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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빠진 미술진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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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5월 23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미술진흥법 공청회가 열렸다. 올해 정책제도기반 구축을 위해 현장에 법안을 설명하고 쟁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공청회에는 특히 미술관 관련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미술진흥법 시행령은 올해 7월 26일에 시행예정이다.

 

 

여타의 예술 관련 법안과 마찬가지로 이 자리에서도 ▲장기 계획과 예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 방안 부족, ▲법안의 현실성 부족, ▲공공미술은행의 목적과 개념이 모호함 ▲예산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현재에 급급하지 말고 미술품에 대한 충분한 토론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미술진흥법으로 인해 미술품은 (사용시한이 있는) 정부'물품'에서 영구보존이 가능한 예술작품이 된다는 점에서 미술품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하였다. 

 

예술작품으로서의 미술품은 연구, 조사, 활용, 보존, 수복 등의 활동이 모두 필요한데, 이제 이를 국가주도로 한다면 이를 위한 시스템을 오랜 시간 독자적으로 구축해 온 공공미술관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현재에 급급한 과제 중심의 시행령보다는 천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미술품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 천천히 가자.  -- 최은주 관장

 

예술경영센터가 전담기관으로 역할 할 수 있을까?

 

최 관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심이 되어 "공공성을 충족할 수 있는 목표와 태도"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에 대해 질문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하면서, "전문기관도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는 미술진흥전담기관으로 지정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과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보인다.  

 

 

조상인 미술정책연구소장은 신뢰도가 저하된 미술 시장 유통에 대한 규제 내용이 진흥법에 들어가 있는데, 위작 유통과 같은 문제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잡을 수 있겠냐고 하면서, 미술 시장 건전성을 위해 지속적인 캠페인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술서비스업 신고제, 통합미술품시스템, 잘 작동할까?

 

미술서비스업 신고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신고제는 가장 낮은 단계의 규제인데, 신고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한 최근에는 성수동 등에서 카페가 미술관 역할도 하고 있는데, 갤러리와 카페에는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기술로 인한 뉴미디어전시나 조각투자, 지식재산권 등도 시행령에서 담아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시장변화를 시행령에서 다 담아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MZ세대 콜렉터"로 불리는 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는 진흥법의 통합미술품시스템은 장기적으로 미술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술품은 재화로서 가치를 갖기에 민간영역의 미술품 정보를 등록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이며 강제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작가의 재판매청구권 실익 없이 시장에 부담만 될 수도

 

2027년부터 시행되는 재판매청구권은 실익 없이 논란만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재판매청구권은 미술품 가격이 올랐을 때 작가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제도이다. 

 

작가권익보호라는 취지는 좋지만 세계적으로 시행되지 않는 곳이 더 많다... 한국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 하나가 없어지는 셈... 시장이 위축되고 거래가 감소될까봐 우려된다. 한국처럼 작은 시장에서는 판매자 부담, 정보공개부담, 시장반발이 모두 커질 수 있다.  -- 노재명 대표

 

미술관 빠진 미술법과 공공미술은행 논란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은 공공미술은행이다. 우선 '은행'이라는 용어에 대한 반발이 컸다. 공공성을 가진 예술 사업에 적절한 명칭이 아니라는 논란이다. 정부미술품관리와 미술은행은 전혀 다른 개념인데 이를 하나로 묶었을 때 벌어질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문체부에서는 공공미술은행 용역연구가 진행 중이니 이후 토론을 계속하겠다고 하였다. 

 

진흥법에 미술관이 아예 빠져있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질문도 있었다. 문체부는 기존에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있었기 때문에 뺄 수 밖에 없었다고 하면서, 다만 진흥법에 전시창작공간지원 내용이 있으니 이를 이용해 미술관에 대한 지원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