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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준비금 건드리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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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수많은 예술인들이 기다리는 지원금 가운데 하나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예복)의 '창작준비금'이다. 창작지원금, 창작디딤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연 2회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접수를 받는데, 이것이 종종 국정감사에서 중복지원이나 특혜가 아니냐면서 질타의 대상이 된다. 


창작준비금은 2011년 최고은씨 죽음으로 촉발되어 2013년에 시작된 창작안전망구축사업에서 출발한다. 당시에는 아직 예술인고용보험 제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정적인 창작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소득이 낮은 창작자를 대상으로 총 300만원을 지급하였다. 

 

2014년에는 예술인 긴급복지제도라고 이름이 바뀐다. 송파세모녀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정책기조 때문에, 예술인들에게도 실업급여에 준하는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긴급복지지원 사업’은 최저생계비 이하 예술인만을 대상으로 한다. 지원금액과 기간은 실업급여 지급기준에 준하여 월 100만 원씩 연령과 활동기간에 따라 3개월에서 8개월간 지원한다. 이는 2013년 창작디딤돌 사업 지원심의 시, 소득보다 예술활동실적이 우선 적용되어 ‘복지’ 사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사업계획을 변경하여 시행되는 것이다.    --- 2014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이 정책에 투입된 예산은 전년도 창작준비금 예산 42억원의 2배가 훨씬 넘는 101억원이었고 예산소진시까지 지급했다.

 

개인 수혜금이 최대 800만원에 이르자 지원자가 3362명에 달했고, 적은 인력으로 2배 이상의 예산을 배분해야 했던 예복은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 그 해 9월이 되어서야 수혜자 발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체 수혜자는 2013년 1831명, 2014년 1860명으로 그리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2015년에는 다시 창작준비금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예산은 105억원으로 거의 그대로지만 지급액은 인당 200만~300만원으로 환원되었다. 그 결과 수혜자가 3523명으로 대폭 늘었다.

 

 

'창작준비금'으로 이름을 다시 바꾼 뒤로는' 복지'가 아닌  '창작안전망'임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2017년에는 배점제를 도입했고, 2019년에는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과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서류도 간소화하였다. 하지만 강력하게 구축된 '구휼' 이미지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각종 공연이나 전시가 취소되면서 예술계 전반이 위기에 처하자 예술인에 대한 긴급 구호자금으로 확대되어 사용되었다. 여기에 가점제, 소득구간 세분화, 원로 장애 우선선정 등의 규정이 생기면서 구휼구제사업이라는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이런 맥락을 감안하지 않고 국회 등에서 중복 지원이니 현금지원이니 하면서 성과 및 사후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지가 어떻든 정책에 따라 어떻게 이용되었든, 창작준비금의 원래 의도는 예술인들 사이에서 잘 구현되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 창작지원금은 작품생산은 물론 예술인의 동기부여 상승 및 심리적 안정감에도 기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예술인들이 창작준비금을 받은 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업보고서를 미제출하는 예술인은 전체의 1.3% 수준이다 코로나 시기에 수혜자가 대폭 늘면서 다소 높아졌다가 다시 1%대로 낮아졌다. 그리고 이 경우 지원이 중단되는 등 충분히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창작준비금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 예산은 총 600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