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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상반기 미술품 vs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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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미술시가감정협회는 국내에서 운영되는 8개 경매사(서울옥션, K옥션, 마이아트옥션, 아트데이옥션, 아이옥션, 라이즈아트, 에이옥션, 칸옥션)에서 올해 1월~6월 말까지 진행한 온오프라인 경매 결과를 기반으로, 2024년 국내 미술품 경매 거래액이 약 917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약간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2년 상반기는 약1446억원, 2023년 상반기는 약811억원이었다. 

 

2024 상반기, 역대 가장 낮은 낙찰률

낙찰률은 49.8%로 역대 가장 낮은 낙찰률을 보였다. 지난 해 낙찰률은 52.1%였고, 그 이전에는 65% 전후의 낙찰률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는 예년에 비해 총 출품작도 25% 이상 줄었기 때문에, 낙찰 작품 수도 현저히 줄었다. 상반기 낙찰작품 수는 2021년 1만 999점, 2022년 1만 296점, 2023년 7724점, 올해는 2215점으로 줄었다.  

 

이는 일부 인기 작가의 작품만 유통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기 있는 작가의 작품조차 좋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는 드물다. 

 

유명 작품도 추정최고가의 절반, 추정최저가 이하로 낙찰

 

일례로, 5월 서울옥션에서 추정가 최고 5.5억 원인 김환기의 작품이 사전 가격 조정을 통해 추정가 최저 3.5억 원에도 못미치는 2.9억에 낙찰되었다. 야요이 쿠사마나 아야코 록카쿠와 같은 인기 작가도 마찬가지로 사전 가격 조정을 통해 추정가 최저액 3.5억에도 못 미치는 2.8억과 2.7억에 각각 낙찰됐다. 이날 80개 작품 가운데 71개가 낙찰되었지만, 2억 이상의 작품은 위의 세 작품 뿐이고 낙찰총액은 40억이었다. 

 

 

서울옥션의 6월 상황은 더 심각했다. 라이브경매 낙찰률은 45.9%였고, 낙찰총액은 30억이었다. 추정가 11억원인 김창열의 작품은 9.8억원에 낙찰됐고, 이 작품을 제외하면 1억이 넘는 가격에 낙찰된 작품은 살보, 박서보,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 각 한 점씩이었다. 이날 낙찰된 대부분의 작품은 추정 최저액 혹은 하향 조정된 가격에 낙찰되었다.

 

계속 떨어지는 낙찰률, 최고가 경신도 없어

 

이런 상황은 케이옥션도 다르지 않다. 라이브경매낙찰률이 3월에는 66.7%, 4월에는 58.5%, 5월 54.8%로 계속 낮아졌고 낙찰총액은 42억  50억 25억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6월에 낙찰룔 64%, 낙찰총액 42억으로 3월 수준을 회복했지만, 낙찰가 1억원 넘는 작품이 적고 추정 최저가 혹은 하향 조정된 가격에 낙찰되는 경향은 여전했다. 추정 최고가를 넘어서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서울옥션 경매 중 홍콩세일에서 김환기의 전면점화 '3-Ⅴ-71 #203'가 50억 원에 낙찰될 때만 해도, 해외작가가 아닌 한국의 근현대 작품이 낙찰가 1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K옥션에서 이중섭의 그림 '시인 구상의 가족'이 14억 원에 낙찰된 것을 제외하면 한국 경매시장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추정 최저가 11억 원이었던 박서보의 '묘법 No. 10-78'도 사전 가격 조정을 통해 10억 원에 낙찰되었을 정도이다. 

 

서울옥션 매출 절반, 부동산 한채로 달성

 

이런 와중에 상반기 낙찰총액 1위를 차지한 서울옥션 매출(536억 원)의 41%는 강남의 90평짜리 오피스텔 한 채의 낙찰가다. 이 오피스텔이 경매에 나온 날, 서울옥션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 발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옥션은 세계적 건축가인 리차드 마이어의 건축 철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희소성과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리차드 마이어는 성추문으로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한편, 홍콩에서 50억원에 낙찰된 바 있는 김환기의 작품 추정가는 80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