복지재단에 부담만 주고 중요예술정책에 대한 시야는 점점 더 좁아질 것이다. 노동, 복지, 권리 이슈로 예술을 다루면 안된다고 본다.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이야기하자.

 

지원은 종속이 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위험하다. 문체부는 문화공보부 역할이다. 예술과 사실상 무관하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를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복지 뿐 아니라 전반적 정책 이야기를 하면서 방향과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연극의 경우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아무도 참고하지 않을 곳에 왜 내 정보를 올리나? 장르별 특성과 현실에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