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3월 18일, 국악진흥법 시행 준비를 위한 현장간담회가 있었다. 행사 주최는 문화체육관광부였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실무를 주관했다. 간담회 현장인 국립국악원 예인마루 세미나실은 국악진흥법 시행에 기대를 가진 국악인들로 가득찼지만 이번에도 일방적 진행이 문제가 되었다.
참석자들의 열기가 무색하게 간담회 내용은 밋밋했다. 이미 알고 있거나 관심사가 아닌 국악진흥법 개정 경과보고에 시간을 꽤 많이 할애했고, 이어진 국악진흥법 주요 사항 제안 발표는 너무 광범위하여 주어진 시간 내에 포괄하기 어려웠다.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해외사례, 구체적인 아이디어 제안, 게다가 국악의 날을 며칠로 할 것인지까지 담다 보니 발표 시간은 예정보다 30분 이상 초과되었다. 이로 인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한 시간으로 예정되었던 플로어 자유토론 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발표 내용 중에 인상깊었던 것은, "예술인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국악을 사용하기보다는 예술인이 국악에 사용된다"는 발언이었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국악과 국악계에 만연한 권위주의와 경직성을 극복하고 국악이 매체로서, 그릇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악진흥법의 주요 내용 가운데 시행령으로 위임된 것은 실태조사, 전문인력 양성, 국악의 날 지정, 지원기관 지정이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이 몰린 것은 지원기관 지정인데, 시행령 간담회에서 한 마디도 논의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보존·계승은 국립국악원, 창작 지원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해외 진출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중심으로 한다는 입장인데, 이는 국악진흥법 제정 이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청년에게도 진흥법이 열려있기를 바란다"는 말이 나왔다. 청년들의 다양한 실험을 국악계에서 수용하여 "다양한 퇴적층"이 쌓일 수 있게 해 달라는 말이다. 이 발표자는, "국악은 요구 조건이 너무 많은데, 청년 예술생태계에는 좀더 개방적이길 바란다"면서 발언을 마무리했다.
플로어토론은 국악의 날을 언제로 할 것인가에 대한 발언이 많았고, 다음으로는 우려와 질타의 발언이 많았다. 특히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문체부는 보도자료 하나 내놓고, 자료 하나도 나누어주지 않고 이런 모임을 진행하냐"는 불만이 컸다.
국악진흥법 내용은 국악진흥 및 문화산업화인데, 문화산업화에 대한 발표가 없어 아쉽다. 전국에 3000명 이상 국악인이 활동 중인데 이들의 레퍼토리를 유지발전할 방안, 다양한 사례 수집, 확산, 유통 등에 대해서도 고민하길 바란다. -- 플로어 발언
그 밖에도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사람만 따뜻해 지지 않고 모든 국악인이 수혜자가 되어 전승이나 계승을 할 수 있기를 당부한다"는 발언이 있었다. 진흥법이 있다고 진흥되는 것은 아니다. 진흥법이 진흥원이나 유관기관만 먹여살린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악인들도 이를 알고 있기에 '모닥불'을 말한 것이다.
대중음악이나 클래식은 진흥법 없이도 잘 나가는데... -- 플로어 발언
한편, 전통문화와 관련해서는, 2015년 공예문화산업진흥법, 2017년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2019년 한식진흥법, 2019년 서예진흥에 관한 법률, 그리고 올해 시행되는 국악진흥법과 전통문화진흥법이 있다. 문화예술과 관련해서도 문화예술진흥법, 관광진흥법, 문학진흥법, 출판진흥법 등 수많은 진흥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