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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약서 체크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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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서울예술인센터에서 진행중인 <예술가의 인생수업> 가운데 지난 9월 18일에는 '슬기로운 예술인 생활 - 법률편'이 진행되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예술인 법률상담을 진행하는 임애리 변호사는 계약서의 체계를 이해하고 큰 그림을 그려봄으로써 독소조항을 피하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는 판사들은 법과 계약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저작권법 위배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일단 계약이 되었다면 인정해주는 분위기"라면서 함부로 계약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전체 그림을 보는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특정 단어나 문구에 꽂혀 독소조항이라고 간주하기보다는 대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권리를 양도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 임애리 변호사

 

계약서에서 주목할 세 가지 조항

 

계약서에는 반드시 세 가지 조항이 등장한다. 계약상대자, 계약의 목적물, 주된 권리와 의무이다. 이 세  가지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꼭 살펴봐야 한다.


▲ 계약상대자가 법인인지 개인인지를 구분하여 본 뒤, 계약상대자의 신뢰를 확인한다. 계약상대자의 신뢰도에 따라 계약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공모전에 당선되어 계약을 하게 되었지만 계약상대방은 경험도 인지도도 없는 작은회사일 수 있다. 이런 경우 나중에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커뮤니티 문의나 검색 등을 통해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리서치 해 봐야 한다.  


▲ 계약의 목적물은 저작물 혹은 공시 공연 등과 같은 프로젝트를 말한다. 구체적인 저작물이 아닌 과정형 프로젝트는 목적과 기간을 분명히 적어야 한다. 불완전 계약을 할 경우 상대방이 영향력이 큰 업체나 개인이라면 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자의적인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노예계약이 되는 등 매우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목적과 기간, 필요하다면 작업 범주까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 주된 권리와 의무란 저작물이나 프로젝트 이용권을 주고 수익을 배분 받는 것을 말한다. 저작권이용형(창작집필계약)과 노무제공형(기술노무실연)이 있다. 계약상대자의 신뢰도를 감안하여, 대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권리를 양도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봐야 한다.

 

계약서 작성시 주의해야 할 사항, 예를 들어...

 

▲ 수익배분 약정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특히 수익차감방식으로 한다면, 계산식이 정확해야 한다. 계산식이 부정확하면 상대방 마음대로 할 위험이 있다. 

 

▲ 간접비용을 공제한다는 조항은 위험할 수 있다. 제작비 외에 사무실비용, 마케팅홍보비용, 기타인건비도 공제될 수 있으니까. 계약서에 각종 비용이라 적고 상세사항을 말하지 않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 선급금반환조항도 위험하다. 원래 선급금은 안 돌려줘도 되지만, 계약서에 반환을 약정하면 내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계약을 파기하는 법 - 반드시 문서로 절차를 밟아야

 

계약 파기에는 해제와 해지가 있다. 해제는 원 계약이 없었던 것으로 되돌리는 것이며 해지는 원 계약을 대신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계약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장기계약은 계약 이전 상태로의 원상회복이 어려워서 파기하기 어렵다. 배우가 가수의 전속 계약 등이 문제가 되는 이유이다. 이런 계약은 일단 개시하면 '해제'는 안되고,  상호 합의 하에 새로운 게약을 맺는 '해지'만 사능하다.

 

▲ 계약 후에는 상대방에 문제가 있다 해도 합의없이 해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계약을 유지할 자신이나 확신이 없다면 해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많이 명기하여 '즉시 해지' 조항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즉시 해지 조항이 많을수록 계약은 불안정해진다.

 

▲ 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연락이 안되거나 심지어 폐업한 경우에도 계약은 자동 해지되지 않는다. 상식과 법은 다르다. 상대방에게 실망하여 계약이 무효라고 생각하여 마음대로 행동할 경우, 계약 위반으로 도리어 곤란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상대방이 계약 이행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합의를 통해 '해지'해야 계약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다.

 

▲ 계약 해지는 반드시 문서로 한다. 개인사업자는 망해도 개인이 남고 법인은 폐업해도 등기가 남는다. 따라서 서면 또는 법원의 공시송달로 해지해야 한다. 해지 절차와 사유가 다 정당해야 법적으로 효력이 있다. 해지서류 사본을 우체국에서 보관하는 내용증명이 선호되는 이유다.

 

▲ 시정요구서 등을 내용증명으로 보내면 상대방이 감정이 상해 바로 소송을 시작하기도 한다. 따라서 법적 대응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 해지내용증명을 보낼 때는 지적재산권 귀속, 저작인격권 행사 방법, 수익과 대금정산, 계약효력 상실과 폐기, 유예기간 등에 대한 내용을 다 적는 것이 좋다.

 

▲ 계약교섭 단계에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일이 있다. 이로써 손해가 발생했다고 배상청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주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 샘플제작, 오디션, 제안서 등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손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독소조항 계약을 시정하는 법

 

고 이우영 작가는 계약서의 독소조항으로 고통받고 결국 자신의 캐릭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재판까지 받아야 했다. 임변호사는 이렇게 독소조항이 들어간 계약을 시정하는 단계적 방법을 소개했다.

1. 다시 협상하여 불리한 조항을 제거한다. 
 

여기까지는 협상의 단계이다. 계약 및 협상의 단계를 지혜롭게 통과하려면 저작권의 10가지 권리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저작인격권에 속하는 3가지 권리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에 속하는 7가지 권리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저작물작성권,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중에서 상대방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쪼개어 사용권을 부여하면 저작인격권 등을 지켜내면 독소조항을 바로잡을 수 있다. 

 

협상에 실패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2. 계약 초기라면 아예 계약을 해제하고 그렇지 않다면 계약해지 절차를 밟는다.

 

3. 대부분의 계약은 해지가 어려워 결국 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예술인권리침해신고를 하고, 조사를 거쳐 시정명령 등을 받게 된다. 특히 약정한 대금을 못 받는 경우는 모두 신고 가능하며, 부당하게 사업에서 배제되는 등 불법 행위도 신고 가능하다. 

 

4. 약관법 위반 일부 무효 가능성

 

계약이 불공정하다 해도 일단 계약이 된 경우에는 권리침해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약관법 위반을 검토해볼 수 있다. 문화예술계약서 중에서 불특정다수와의 계약을 목적으로 초안을 만들고 별도의 협상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계약한 경우에는, 계약서가 아니라 약관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불공정성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최근 기획사와의 전속 계약 무효 등의 판결은 약관법 위반에 근거하여 내려졌다. 하지만 판결을 받기가 쉽지는 않다. 구름빵 사건의 경우에는 약관법에서도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알아두멸 쓸모 있는 몇 가지 질의 응답


Q 공중파에 방영된 동물 사진을 캡처해서 이모티콘을 만든 경우, 사진 사용료를 내야 하나?

 

A 하나의 다큐에서만 캡처했는지 여러 개의 다큐에서 캡처했는지, 사진에 개성이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저작물은 일반적으로 저작권 침해 입증이 어렵고 보호범위도 적다. 극히 개성적인 부분만 보호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 햄 제품사진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 반면에 시각예술은 보호 범위가 넓다. 

 

Q 창작산실 등 지원사업에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라고 하지만, 참가자들은 다음 번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까봐 계약요구를 하지 못한다. 티비나 영화는 노조가 있어서 계약서 검토도 꼼꼼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많은 연극 극단에서 계약서는 말이 안된다. 나라에서 하라는데도 안하는데 배우가 어떻게 계약서를 요구하냐


A 임변호사는, "목표와 원칙을 알고 있어야 변화한다. 예술인 법률 상담 과정에서도 많은 사례를 접하고 있다. 시각예술계에는 이상적인 계약서가 있는데 거의 안쓰이고 있고, 출판 분야도 갈등 중이다. 개별 해결책을 제시할 순 없지만 (계약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내용을 알면 변화할 수 있다. 구두합의도 계약이니 오늘 이야기 한 것들을 토대로 최대한 원칙에 맞추도록 노력해 달라. 그래도 안되면 기관차원에서 도와줄 수도 있을 거다. 현장목소리 들려달라.

 

Q 공모사업을 위해 창작한 곡을 개인 앨범 작업에서 쓸 수 있나요?

 

A 공공예산으로 만들어진 경우 저작권은 1/2로 나누거나 저작권을 제한하여 공공재로 자유로이 쓰도록 하는 일이 많다. 상세 사항은 계약서에 적혀 있다. (공모요강에서도 밝힌다.)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예술인들은 각 지역의 문화재단,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 문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