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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에서도... 예술인, 우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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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애도를 핑계로 축제, 공연 등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다. 이로 인해 예술인들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감내하면서 생계를 위협받아 왔다.

 

여기에 덧붙여 '준비된 재난'에서도 예술인들을 희생시키려 하고 있다. 안일한 대응과 준비 부족으로 아수라장이 된 새만금 잼버리 이야기다.

 

잼버리 실패를 무마할(?) K팝 콘서트

 

이번 잼버리가 완전한 실패로 끝날지 여부는 거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K팝 콘서트'에 달려 있다. 이미 스카우트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운영 불가한 상태이고,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한국을 찾은 중요한 한 가지 이유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콘서트는 스카우트 정신과는 무관하지만, 아무튼 콘서트 때문에 버티는 스카우트도 있다고 한다.

 

 

태풍 예보에 콘서트 장소를 새만금에서 전주로, 전주에서 서울로 옮기는 과정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주관방송사'인 KBS에서 금요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K팝 콘서트에 출연시키려 하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연락했다는 것이다.

 

갑질에 쓰이는 흔한 문구, "양해를 부탁한다"


금요일 페스티벌이란, 2023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JUMF)을 말한다. 2016년부터 매년 8월초 폭염 절정기에 개최하는 뮤직 페스티벌로 꽤 인지도를 쌓은 행사이다. 오랫 동안 이를 준비하고 출연진을 섭외한 전주 MBC에, 잼버리 주관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연락하여 출연진을 빼갈테니 양해해달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 부탁도 아니고 의논도 아니고 양해를 요구하다니!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자 잼버리조직위원회는 JUMF와 출연자가 겹치지 않게 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주요 출연진도 예정대로 JUMF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잼버리 K팝콘서트는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며, 성난 잼버리들을 달래기 위해 걸그룹 뉴진스의 출연이 확정된 상태라고 한다.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이로 인해 축구단의 연습일정 등이 꼬였다는 항간의 소문을 부인했다. 하지만 잔디구장까지 이용하는 콘서트로 인해 10억을 투자해 공들여 가꾼 상암경기장의 잔디훼손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전주에서 9일과 12일에 예정되었던 축구 경기는 잼버리 콘서트로 인해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 하루 만에 다시 상암으로 장소가 변경되어 축구장은 사용할수 있게 되었지만 결국 경기는 취소되었다.

 

잼버리 정신에 어긋나는 일방적 소통

 

예체능인들은 이번에 경험한 이런 일방적 소통을 허다하게 겪어왔다. 특히 예술인들은 그럴 때마다 곤혹스러움 속에서 금전적 손해는 물론 심리적 갈등, 때론 명예조차 실추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사회적 참사도 아니고, 예술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잼버리 대회와 엮인 이번 사태는 예술인, 우리는 과연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잼버리에 투입된 예산은 1400억원이 넘는다.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공무원들은 이 비용으로 잼버리와 무관한 외유성 해외출장을 90건 이상 저질렀다고 한다. 한편,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예산은 380억원 규모였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평가받는 1991년 고성 세계 잼버리 예산 역시 98억원이었다. 1400억원은 물가상승률과 늘어난 인원을 고려해도 단일 잼버리에 투입하기에는 대단히 큰 금액이다.

 

예술지원금 사업에 참여해 본 예술인들은 국가로부터 단돈 100만원 지원 받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이 뚜럿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전면 취소되기도 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무마하고 자신들이 초래한 위기를 넘기는 도구로 예술인들을 사용하거나 버리고 오직 돈벌이로만 보는 문화는 결국 예술을 향유할 자격을 잃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