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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여명 몰린 코로나19 한시 문화예술인 활동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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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소득 전혀 없는 예술인 최소 1만 8천 명
재산 포함, 소득인정액 월 59만 원 미만 4만 26명에게 지급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예복)에서 22년 3월 28일 공고한 코로나19 한시 문화예술인 활동지원금 대상이 선정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가 큰 저소득 예술인의 생활안정과 예술활동 지속을 위한 한시적 사업이다.

 

활동지원금 대상은 중위소득 30%(583,444원)선에서 결정되었다. 예복에서는 “소득인정액 조사 결과 기준중위소득 30%(583,444원) 이하가 38,684명이며, 소득인정액이 가장 낮은 순부터 순차적으로 40,026명을 선정하였다”고 공지하였다.

 

이에 소득신고액이 월 59만 원도 되지 않는 예술인 4만 26명에게 활동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에 지원한 사람은 일부 부적격자를 포함하여 총 6만 2156명이었다.

 

선정 공고문에 명확하게 결정 기준이 나와 있음에도 많은 예술인들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창작지원금 시스템을 통하여 진행되는 바람에 창작지원금과 헛갈리기도 한다. 이번 지원금에서 제외된 예술인들은,

 

“이거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 거였나요 ㅠㅠ”

“알바하면서 일하는데 이게 떨어지네요.”

“소득 인정이 안 되는 일만 하는데도 떨어지네요”

 

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중위소득에 대한 기대 차이에서 발생한다. 실제로 예술인 C씨는 “소득 150이 안 되는데 안되었다고요? 전화로 문의해보는 게 나을 듯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현장 예술인들이 월 소득 150만원이 안되면 지원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 기준은 59만원이었다.

 

이 차이는 국세청에 신고되지 않는 현금소득 때문에 발생한다. 레슨이나 생계형 예술 활동으로 얻은 현금 소득은 국세청에 신고되지 않기 때문에 만일 어떤 예술인이 이런 활동으로 많은 소득을 올렸다면, 실질소득이 많아도 법적 소득인정액은 적을 수 있다.

 


또한 수입이 한 푼도 없지만 내 명의로 된 집이나 차, 토지 등이 있다면 현금 가치가 있던 없던 그것을 수입으로 환산하여 소득인정액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월 수입 59만 원 미만의 지원대상이 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예술인들이 불만을 터뜨리며 이해할 수 없다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부 예술인들은 사업의 주관기관인 예복에 항의 전화와 항의 방문을 하여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많은 예술인들은 "예술가 대부분 어려우니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라고 하면서도 "(지원금을 받았다고) 마냥 기뻐할 수 없는게 소득이 낮아서 받은 거라..."라며 자괴감을 표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당황하기는 사업 당사자인 예복도 마찬가지이다. 예복은 지원 자격의 하나인 소득인정액을 중위소득 120% 이내(233만 3774원)로 공지하였다. 그러나 막상 지원자들의 소득 상황은 심각했다. 예복 사업지원팀 강동현 과장은 뉴스아트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국세청 소득 신고액 0로 전혀 소득이 없는 사람도 1만 8천 명에 이를 정도로 예술인의 소득신고액이 적었어요. 저희도 당황했지요."라고 했다. 

 

예복은 적은 인력으로 지원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심각한 과부하를 겪었다고 한다. 6만 여명이 넘는 지원자들을 일일이 입력하여 각종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잘못 제출된 서류를 재요청하거나, 지원자의 서류 교체 요청에 일일이 대응하였다. 예술인들은 행정처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에서 타 기관 사업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간다. 

 

 

선정이 끝나면 금융기관과 관련된 이슈가 남는다. 제출한 은행과 일치하지 않는 수취계좌, 사업 기간 중 개명으로 인해 수취인 이름이 신청인과 일치하지 않는 계좌, 해지된 계좌, 심지어 경제적 어려움으로 압류된 계좌마저 있다고 한다.

 

지원금이 입금되어 예술인이 쓸 수 있게 해주지 않으면 모든 불평과 불만은 예복을 향하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4만 여명의 계좌 상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대조 확인하면서 일정도 맞춰야 해서 초긴장 상태이다. 

 

예복의 어려움은 또 다른 곳에도 있다. 국기 기금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 수혜를 받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커서 "성희롱·성폭력 관련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자"를 제외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 "물의를 일으킨 자"를 가려내려면 여성가족부 성폭력 알리미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조회를 해야 하는데, 그 어려운 작업을 해서 선별해 낸다 해도 막상 이들을 제외할 경우 형법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은 다른 지원 기준에서 애초에 탈락하기를 바라고 있다.

 

예복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5월 이내에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