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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와 면담한 문화예술노동연대, 기자회견으로 요구 구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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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문화예술분야 노동조합들의 연대체인 문화예술노동연대는 5월3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예술인들이 노조할 권리, 산재보험 적용, 저작권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연극배우 이종승은 문화예술노동연대가 정권인수위원회와 진행한 면담 결과를 소개하면서 윤 당선인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당사자 발언에 나선 박성혜(무용인)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새 정부가 산업적 측면만 강화하여 순수예술 관련 지원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였다.  특히 무용인 산재율이 25.1%임을 밝히면서 이에 산재보험 당연 적용을 주장했다.

 

연극배우 손정욱은 선별 고용보험이 아닌 당연고용보험을 주장했고, 문화예술노동연대 이씬정석대표가 예술인의 생계와 안전, 직업적 권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문화예술노동자 요구안에는

1.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과 노조할 권리의 보장,

2. 국가 및 예술기관의 공공사용자성 인정, 사용자의 의무와 책임의 부과,

3. 적정한 임금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4.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 안전망 전면 적용,

5. 문화예술 노사교섭·노사정교섭·노정교섭의 실시

등이 담겨있다.

 

특히,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의 제대로 된 성안과 공포, 행정적 준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관련기사 공연예술인의 안전을 강화했다는 박송희법

 

이번 기자회견 참석자는 이씬정석(싱어송라이터, 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 뮤지션유니온 조합원), 이종승 (연극배우,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위원장), 손정욱(배우,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조합원), 이명희(배우,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조합원), 박성혜(무용인,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공동운영위원), 하신아(웹툰작가, 웹툰작가노동조합 사무국장), 문계순(보조출연자,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위원장), 최나라니라(방송작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사무차장), 이상길(영화촬영기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김세용(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 부위원장), 성석주(예술강사,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 부위원장)이며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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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문화예술노동자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문_문화예술노동연대]

 

벼랑 끝 문화예술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

 

 

연극배우, 뮤지컬배우, 연극기획자, 연극연출가, 현대무용가, 발레리나, 안무가, 국악 연주자, 인디뮤지션, 대중음악 작곡가, 기타리스트, 싱어송라이터, 영화스태프, 촬영스태프, 조명스태프, 분장 아티스트, 게임개발자, 보도방송작가, 예능방송작가, 출판 외주 기획자와 디자이너, 화가, 조각가, 설치미술가, 디자이너, 웹툰 작가, 웹소설 작가, 동화작가,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드라마 배우, 성우, 무술연기자, 영화 보조출연자, 드라마 보조출연자, 예술강사... 이외에도 문화예술노동자를 호명하는 이름은 다 말하기에도 숨 가쁘게 넘친다. 멋진 직업이라며 손가락을 추켜 세워주며 그럴듯한 명함과 직업 이력을 갖추게 했지만 이 많은 문화예술노동자들의 직업적 권리에 대해 정작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예술인들은 예술 소득만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없어 또 다른 파트타임, 알바와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의지해 각자 살아남아야 했다. 이러한 현실은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월 수입 50만원에 이르지 못하는 실태로 드러났다. 이에 더해 전(前) 정권에서는 문화예술 공모지원에 줄을 세워두고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블랙리스트에 넣어 지원을 배제하기도 했다.

 

故최고은 시나리오 작가가 죽고 나서야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졌고, 예술인들의 실업에 대비하기 위한 고용보험제도는 코로나 방역 위기상황에서 누더기인 채로 제도화되었다. 무대스태프 알바를 하던 젊은 예술인이 죽고 나서야 예술인이 겪고 있는 산업재해와 안전 문제가 잠깐 거론되고, 권력에 의한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지고, 문화예술계 위계폭력과 성폭력이 고발되고서야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이 만들어지는 현실이다.

 

문화예술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과실은 누구나 다 누리면서도 예술인의 삶과 권리는 벼랑에 내몰려 왔다. 문화예술노동자들이 만드는 문화예술콘텐츠로 벌어들인 돈은 플랫폼과 거대제작사/기획사, 방송사 등의 전유물처럼 주주와 그 직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유명 예술인들조차 일감을 다시 받을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자신의 예술적 열정과 예술노동의 준비 시간을 스스로 착취하며 갈아 넣고 있다. 언제까지 예술인의 생계와 안전, 직업적 권리의 요구를 각자의 책임이라고 외면할 것인가?

 

오늘 우리는 벼랑 끝에 선 문화예술노동자의 절박함을 담아 《2022년 문화예술노동자의 요구안》을 발표한다. 우리의 요구안는 크게 5가지다.

 

첫째.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라.

헌법과 ILO협약의 기준에 맞게 국회와 정부는 노동관계법령을 개정해 모든 노무제공자를 ‘노동자’로 규정하고 문화예술노동자 역시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 문화예술분야 노무제공의 특성을 반영해 예술인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있든, 아니든 예술노무를 제공했을 때 노동자임을 인정해야 하고 노동관계법령으로 보호해 주어야 한다. 근로계약이 법적으로 확인되었거나 단체협약으로 근로계약을 맺기로 하였음에도 문화예술노동자에게 사업자 등록을 요구하고 사장, 고용주가 되라고 요구하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예술인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요구하며 직업적 권리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예술인조합의 결성과 활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법률적 행정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사용자에게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고 국가 및 예술기관의 공공 사용자성을 인정하라.

국가와 공동체의 문화자산은 문화예술노동자의 사회적 활동과 기여로 만들어져왔다. 문화예술은 공공재로서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문화예술노동자의 예술노동이 있어야 공동체 구성원은 문화기본권을 누릴 수 있다. 국가 및 공공기관은 문화예술노동에 대한 공공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공공의 이익에 종사하는 예술인에 대한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한, 방송사, 플랫폼, OTT 등은 문화예술노동자가 생산한 문화예술콘텐츠를 가지고 기업 활동을 펼쳐 자본을 획득하고 축적한다. 문화예술노동자가 생산하는 문화예술콘텐츠를 통해 자본을 획득하고 축적하는 원청 및 플랫폼 기업의 공동사용자로서 문화예술노무 제공자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원청의 하청, 재하청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무시되어 온 문화예술노동자의 당연한 주장을 회피하지 말라.

 

 

셋째, 문화예술노동자의 적정한 임금을 받을 권리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예술인의 가난과 고통은 예술인의 숙명이 아니다. 문화예술노무를 제공받는 사용자는 예술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문화예술노동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문화예술노동자는 마땅히 자신의 노동조건에 개입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임금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노동 현실에 맞는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해야 하며 “공정보수”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저작권법을 개정해 창작/실연 노동자의 이익을 보장해야 하며 저작권 수익의 공정한 분배와 저작물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문화예술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있는지 제대로 질문하고 답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노동조건에 대한 결정과 안전에 관한 법제도 적용 및 논의에서 문화예술노동자가 배제되어 있는 현실부터 바꾸어야 한다. 문화예술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업별로 안전관리자를 지정하게 하고, 예술인 긴급지원 시스템 구축과 함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하고 문화예술분야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

 

 

넷째, 문화예술노동자에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 안전망을 전면 적용하라.

2020년 12월 시행된 고용보험에 대한 예술인 특례는 그 제도 적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술인들에게 사회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신뢰를 기대하게 하였다. 저작 집필, 개인작업 예술인은 고용보험을 적용하는게 불가능하고, 한 달에 11일의 인정조건을 충족하기 버겁기만 하며, 공공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영세한 예술노동자들을 고용주로 만들어 고용보험을 신고하게 하는 등 이 구멍이 숭숭 뚫린 누더기 예술인 고용보험을 예술인의 현실에 맞춤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예술노동자에게 직업능력개발과 직업전환 교육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현재, 예술인의 경우 임의가입인 산재보험은 당연가입으로 전환시키고 예술인의 활동 특성에 적합한 산재판정 기준을 마련해 예술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달라.

 

 

다섯째, 문화예술 노사교섭·노사정교섭·노정교섭을 실시하라.

교섭의 대상은 보수와 예술노무환경, 계약기간 등의 노무제공조건 뿐 만 아니라 저작권/실연권/초상권 등 예술인 지적재산, 사회보장제도 적용, 예술인 복지, 이외에도 전반 예술 활동 조건에 대한 다양한 내용일 것이다. 문화예술분야 근로감독, 불공정 권리 침해행위 조사 및 처벌을 강화하고 문화예술노동자의 교섭요구를 부당하게 외면하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여러 법에서 정하고 있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더불어, 2022년 9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의 제대로 된 성안과 공포, 행정적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법 제정 취지에 맞게 예술인이 직업적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단체를 만들고 활동할 수 있도록 설립신고서의 간소화, 사용자 교섭회피 유형을 별표로 제시, 예술인조합의 교섭 결과를 예술인과 사용자간 계약의 최소조건으로 적용 등으로 예술인조합 관련한 하위법령 조문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는 예술지원기관이나 문화예술사용자들이 법령에 따라 행정과 경영에 임하도록 ‘운영메뉴얼(가이드)’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행정 직제를 정비하고 적정한 예산을 확보해 법에서 예술인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도록 정한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 예술인보호관, 예술인 신문고 등 기구가 실질적으로 활동하게 하라.

 

 

우리는 2022년 문화예술노동자 요구안을 발표하며 예술인들이 당당하게 예술하며 노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힘을 모아 나아갈 것이다. 벼랑 끝에서 우리를 일으켜 세울 힘은 문화예술노동자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잘 안다. 모든 문화예술노동자의 염원을 모아 힘차게 나아가자.

 

문화예술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라!

문화예술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라!

창작/실연예술가를 위해 저작권법 개정하라!

문화예술노동자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전면 보장하라!

모든 예술인에게 산재보험 당연 적용하라!

정부와 사용자는 문화예술노동자와 교섭에 나서라!

벼랑 끝 문화예술노동자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라!

 

 

2022년 5월 3일

 

2022년 문화예술노동자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