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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인 지원의 모범, <공연봄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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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요즘 공연예술인 사이에서 핫한 프로그램이 있다. 서울시 공공프로젝트 <공연봄날>이다.

 

2021년에 파일럿으로 운영되고 2022년도에 처음 시행한 것으로, 올해 2년차이다. 예술인들 사이에서 핫한 이유는, "오직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이 지원하는 예술 프로젝트는 그 번거로움과 경직됨으로 인해 '멋모르고' 지원했다가 골치를 썩는 일이 빈번하다. 행정적인 일과 서류작업은 물론, 크고 작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면서  공연을 준비하느라 허덕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무와 서류작업은 사무국이, 예술인은 공연에만 집중

 

<공연봄날> 프로젝트는 다르다. 공연문화운영사무국(이하 사무국)이 따로 있어서 공연에 필요한 모든 행정 업무와 실무를 대신해 준다. 예술인은 예술만 하면 되고, 정산과정도 간단하고 편리하다. 그렇다고 출연료를 낮게 책정하지도 않는다. 예산 사업이기 때문에 풍족하지는 않아도 공연단체들이 허덕이지 않아도 될 정도의 수준으로 지급된다. 

 

 

학교나 도서관을 찾아다니면서 공연했다. 이번 사업으로 아이들이 일상적 공간이 아닌 곳에서 친구와 함께 흥분하고 신나는 모습으로 호응해줘서 행복했다. 좋은 공연장, 많은 지원을 받으면서 양질의 공연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대접받으며 공연하는 느낌이 좋았다. 지방에도 확산되면 좋겠다.        - <신나는 섬> 김동재 키타리스트

 

기술적 부문, 사업적 측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니 작품과 관객을 만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사업이다. 서커스는 아직 생소한 분야이지만 원초적 예술이다. 완벽한 묘기를 위해 수백번 연습해야 한다는점에서 점진적 성장 기능이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도전과 성취를 맛보게 한다.     - 극단 <포스> 이영호 대표

 

어른도 아이도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 선정

 

콘텐츠에 대한 제약 사항도 적다. 문화예술의 보편성을 아이들에게 적용하여 작품선발 기준은 '교육적인가'가 아니라 '완성도'다. 선정된 작품을 보면 현대무용, 마당극, 클래식, 다원 예술 등을 모두 포괄한다. 장애예술도 포괄하려고 노력 중이다. 전년도에는 장애예술단체인 "땀띠"가 공연단체로 선정되었다. 

 

 

사무국에서는 200석 이상의 공연장을 사전에 대관하고 공모된 작품과 공연장을 최대한 매칭시킨다고 한다. 선정된 공연단체와 사전 인터뷰를 한 뒤, 작품 특성상 필요한 공연장의 규모, 방식, 세팅 등을 갖춘다. 뮤지컬의 경우 1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배정하기도 한다. 그 뒤 학교 단위로 관람 신청을 받는다. 특수학교 등의 요청도 개별 멘토링을 통해 가장 적합한 공연과 매칭한다.

 

38%의 예산 증액, 더 늘어난 경쟁률

 

<공연봄날>의 올해 예산은 2022년도 예산 24억원 대비 38% 증액된 33억원이다. 참가 작품도 전년도 31편에서 올해 45편으로 확대 선정되었다.

 

지난 해에 있었던 2023년도 공연단체 모집에 참가한 업체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예산 및 참가작품수 확대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치열했다. 이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무국에서는 정확한 경쟁률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하였지만, 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인정했다. 

 

 

아이들에게 예술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본 뒤에 예술에 대한 거부감 없이 생활 속에 예술이 실재함을 느낀다. 그러면 자라서도 자연스럽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영동초등학교 장호연 선생님

 

 

공연현장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것은 예술 이전에 자유, 예술의 토대가 되는 바로 그 자유인 듯 하다.  4월 21일에 <신나는 섬>을 보러 온 영동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은 공연 전에 팽팽한 기대감을 내뿜었고, 공연 내내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극의 막바지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면서 이들은 '흥'이라는 것을 폭발시켰다. 주말에도 학원가를 '뺑뺑이' 돌아야 하는 이 시절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한 낯선 공간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만끽하는 듯 했다. 마지막 연주를 할 때는 절반 이상의 어린이들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면서 온 몸을 흔들어 호응했다.

 

 

지방 확산 및 변형 오픈런 모델로 발전 가능 

 

단 한 건도 불만족이 없었던 <공연봄날> 사업. 지방자치단체들의 문의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업을 문화체육부에서 받아서 확대하면 어떨까? 

 

2019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최경환 대안신당 의원은, 국립오페라단이 최근 10년간 제작 건수가 7편에 불과하며, 특히 당해에 제작한 <1945>라는 창작오페라 작품은 12억원이 넘는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서울 2회, 대구 2회 공연 후 막을 내렸다는 것에 대하여 크게 질타했다. 

 

또한 당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조경태 의원은 전국 문화예술회관의 85.3%가 1년 중 절반 이상 공연을 하지 않고 놀고 있어 지역 주민의 문화공간으로서 제 역할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문제에 <공연봄날> 사업모델을 적용해 지역과 서울의 격차도 줄이고 교류를 활성화해보면 어떨까?

 

지방학교 학생들이 버스를 대절해 엄청난 공공 재원이 들어간 공연을 국립극장에서 관람한다면 지방 무대에 오르기 위해 새로 무대를 설치하는 예산 없이 변형된 형태의 오픈런 공연이 가능할 수 있다. 

 

역으로, 수도권에서 공연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양질의 공연을 지역 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리고 지역관객은 물론 수도권 관객(학생 포함)에게 교통편을 제공한다면 이 또한 일정 기간 오프런 공연이 가능하다.  

 

<공연봄날>의 사례가 지방으로도 확산되면서 변형 오픈런 모델이 발전한다면, 이를 매개하는 민간예술기획단체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