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아트 편집부 | 사진가 인준철과 캘리그라피 작가 오민준의 2인전 〈보고 읽는다展 – 여전함 위에 다시 서다〉가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방식은 단순하지만 낯설다. 인화된 사진 위에 캘리그라피 작가가 직접 글씨를 쓰는 것이다. 디지털 합성이나 편집 작업이 아니다. 사진이라는 완성된 화면 위에 붓이 다시 한 번 지나가며, 두 작가의 시간이 한 장의 평면 안에서 겹쳐진다.
전시 제목 '보고 읽는다'는 일반적인 인식의 순서를 의도적으로 뒤집은 말이다. 우리는 보통 텍스트를 읽고 이미지를 본다. 그러나 이 전시에서는 사진이 읽히는 대상이 되고, 글씨가 보이는 대상이 된다. 인준철의 사진은 특정 순간을 포착하지만 하나의 이야기처럼 읽히고, 오민준의 글씨는 의미를 담은 문장이되 화면 위의 형태로 먼저 시선을 잡는다. 관람자는 글씨를 해석하기 전에 사진의 시간을 통과해야 하고, 사진을 본 뒤에야 비로소 글씨의 형태를 감각하게 된다.

두 작가의 협업은 트렌드로서의 콜라보레이션과는 결이 다르다. 보도자료에 실린 추천글에서 윤경희는 이번 작업을 두고 "독백처럼 읊조리던 사진에 글씨가 말을 걸었고, 그 둘은 마당을 뛰어노는 아이들처럼 놀았으며, 그 놀이는 결국 콜라보 이상의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고 썼다. 서로의 개성을 내세우기 위한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사진 속에 담긴 기억, 그 위에 얹힌 한 획의 글씨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장면을 이루었고, 그 장면들이 쌓여 십여 년의 기록이 되었다.
오민준은 캘리그라피 1세대 작가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원광대학교 서예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다이토분카(大東文化)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예술의 전당에서 캘리그라피를 가르쳐 왔고, 한국 폰트 '민준체'의 창작자이기도 하다. 저서 『오민준, 캘리그라피를 다시쓰다』(2018)를 통해 보통 사람도 캘리그라피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관점과 현대적 미감으로의 전환 원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사진작가 인준철의 공개된 이력은 이번 보도자료 외에 별도로 확인되지 않아, 이 기사에서는 전시 자체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전시 부제인 '여전함 위에 다시 서다'는 두 사람이 공유한 시간의 밀도를 압축한 말이다. '여전함'은 변하지 않은 상태의 반복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고 버텨온 시간의 형태다. '다시 선다'는 것은 새로운 출발이면서 동시에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짧은 노출로 찍힌 순간들이 이어져 긴 장노출의 상이 되듯, 두 사람은 십 년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각자의 작업을 이어온 끝에 이 전시에 다시 섰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실험보다 오래된 호흡에 가깝다. 처음 작업을 시작하던 시간에서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가 되었고, 같은 장면을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두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다.
〈보고 읽는다展〉은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26 갤러리 라메르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 관련 문의는 인준철(010-4436-3687, thorany@naver.com)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