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의 '우리'는 컴필레이션 앨범 <이름을 모르는 먼 곳의 그대에게>에 수록된 곡으로 음원포털을 통해 발매를 앞두고 있다. 본지를 통해 미리 음원을 들어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음원 발매 후에는 비공개로 전환될 예정이다.
황경하 기획자 | 싱어송라이터이자 숲해설가로서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이서영의 '우리'는 아티스트의 대학 시절 창작곡이 십 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더해 완성된 작품이다. 이 곡은 한 개인의 내밀한 서정이 시대의 목소리로 확장되는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며,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 존재의 본질적 고독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피아노와 보컬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구성에 코러스,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플루겔혼이 더해진 새로운 편성은 곡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특히 플루겔혼의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음색은 가사의 시적 이미지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각 악기들은 독자적인 성부를 그리면서도 유기적인 앙상블을 이루며, 이는 '우리'라는 제목이 함의하는 집단성의 메타포로도 읽힌다.
도입부는 피아노와 보컬의 정적인 대화로 시작하여, 점차 다른 악기들이 더해지며 음악적 텍스처가 두터워진다. 중반부에서는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 플루겔혼의 전개가 특징적이며, 후반부로 갈수록 모든 악기가 어우러지며 클라이맥스를 형성한다. 이러한 점진적 전개는 '평화'와 '자유'를 향한 사람들의 점진적 열망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한다.
"우리는 가시를 품고 살고 우리는 가슴을 뚫고 걷는다"로 시작되는 가사는 개인의 고통이 집단의 경험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우리'라는 시점의 반복적 사용은 개별적 체험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집단적 의식을 환기한다. 이는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연대 가능성을 암시하는 시적 장치로 기능한다. 수사적 장치를 넘어, 고통받는 개인들의 연대 가능성을 암시하는 제스처로 읽힌다. "턱 끝까지 숨차도 삶을 고집한다"라는 구절은 생존의 고단함과 동시에 그것을 견뎌내는 인간의 강인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서영 특유의 맑고 서늘한 음색은 이 곡의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푸르스름한 새벽하늘을 연상시키는 보컬 톤은 가사의 시적 긴장감과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특히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라는 구절에서 보여주는 절제된 감정의 분출은, 내면의 강인함과 동시에 현실에 대한 섬세한 인식을 드러낸다. 메인 보컬과 섬세하게 얽히는 코러스는 '우리'라는 복수성을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동시에, 곡의 서정적 깊이를 한층 심화시킨다.
대학 시절 작곡된 이 곡이 현재까지 강력한 메시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작품이 담고 있는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통찰 때문이다. 평화와 자유, 사랑이라는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 인류의 근원적 갈망이며, 이 곡은 그러한 갈망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다. "기쁨보단 슬픔이 이곳에 가깝다"와 같은 구절은 현대사회의 본질적 소외를 간결하게 포착한다.
'우리'는 이서영이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깊이를 오롯이 담아낸 곡이다. 그가 숲해설가로서 자연과 교감하며 찾아낸 통찰이 음악에도 스며든 듯하다. 이 곡은 마치 숲속 오솔길을 걷듯 인간과 자연, 개인과 집단,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점을 찬찬히 더듬어간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이야기를 담았기에, 이 노래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에 닿기를 바란다. 한 사람의 서정이 시대의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번져가는 이 특별한 노래는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울림을 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