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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음악공장B>, 꼭 지금 폐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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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대중은 완성된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 음악을 만드는 과정까지 좋아하기는 어렵다. 뮤지션들에게 음악연습실과 녹음실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부천의 <음악공장B>가 폐쇄된다는 소식에 예술인들이 폐지반대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2017년 9월에 개관한 부천콘텐츠 센터 내 <음악공장B>는 전액 부천시 지원으로 민간위탁 운영되어 좋은 장비를 저렴한 이용료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부천시에서 계약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7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8월 5일 문을 닫기로 하였다. 

 

 

<음악공장B>의 SNS 공지를 통해 6월 1일에 이 소식을 접한 예술인들은 "갑작스러운 시설폐관 공지를 접하고 매우 황망하여 당혹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에 대안 없는 조기 폐관을 강력히 반대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이 탄원서를 올라오니 부디 재고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바입니다."라는 내용의 탄원서 링크를 공유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음악공장B>는 단순한 음악연습실이 아니다. 전문음악인인 김정렬 총감독이 운영하면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여 음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실력과 커리어를 성장시키고 새내기 뮤지션을 발굴 육성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고, 해마다 MFB(Music Factory B & Music Festival Bucheon)프로젝트로 우수한 팀에게 공연 기회를 주었다. 자체 녹음시설을 이용한 앨범 발매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평가단을 모집 운영하여 대중과 뮤지션을 연결했다. 그렇게 나름대로 브랜드를 쌓아 온 곳이 한 순간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음악공장B>는 올해 5월 경 MFB 공지를 할 예정으로 준비 중이었으나, 공지 직전 계약종료 사실을 알게 되어 MFB 사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부천시에서는 3월에 종료를 결정했고, 본인들도 안타까운 마음에 김정렬 총감독과 여러차례 소통하여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무진은 5월에야 종료 결정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계약 종료 이유에 대하여 부천시에서는 내부에서 합의된 명확한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시설노후, 주민친화 시설로의 전환, 부천시 운영방식에 대한 전체적인 조정 등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뉴스아트 취재 결과 <음악공장B> 폐지의 가장 주요한 이유는 지난 해에 당선된 민선 8기 조용익 부천시장이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행정체제개편"이었다.

 

부천시는 10개 광역동 체제였기에 전입·인감·대형폐기물 배출 신고 등 생활과 밀접한 민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광역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많았다. 조용익 시장은 이를 서울과 유사한 3개구 37개 일반동 체제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공약 이행에 따른 행정개편 결과 소사동과 송내동은 소사구라는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였다. 그러자 소사구에 있는 소사구생활문화센터의 음악연습실과 송내동에 있는 <음악공장B>가 '중복시설'로 간주된 것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시설이 낙후된 <음악공장B>에 대한 폐쇄가  결정되었다. 

 

이로 인하여 생긴 공실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없다고 한다. 다만 <음악공장B>가 위치한 부천콘텐츠센터 활성화 용역을 봄부터 진행 중인데, 그것이 완료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음악공장B>가 자리한 부천콘텐츠센터는 영화제작사, 시나리오작가, 영화 및 음악 관련 단체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목적으로 만든 곳이다. 이에 지하 1층에 밴드 및 개인 연습실이 자리했고 지상층에 녹음실 및 영화관련 공간이 있다. 이들도 계약이 만료되면 자리를 비워야 할까? 부천시 측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건물 노후화 지적이 있고 용역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다.


부천시 행정개편은 명백히 시민편의를 증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서포터즈 모집까지 마친 <음악공장B>을 폐쇄한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소사구생활문화센터와 송내동 <음악공장B>는 대중교통으로 20분 이상 떨어져 있다. 설령 거리가 그 이상 가깝다고 해도, 한 지역에 두 개의 음악시설이 있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을까?

 

더 좋은 계획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폐쇄를 결정하여 1년에 한 번 있는 지역 뮤지션의 등용문인 MFB 사업조차 포기하게 만든 부천시에 대하여 예술인들이 야속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3년 연장이 어렵다면, 전체 계획이 나온 뒤에 재논의 할 수 있도록 1년만 연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번거롭더라도 의회의 승인을 받아서 말이다. 

 

<음악공장B> 폐쇄는 정치나 행정 변화에 수시로 흔들리는, 소통이 아닌 일방적 결정에 시달리는 예술의 현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