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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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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이면 우산 없이 마냥 걷고 싶어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비오는 날이면 우산이 없는 척,

온몸으로 비를 받아들이곤 했다.

아마도 시골생활에서 보았던 풍경 때문일 것이다.

몹시도 가뭄이 들던 여름에

비한방울이 주는 풍요로움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었다.

온 마당에는 비를 담을만한 것들이 총동원된다.

한 방울이라도 더 받아두기 위해 빈 그릇까지 출동했다.

 

 

 

 

“영신아! 비 온다. 비! 비와야! 비! 비 받아라,

한 방울이라도 더 받아야 삼밭에 물주는디....“

 

어렸을 적 추억이 몸에 배어 지금도 비를 담는다.

온몸으로 담기도 하고, 우산 위로 흐르는 비를 담기도 한다.

푸르디 푸른 색깔 속에 흘러내리는 빗속에 들어가

자연과 사귀는 시간을 마중 나가야겠다.

 

 

 

(사진.글/장터사진가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