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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오페라 <심청> 23년 만에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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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금) ~ 11월 19일(토)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투란도트·니벨룽의 반지·심청 등 9편 14회 공연 진행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9월 23일부터 11월 19일까지 58일간 계속되는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은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이다. 오페라 심청은 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총감독 귄터 레너르트가 윤이상에게 위촉한 작품이다. 독일의 극작가 하랄드 쿤츠가 판소리 '심청가'에 영감을 받아 대본을 썼다.

 

유럽에서 활동하던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은 1967년 '동백림 사건'이라는 과장되고 조작된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국제적 구명 운동에 힘입어 사형을 면하고 1969년 한국 정부에 의해 독일로 추방되었다. 이 사건으로부터 3년 뒤 독일 정부에서 윤이상에게 오페라 작곡을 위촉한 것이다. 이념으로 상처입은 예술혼을 위로하며 동서양 문화를 결합하여 다양성을 끌어안고자 한 일이었다.

 

 

윤이상은 <류퉁의 꿈>, <나비의 미망인>, <유령의 사랑>, <심청> 등 4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이 가운데 심청을 제외한 3곡을 한국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독방에서, 그리고 병보석을 받고 수용된 병실에서 오직 연필과 오선지만으로 작곡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이 대작 오페라 <심청>이 한국에서 초연된 것은 그로부터 27년이나 지난 1999년이었다. 도교적 요소가 많아 난해한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정치적 이유' 때문에 막대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어려워서였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윤이상의 <심청> 1999년 초연은 극의 규모는 물론,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합창도 축소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연출과 지휘 등을 보완하여 이듬해 다시 무대에 올렸는데, 초연에 비해 "음악적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무대 긴장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다. 이후 윤이상의 <심청>은 다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심청'은 국제적인 예술소재이다. 2011년, 한국의 유니버셜발레단이 세계 무대를 겨냥한 창작 발레로 만들어 21년 동안 호평을 받으며 전세계에서 공연을 해 왔다. 2019년에는 미국의 인터내셔널 오페라 인 필라델피아 (International Opera Theater in Philadelphia)에서 오페라로 만들어 이태리 등지에서 공연했다. 소설이나 웹툰 등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윤이상의 방식으로 해석된 '심청'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런 면에서 제 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폐막작으로 윤이상의 <심청>을 선택하였다니 반갑고 기대된다. 23년 만에 재개되는 이번 <심청> 공연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직접 제작한 것으로, 11월 18~19일 이틀 동안에 무대에 올려져 축제를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1999년 공연 당시 지휘를 맡은 최승한 지휘자와 한국 최고의 창작 오페라 연출가 정갑균이 심청의 역사적인 21세기 초연을 준비하고 있다. 심청 역은 소프라노 윤정난과 김정아가, 심봉사 역은 바리톤 제상철과 김병길이 맡는다. 이번 작품은 향후 해외 극장과의 공연 교류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예정으로, 2026년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을 비롯해 2024년에는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 헝가리 에르켈국립극장, 이탈리아 볼로냐시립극장에 진출하게 된다.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주제는 '연대와 다양성'이다. 이탈리아의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 독일의 바그너,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 한국의 윤이상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준비하는 등 음악적 지역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연대한다. 이를 통해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의 일원인 대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한다.

 

개막작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광주시립오페라단과 합작한 오페라 투란도트(9.23-24)이다. 2014년 이후 축제 무대에서 8년 만에 만나는 푸치니의 초대형 오페라다. 이번 작품은 광주시립오페라단과 합작해 11월 25일과 26일에는 광주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으로, 2019년에 시작된 '오페라 달빛동맹'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장 플라멘 카르탈로프가 연출을 맡고,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포디움에 서는 이번 작품에서는 지난해 개막작 '토스카'에 이어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이 참여해 대구의 음악적 역량을 고스란히 보여줄 예정이다. 국내 최고의 투란도트로 자리매김한 소프라노 이윤정과 김라희가, 투란도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 역에는 테너 윤병길과 이정환이 노래한다. 

두 번째 작품은 아름다운 음악과 높은 예술성으로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위대한 오페라'로 선정된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10.7-8)'이다. 순진한 여인들을 희롱하다 결국 천벌을 받게 되는 바람둥이 돈 후안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 이제 손을 잡고', '카탈로그의 노래' 등 아리아들이 유명하다. 2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페라라시립오페라극장과 합작한 프로덕션으로, 현지에서 제작한 최신 프로덕션과 무대 의상, 주요 출연진들을 초청해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상주 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 대구오페라콰이어와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페라라시립극장과의 공연 교류 프로그램으로, 2023년 11월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투란도트가 이탈리아 페라라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다음 작품은 이번 축제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다. 지금껏 '라인의 황금', '발퀴레' 등 반지 시리즈 작품 중 한 편만을 공연하거나 콘서트로 선보이는 경우는 있었으나, 작품 4편을 한 번에 선보이는 것은 국내 첫 시도다. 특히 독일 만하임극장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주역까지 총 230여 명을 초청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의 연출작이자 독일 만하임국립극장에서 올해 7월에 공연된 최신 프로덕션이다. △라인의 황금(10.16) △발퀴레(10.17) △지그프리트(10.19) △신들의 황혼(10.23)까지 총 네 편의 오페라가 현지에서 제작된 그대로 무대에 오른다. 국내 바그네리안(바그너 오페라의 열성 애호가)들이 한껏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만하임국립극장과의 공연 교류 프로젝트로, 2026년에는 만하임에 진출하게 된다.

이어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베르디의 대표작이자 베스트셀러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10.28~29)'가 무대에 오른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지루할 틈이 없는 전개로 알려진 아르노 베르나르의 2014년 연출작이다. 초연 당시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화제가 된 라 트라비아타는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인간의 본질을 고민한 베르디의 의도에 부합되는 메시지를 극적 요소에 잘 녹여냈으며, 단순하고도 상징적인 이미지로 시각효과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소프라노 김성은과 김순영, 테너 김동원과 이범주, 바리톤 양준모와 이승왕 등 정상급 출연진들이 포진했다.

다섯 번째로는 30년 이상의 관록을 자랑하는 영남오페라단이 아름다운 선율, 재치 있는 유머가 가득한 로시니의 오페라 '신데렐라(11.4~5)'를 선보인다.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천재 작곡가 로시니가 3주 만에 완성한 희극 오페라로, 대구에서는 영남오페라단이 2008년 초연하며 우리말 대사와 흥미진진한 연출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밖에 대구 곳곳에서 진행되는 '프린지 콘서트', 한국형 오페라 제작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인 '카메라타 오페라 쇼케이스', 대구오페라하우스 오펀스튜디오 소속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잔니 스키키', 대구성악가협회 소속 실력파 성악가 50명이 대거 출연해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중창, 합창의 무대를 만들게 될 '오페라 갈라콘서트 50스타즈 Ⅱ',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 합창단 콘서트' 등 다양한 콘서트와 '오페라 오디세이' 등 특별 행사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다양한 후원과 협찬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대구의 대표 유통 기업인 신세계 대구법인(이하 대구신세계)과 대구에 본사를 둔 산업공구 기업 크레텍이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메인 스폰서가 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오페라하우스 및 오페라축제를 후원한다. 독일의 유서 깊은 필기구 브랜드 파버카스텔과 대구 커피 프랜차이즈인 핸즈 커피도 협찬사로 함께한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 콜센터, 대구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