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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 고향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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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적, 장날이면 소달구지가 동구 밖에 서 있었으며,

집집마다 잔치 날처럼 시끌벅적했다.

“아따메 우무치떡아 빨리나오랑께, 오사게도 기다리게 했쌌네잉

뭐헌당가 빨리오랑께“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에

동구 밖에 서 있던 소(牛)가 헛기침을 하며 떠날 준비를 서두른다.

 

 

토방 위에 가지런히 누워있던 하얀 고무신을 신고,

하얀 모시 한복을 입은 동산아재가 제일 먼저 나와

여자도남자도 아닌 목소리로 아무개 댁을 부른다.

동구 밖에 나와 있는 아이들 몇이 얼굴을 모우더니

끼덕끼덕 웃는다.

 

이렇게 한참이 지나면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같은 꽃으로만 피는 코스모스 길을 따라

어른들은 장터로 향했다.

 

 

 

(글.사진/장터사진가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