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까지만 해도 산간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다,
1987년 폭설로 정선장이 열리지 않아
무작정 버스를 타고 시골마을에 들어갔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상태에서 마을 안까지
들어가 눈을 치우는 어머니들을 만난 것이다.
박씨할매는 밤새 소리없이 사박사박 눈 내리는 소리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문을 열고 강아지를 불렀다.
주루루 달려가는 강아지와 박씨할매의 대화를 듣는데
갑자기, 내 어릴 적 고향이 수직으로 걸어와 멈췄다.
우리집 복실이는 강아지답지 않게 식구들 얼굴하며,
목소리까지 기억해 한 가족처럼 지냈다.
눈 오는 날이면 복실이와 함께 뒷동산에 올라가
썰매 길을 만들며 온종일 뛰어 놀았던
그때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사진.글/장터사진가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