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몇 마리, 그 옆에 강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초가지붕을 단장하기 위해 짚을 엮고 있다.
벼 수확을 끝낸 마당에는 짚이 장독대까지 나와 있다.
빛바랜 초가를 내리고,
새로운 초가지붕을 올리기 위한 준비다.
오리가 조근조근 대화하는 소리,
강아지가 오리 대장하는 소리,
사각사각 짚 엮는 소리가 늦가을의 스산함을 대신한다.
브하그완은 ‘사색이란 감각의 하나로
감수성이나 예민함으로 융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감각을 느끼고 감수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의 사색이다.
사물이 사색에 젖어 있을 때,
사물에서 들리는 소리가 모든 감각을 깨우기 때문이다.
특히 물 흐르는 소리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 같다.
물끼리 서로 비비는 소리가 들리는 듯,
사각사각 짚 엮는 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아 그 소리를 품어 본다.
어릴 적 뛰어 놀았던 골목에서 볏단 속으로 햇빛이 숨어 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간이 수직으로 서서 내게 걸어온다.
(글. 사진/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