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서울경제진흥원(SBA)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이번3월 31일 일요일을 마지막으로 전관 폐관한다. 지난 해 11월 말에 서울시가 발표한 '창조산업허브' 조성을 위해서다. 2027년에 다시 문을 연다고는 하지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운영 방식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용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괜찮은 공간이 사라진다니... 흐엉~ -- **맘 **카페
서울시 정책인지 국가정책인지... 열받네 ㅠㅠ 만화의 집... 많이 사랑했다. -- 트위터
이 자리에 들어설 창조산업허브는 웹툰과 게임 투자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곳이다. 서울시는 웹툰, 게임, 영상, 미디어, XR을 5대 핵심 분야로 지정해 집중 지원하여 어려운 경제여건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밝힌 구체적인 계획에 따르면, 서울 창조산업허브에는 "우수한 투자자들이 모여서 1년 365일, 미래 유니콘 기업의 발굴부터 투자까지 이뤄지는 ‘기업 지원 공간’과 전시, 컨퍼런스, 상영회 등의 ‘시민 참여공간’으로 조성된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에 '애니메이션'이 낄 자리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서울시가 밝힌 국내 주요 콘텐츠 산업 현황을 보면, 총 148조 가운데 웹툰(만화, 애니메이션) 비중은 2.1%로 가장 적다. 이 가운데 웹툰을 핵심 분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니, 애니메이션이 설 자리가 불투명하다.
애니메이션 지원은 꾸준히 줄었다. 2023년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을 폐지했다. 2022년에는 서울산업진흥원 예산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원을 전면 폐지하려 했다.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에서 폐지반대 연명으로 20%만 가까스로 살려낸 바 있지만, 국내 애니메이션의 맥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문화관련 기관이나 지원이 많이 폐지되고 있다. 서울여성공예센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우수출판콘텐츠지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전통나눔예술학교, 과학창의재단의 과학문화전문인력양성과정, 난지창작스튜디오, 서교예술실험센터,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안산 경기창작센터, 대구 가창창작스튜디오, 대전 테마예술창작센터 레지던시 등은 물론, 원주아카데미 극장과 대학로 학전도 문을 닫았고, 명동의 김청기(로보트태권브이 감독) 기념관도 지원이 끊어지면서 폐관했다.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통폐합과 효율화라고 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의 흐름을 시장경제에만 맡겨둔다거나 각종 기관이나 지원을 폐지하는 과정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안내하는 과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문화가 바스러지고 있다.', '돈안되면 폐관인 거야? 속상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평일 낮에도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애니소풍과 만화의집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다양한 만화를 열람하려는 이용객들로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하지만 폐관 안내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온라인 공지에도, 3년 뒤에 만나자는 말만 있을 뿐이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2024 예산은 어떻게 되는 건지, △예산이 없다면 폐관이 계획되어 있었는데도 뒤늦게 공지한 건지, △건물을 짓는 3년 동안 지금 시설을 이전 운영할 것인지, △그냥 문을 닫는다면 4만여 권의 만화 장서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재개관하면 이 시설들이 다시 운영되는 건지 등 이용자를 배려한 안내는 없다.
뉴스아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과 함께 갑작스러운 폐관에 따른 이용자들의 당혹감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자, 의견을 조율중이라고 했다. 폐관은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뉴스아트는 답변이 오는 대로 후속보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