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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돈이 안돼서 지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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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을 폐지한다고 한다. 영진위는 이 결정을 위원들에게 통보하였고 이들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이하 애니협회)에서는 폐지 반대 연명에 들어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장편, 중편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좋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 수 있었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창작의 꿈을 짓밟는 이러한... 결정을 철회시키고, 애니메이션을 위한 지원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영화진흥위원회 애니메이션 지원사업 폐지 반대 연명 참여 제안' 중에서

 

애니협회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발전연대(이하 애니연대)의 6개 단체는 7월 26일 영화진흥위원회의 애니메이션 지원사업 폐지 움직임에 대해 소식을 듣고 이 내용에 대하여 확인하면서 면담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문으로 발송하였다.

 

문체부 2차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폐지 결정

 

이후 8월 2일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과장은 전화 통화를 통해 2차 예산 심의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이 없어진 상태라 되돌리기는 힘들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애니협회는 애니메이션 협단체의 이름으로 지원사업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하였다. 

 

성명서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의 장편애니메이션을 위한 종합지원사업은 이제 자리를 잡고 좋은 성과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라고 불리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은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홍준표 감독), <무녀도>(안재훈 감독)와 코로나 시국에 개봉하면서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에 올랐던 <기기괴괴 성형수>(조경훈 감독)가 대표적인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들이다.

 

영진위의 애니메이션 일관지원사업 폐지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도약의 발판이자 창작의 기반을 잘라버리는 것"과 같다고 한다. 문체부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2022년 서울산업진흥원도 애니메이션 지원 80프로 이상 삭감

 

지난 2022년도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예산을 대폭 줄여 애니메이션 업계와 큰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10개의 애니메이션에 3.3억을 지원하던 제도는 완전 폐지될 뻔 했으나 9120명이 연명한 규탄 성명서를 시작으로 거듭된 논의와 조율을 거쳐 지원금은 총 6천만원으로 삭감되었다. 당시 서울산업진흥원 예산이 40억에서 12.5억원으로 대폭 삭감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예산은 전년 대비 8.9% 감소한 9조 7408억원이었다. 작년에 대통령으로부터 예산 삭감 지시가 떨어졌을 때, 가장 먼저 손들고 예산을 자발적으로 삭감한 결과이다. 이 가운데 영진위 예산은 2022년보다 296억원 늘어난 2300억원이다. 하지만 이 중 800억원은 2022년에 차입한 자금 상환에 쓰이기 때문에 실제 집행 가능한 예산은 줄었다고 봐야 한다.  

 

애니메이션 예산 없애고 한류, OTT, VR, AR, 융합콘텐트 예산 증가


애니 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15일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애니메이션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의 경우 영진위와 콘진원이 중복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행정력 낭비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양 기관에 각각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고 하였다. 그 직후에 통합 운영도 아닌 폐지를 통한 예산 삭감 결정이 떨어진 것이다.


반면, 한류 콘텐츠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예산은 늘어났다. ‘케이(K) 콘텐츠 펀드’가 2022년보다 512억원 증액한 1900억원으로, OTT 등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은 723억원 증액한 991억원으로 결정됐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신기술과 콘텐츠의 융합을 위해 인력 양성, 신기술 융합콘텐츠 활용 공연 콘텐츠 개발에는 112억원을 책정했다. 

 

예술에 대한 공공기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문체부 산하 기관인 영진위는 2021년에도 공적자금의 방만한 사용을 놓고 지적받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최근 10년간 독립영화 지원액이 상업영화지원액의 1/5에 불과하다면서 영진위의 고유한 역할에 대하여 지적하였다. 

 

게다가 올해 들어 청춘마이크, 예술인력지원사업 등을 포함한 각종 예술계 지원이 축소 혹은 폐지되다 보니 이를 놓고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돈되는 분야만 지원하는 것 아니냐', '예술을 돈으로 보면 안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영진위에서는, 애니 지원 폐지 결정 과정에 대하여 취재 요청을 하자 승인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하였다. 

 

애니연대는 어제까지 연명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오늘 1차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내부 조율 및 취합 과정에서 내일 오전으로 연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