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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문화접대비로 보는 문화예술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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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비 사용처 1위 유흥업소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
전체 기업의 0.2%만 문화접대비 사용하지만, 시대에 따라 접대비 사용 순위 변화 중
문화관광부가 솔선수범하여 문화접대비 비중을 높여야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기업에서 영업 마케팅 활동을 위해 고객을 접대할 때 문화예술상품을 이용하면 세금공제를 해주는 것을 문화접대비라고 한다.

 

문화접대비 제도 도입 첫해인 2007년에 신고된 문화접대비는 겨우 608백만원이었다. 도입 4년 후인 2010년에는 13억4400만원으로 증가했다. 국세청이 심재철 국회부의장에게 제출한 ‘법인접대비 및 문화접대비 신고 현황’에 의하면 2011년에는 49억원, 2012년 45억원, 2013년 45억원, 2014년 48억원, 2015년 90억원이 사용됐다. 

 

 

그러면 기업은 접대비를 주로 어디서 지출하는 걸까?

 

1위는 단연 룸살롱 등 유흥업소이다. 2015년 유흥업소에서 쓴 금액은 1조 1418억 원으로 8년째 1조 원을 넘었다. 유흥업소별로는 룸살롱이 6천772억 원전체 유흥업소에서의 결제액 중 59%를 차지했고 단란주점(18%), 극장식 식당(11%), 요정(9%), 나이트클럽과 카바레(3%)이다. (2006 한국경제 기사)

 

유흥업소에 사용된 접대비는 2011년의 1조 4137, 2014년 1조1819억원, 2018년 9146억원으로 계속 줄어드는 분위기다. 특히 룸싸롱은 2014년 7332억, 2018년 4778억원으로 줄었다. 유흥 및 성적 접대에 대하여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와 김영란법 등의 영향이다.

 

유흥업소에 쓰는 접대비가 이렇게 줄어드는 추세라면, 문화접대비에도 기회가 있을까?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접대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곳은 제조업계로 총 3조 4391억 원(전체의 34%)이었다. 반면에 금융·보험업계는 8천억 원 이상을 썼다. 하지만 한국 CXO 연구에 의하면 2019~2020년에 금융보험업계의 접대비 지출이 가장 많았다.

 

접대비 지출의 업계 순위가 바뀐다는 것은 접대비 지출 방식도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문화접대비 제도는 2007년에야 마련되었다. 초기에는 문화접대비 비율이 접대비 대비 최소 3%가 넘어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3%가 넘으려면 대기업의 경우 최소 3억 5000만원 이상을 써야 하는데, 결과를 알 수 없는 문화접대비에 갑자기 그런 예산을 투입할 방법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보다 많은 참여와 체험을 위해 1%로 낮췄다가 지금은 이런 제한을 없앴다.

 

홍보도 부족하다. 2015년 중소기업중앙회가 ‘문화접대비 지출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에 응답한 500개 법인 가운데 22.2%만 문화접대비 제도를 알고 있었다. 문화접대비를 지출하지 않는 이유로는 70%가 ‘문화접대 방식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여전히 유흥위주의 접대문화에 대한 기업의 인식에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마저도 문화접대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접대비로 634억 원이 지출되었지만 이 가운데 문화접대비는 한 푼도 없었다. 2016년에 와서야 처음으로 900만 원을 썼다.

 

기업이 인식을 바꾸어 문화접대에 관심을 가진다 해도 장애는 있다. 한국 메세나협회에 따르면 유흥이나 식사와 달리 문화예술에는 다양한 장르와 취향이 존재하므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적절한 문화접대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만족도가 높은 문화예술은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취향을 잘못 파악할 경우 역효과도 크다는 점도 선택을 꺼리는 이유로 작용한다. 문화예술계에서 이러한 애로사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메세나협회에서는 접대비 지출 방식 변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슬기로운 문화접대' 사업을 시작했다. 문화접대를 실시하는 기업에 접대비의 50%(최대 200만 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예산 소진 시까지 선착순이다.

 

또한 한국메세나에서는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목 계정 관리방법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 문화접대비 입력 방법 )

 

그런데, 기업의 전체 접대비는 얼마나 되는 걸까?

 

매경 프리미엄의 2019년 보도에 따르면, 중소기업 8957개의 접대비 지출 평균액은 2014년 9385만원, 2015년 9529만원, 2016년 9225만원이다. 2016년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3.2% 감소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접대비가 많지 않은 듯 하여 예술인에게 차례가 오지 않는 것이 납득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 전체의 접대비 규모를 보면 생각이 바뀐다.

 

국세청 기록에 따르면 전체기업 접대비는2012년 6조 6000억원이다. 참고로, 2009년 5조6000원, 2010년 6조1000억원, 2011년 6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의 접대비는 2012년 1조8000억원이다. 2009년에는 1조5000억원, 2010년 1조6000억원, 2011년 1조7000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2018년 매출 상위 1% 기업 법인의 접대비는 2016년 평균 5억6116만원이다. 2020년 8월 26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경준 의원(미래통합당)에게 제출한 '법인 수입금액 백분위별 접대비 현황' 자료에 의한 것이다.

 

이 가운데 문화접대비 신고금액이 전혀 없는 법인 수는 2015년 기준 전체법인의 99.8%인 590,599개였다. 법인수는 2011년 351,944개, 2012년 481,860개, 2013년 516,950개, 2014년 549,456개으로 계쏙 늘었지만 문화접대비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상위 10대 기업의 문화접대비는 57억으로 2015년 문화접대비 90억원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또 문화접대비를 활용하는 1,095개의 법인 중 694개의 법인은 문화접대비를 100만원 이하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접대비가 이렇게 적다면 비용 공제를 위한 최소 요건을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문화접대비를 일정 수준 이상 활용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은 400여 개 정도에 불과하다. 다행히 이러한 제약은 2014년 1월에 폐지되어 단 돈 100만원이라도 손금처리가 가능해졌다.

 

문화예술접대비 제도 시행 이후로 비현실적이거나 불편한 부분들은 계속 개정되어가고 있다. 제도가 바뀌는 것과 함께 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 등의 향응보다는 예술을 향유했을 때 더 즐겁고 만족스럽다고 느낄 때 문화예술접대비 지출이 늘어날 것이다. 예술계는 이런 효과를 가진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관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예술접대의 모범을 많이 만들어 소개해 주기를 기대한다. 문화접대비의 법정 한도는 접대비 대비 20%이다. 갈 길이 멀고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