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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위 국회의원 수준 보여주는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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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를 되돌아본다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를 살펴보면, 다양한 문화체육관광계 이슈를 접할 수 있다. 뉴스아트에서 올해 기사를 기획하면서 전년도 국정감사 동영상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았다.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국회의원의 질의 수준은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0월 18일 국정감사에서도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었는데, 그 가운데 <베이징 중국국가박물관에서 열린 한중일 고대청동기 유물전>이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보급 유물을 제공하여 함께 연 전시인데, 중국이 일방적으로 고구려와 발해의 존재를 연표에서 삭제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당 배현진 의원이 '이 전시에 삼국시대 유물을 안보냈으니 연표에서 삭제한 거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면서 "왜 안보냈냐"고 물었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고대유물은 상태가 안 좋은데, 코로나라 양국이 호송인을 보내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라서 유물의 안전을 관리하기 어려워서 뺐다'는 요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배현진 의원은 답변에 아랑곳않고 '국립중앙박물관에 학예사가 몇 명인데 한 명도 안보냈냐', '학예사 인건비가 총 얼마냐'라고 따져가면서 애초 주장을 반복했다.

 

해명 무시하고 말 가로막고 준비한 말 쏟아내기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언급하며 재차 해명했지만, 배현진 의원은 관장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미리 준비한 발언을 계속했다. 배의원은 관장에게 자신의 논리를 강요하면서 소통이 안된다고 주장하다가, 전임 관장이 저지른 중대 과실을 언급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계속 새는 바가지'에 비유하였다. 그리고 학예사 연구실적과 관리현황을 보고할 것을 요구하면서, 박물관 예산환수 등 적절한 조치를 국회에서 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박물관장은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보였다.

 

 

다음에는 이상헌 민주당 의원이 질의에 나섰는데, 그는 행안부의 한글날 경축식이 수준 이하니 문체부가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문체부 소속 국립한글박물관장이 국경일 경축식은 법적 절차에 따르는 거라서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답변하니, 이의원은 아무리 국경일이라도 이상하다면서 들어가라고 한다. 국회의원이 법률적 지식에서 밀렸는데 책임있는 발언도 없이 얼버무린 것이다.

 

언론보도에도 못 미치는 동문서답

 

이어 이의원은 앞서 배현진 의원이 지적한 중국국가박물관 유물전 문제를 다시 언급하면서, 호송관 파견을 왜 안했냐고 이미 해명한 문제를 다시 질문했다. 이에 박물관장이 다시 한 번 같은 답변을 했더니, "호송관 없이 못 간다고 배짱을 부렸어야지요"라고 했다. 이에 관장은 헛웃음을 지으며 "(우리나라에서 전시할 때) 중국도 호송관 없이 유물을 보냈다"고 했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이의원은 '아무튼 우리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했다. 

 

요즘 말에 "뇌피셜"이라는 말이 있다.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직관적으로 인지한 것을 말한다. 뇌피셜한 주장을 하면서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않으면 소통이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의원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국정감사 답변에 나선 전문가들은 이들을 얼마나 우습게 볼 것인가.

 

중국국가박물관 유물전 관련한 사항은 9월에 이미 각종 언론에 보도되었다. 호송관을 파견하지 않은 이유와, 연표에 고구려와 발해가 빠진 경위, 그리고 문제 발생 배경과 과제까지 많은 정보가 이미 공개되었다. 그렇다면 국감에서는 보다 수준높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어야 한다. 하지만 국감의 질문 수준은 언론 보도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의원 자신의 준비부족으로 생긴 문제는 호통과 윽박지름, 책임전가와 우기기로 지나가기 일쑤다. 

 

 

국정감사에 출석하여 온종일 대기하면서 답변해야 하는 기관장들이나 장관은 이런 국정감사 수준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긴장감을 가지고 책임있는 답변을 하기보다는 짜증스럽게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않을까? 보좌관들이 만든 질의서를 받아들고 별 준비없이 질의에 나서는 일이 여의도에서는 흔한 일이라지만, 의원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벼락치기로라도 제대로 공부하고 카메라 앞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국정감사에서 보이는 우리의 미래, 예술의 미래

 

물론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하는 '발언'이 국정감사의 전부가 아니다. 훨씬 많은 이슈와 쟁점들이 문서와 온오프라인 소통을 통해 오고간다. 따라서 국정감사장에서 '보이는' 모습만으로 국회의원 노릇을 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사안에 따라서는 잘 짜여진 각본처럼 서로 질문할 것과 답변할 것에 대하여 미리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정감사장에서의 발표 주제를 얼마나 이해하고 발언하는지, 국정감사장에서 타인과 본인의 잘못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의 수준과 품격을 알 수 있다. 그것이 곧 그와 우리, 대한민국 예술의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