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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Golden Hour} 박찬울 프로듀서 인터뷰 “아티스트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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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Hour}의 균형과 소통을 말하다

 

뉴스아트 편집부 | 자이(Jai)의 새 앨범 'Golden Hour'는 25년간의 음악 여정에서 맞이한 황금빛 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한국 인디 음악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록밴드 '헤디마마'의 리더에서 솔로 아티스트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 색깔을 구축해온 자이의 7년 만의 신보는 여러 측면에서 특별하다. 록과 재즈, 팝과 소울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사운드 팔레트, 그럼에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자이만의 목소리와 서정성이 어우러져 마치 사진작가들이 말하는 '골든 아워'처럼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앨범이 완성되기까지는 프로듀서 박찬울의 손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로, 또한 음악 전문 매체 '월간 믹싱'의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한국 음악계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그는 자이의 원곡들에 다양한 음악적 옷을 입히며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와 방향성을 완성했다.

 

‘너의 데이트’, ‘Fever’, ‘오늘 이 밤을’, ‘때늦은 옛 이야기’로 이어지는 네 곡의 이야기는 단순한 트랙의 나열이 아닌, 하나의 정서적 여정을 담아낸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도 하나의 통일된 톤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세션 뮤지션들과는 어떻게 호흡을 맞춰갔을까? 디지털 시대에 음악 제작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Golden Hour”의 음악적 방향을 완성한 프로듀서 박찬울을 만나 현대 음악 제작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아티스트가 먼저, 레퍼런스는 그다음"

 

박찬울은 음악 프로듀서, 기타리스트, 월간 믹싱의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이다. 프로듀서로서의 정체성을 뚜렷이 갖기 전에도 그는 이미 여러 음악 작업에서 프로듀싱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해왔다.

 

"사실 연주도 하고 녹음도 받고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제작을 하게 되니까요. 프로듀서라고, 프로듀싱 한다고 생각을 안 해도 결국에는 그걸 하고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게 좀 경계가 애매했죠."

 

한국 음악계에서 '프로듀서'라는 역할은 종종 모호하게 정의된다. 방송 PD, 작곡가, 편곡자, 오디오 엔지니어 등 다양한 역할이 뒤섞여 있기도 하다. 박찬울은 이러한 경계를 넘나들며 실질적인 프로듀싱 역량을 키워왔다. 특히 그는 뮤지션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효과적인 소통과 음악적 비전의 구현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박찬울의 프로듀싱 철학은 명확하다.

 

"아티스트가 먼저고, 거기에 맞는 레퍼런스를 찾는 게 그다음이에요."

 

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그가 음악 작업에 임하는 근본적인 태도다. 수많은 프로듀서들이 자신만의 스타일과 색깔을 음악에 강요하는 것과 달리, 그는 먼저 아티스트의 음악과 개성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정 아티스트나 특정 앨범이다라고 얘기하기보다, 이 작업을 할 때 들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아무리 멋있는 거나 내가 이상향으로 잡는 게 있어도, 그게 그때 그 아티스트와 미스매칭 될 때가 많거든요. 연주자가 다르고 작업 환경이 다르면 곧이곧대로 다 적용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아티스트를 먼저 듣고, 그에 맞는 내가 들었던 음악 중에서 레퍼런스를 찾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러한 접근법은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한 그의 겸손하면서도 실용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점차 드러난 것은, 이런 겸손한 태도 뒤에 숨겨진 그의 명확한 음악적 판단력과 프로듀싱 철학이었다. 그는 아티스트의 요구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더 나은 음악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전문가적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Golden Hour}, 프로듀서의 음악적 판단력

 

{Golden Hour}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를 구상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박찬울은 "균형"이라고 답했다.

 

"중점이라면 균형이었는데요. 프로듀서와 아티스트가 쓰는 용어가 완전히 같지도 않고, 서로 간에 약간의 통역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이분의 고집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과, 그것을 말이 되게 고쳐야 한다는 것, 그 사이의 균형이 가장 컸어요. 원하시는 대로만 다 하면 말이 안 되는 게 있으니까요. 아티스트가 만족스러우면서도 말이 되게 바꿔야 하는 것, 그 반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대답은 박찬울이 프로듀서로서 아티스트의 요구를 이해하고 구현하는 역할과 함께, 때로는 음악적으로 더 효과적인 방향으로 제안하고 조율하는 역할도 맡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뮤지션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음악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식을 모를 때 프로듀서의 전문성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박찬울은 이 과정에서 작곡가의 의도를 존중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한 균형점을 찾았다.

 

특히 박찬울은 자이의 음악이 가진 몇 가지 특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그는 곡들이 키도 비슷하고 템포도 비슷한 편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러한 유사성은 앨범 전체에 단조로움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 요소였다. 박찬울은 각 곡에 서로 다른 편곡 접근법과 악기 구성을 적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 '너의 데이트'는 전자적 요소가 돋보이는 팝 트랙으로, 'Fever'는 재즈 영향이 강한 곡으로, '때늦은 옛 이야기'는 밴드 사운드가 풍부한 트랙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자이와 박찬울이라는 두 음악인의 만남

 

자이와 박찬울이라는 두 음악인의 만남에서 박찬울은 어떤 음악적 방향을 제시했을까?

 

"자이 님이 많이 받아들이셨죠. 키도 비슷하고 템포도 비슷한 편이어서, 사실 이 곡들의 가이드를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주셨지만, 멜로디와 화성만 떼놓고 보면 비슷한 곡들이었거든요. 그걸 다양하게 싣고 싶었는데, 그걸 받아들이신 거죠."

 

이 답변은 원곡들이 가진 한계와 유사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다양한 색깔로 변화시켜 표현하고자 했던 박찬울의 제작 철학을 잘 보여준다. 그의 프로듀싱 디렉션이 없었다면, {Golden Hour}는 단조로운 앨범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박찬울의 음악적 역량과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이해가 로파이, 재즈, 락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앨범에 불어넣어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

 

'너의 데이트', 가장 어렵고 가장 만족스러운 곡

 

{Golden Hour}에 수록된 곡들 중 가장 어려웠던 곡과 가장 만족스러운 곡을 물었을 때, 박찬울은 주저 없이 ‘너의 데이트’라고 답했다.

 

"너의 데이트가 제일 어렵고 제일 만족스러웠어요."

 

이 곡은 앨범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자이의 다른 곡들과 달리 전자식 비트와 현대적인 편곡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박찬울은 이 곡의 제작 과정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밴드로 해야 하나 하다가, 다른 곡처럼 안 느껴질 것 같아서... 다른 곡들과 차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처음에 제안했을 때는 피아노랑 기타만 하자고 했어요. 피아노하고 일렉 기타로 해서 엠비언트 기타 같은 걸 섞어서 가벼운 느낌으로 가려고 했죠. 다른 곡에서 드럼이랑 풀밴드가 나올 때 더 입체적인 앨범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거예요. 근데 결국엔 어쩌다 보니까 샘플링 드럼을 넣고, 베이스 넣고, 전자 드럼 넣고... 제가 원래 그렇게까지 잘 안 하는데, 해보니 괜찮아서 그대로 간 케이스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박찬울의 과감한 음악적 결정과 실험 정신이다. 애초 구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곡을 발전시켰고, 그 결과 앨범의 다양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트랙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이 곡은 후원자들과 리스너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프로듀서가 단순히 아티스트의 비전을 구현하는 역할을 넘어, 때로는 새로운 창의적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사례를 보여준다. 박찬울은 자신의 전문성과 음악적 감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그 결정이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을 탄생시켰다.

 

 

세션 뮤지션들과의 협업, 완성도를 높이는 전문가들

 

{Golden Hour}에는 피아니스트 이보람, 베이시스트 정수민, 드러머 권낙주 등 뛰어난 세션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이들의 참여는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찬울은 특히 이보람의 음악적 기여를 강조했다.

 

"이보람 님은 부분 부분 디테일하게 지적을 해주시는 게 있어요. 사소하게 지나갈 수 있는 것인데, 아주 세세히 뜯어보면 화성이나 코드와 맞지 않는 음들이 있거든요. 기타로 쳤을 때는 자연스럽게 넘어가거나 묻어갈 수 있는 것들인데, 그런 것들을 캐치해주세요. 그게 실제로 완성도로 귀결돼요."

 

이 답변은 음악 제작의 세부적인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리스너들은 알아차리지 못할 사소한 화성적 디테일까지 신경 쓴 것이 전체적인 음악의 품질을 결정짓는다. 박찬울은 세션 뮤지션들의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하여 자이의 원곡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특히 이보람의 재즈 피아노는 'Fever'와 '오늘 이 밤을' 같은 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녀의 세련된 화성 감각과 터치는 자이의 보컬에 완벽한 배경을 제공했다. 정수민의 그루비한 베이스와 권낙주의 안정된 드럼 플레이도 밴드 사운드에 깊이를 더했다.

 

박찬울은 이러한 세션 뮤지션들의 기여를 존중하면서도, 전체적인 음악적 방향성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음악적으로 조화로운 앙상블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 연주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앨범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세션 뮤지션들이 알아서 잘 맞춰주셔서 시키는 대로 잘 해주셨어요."

 

이 짧은, 겸손한 답변 뒤에는 사실 프로듀서로서의 명확한 지시와 비전 제시가 있었을 것이다. 실력 있는 세션 뮤지션들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올 수 있었던 것은 박찬울이 각 곡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뮤지션들의 기량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음악 제작,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 제작 방식이 크게 변화한 시대에, 박찬울은 어떤 접근법을 취하고 있을까? 음악 제작 방식의 변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제 기준에서는 이번 작업도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합주도 한 번도 안 했잖아요. 요즘은 원격으로 받아서 작업하는 게 당연해졌어요. 비용과 시간을 모두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죠. 때로는 연주자가 녹음만 해주고, 그걸 샘플처럼 재가공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그것조차도 요즘에는 구닥다리라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그냥 샘플을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박찬울의 이 답변은 현대 음악 제작의 빠른 변화 속도를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적이라고 여겨지던 방식이 이제는 ‘구닥다리’로 간주될 정도로 음악 기술과 제작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그의 접근법은 어떨까?

 

"녹음도 해야 하면서 연주자의 장점도 못 살리면 무슨 소리냐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방식인 셈이죠. 에디팅을 하고 다 편집을 했어도, 결국엔 그게 합주한 것처럼 들리게 하려고 의도했으니까요."

 

이 답변은 박찬울이 디지털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통적인 음악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Golden Hour} 앨범의 제작 과정에도 잘 드러난다. 각 세션 뮤지션들의 파트를 개별적으로 녹음하고 편집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마치 함께 연주한 것 같은 유기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박찬울이 이번 녹음에서 실제 연주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단지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다. 그는 실제 뮤지션들의 연주가 가진 고유한 품질과 에너지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자이의 {Golden Hour} 앨범에서도 그는 디지털 툴을 능숙하게 활용하면서도, 실제 연주자들의 기량과 개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었다.

 

앨범의 트랙들은 모두 다양한 악기 구성과 프로덕션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이는 박찬울이 각 곡의 분위기와 정서에 맞게 적절한 사운드 팔레트를 선택했음을 시사한다. '너의 데이트'에서는 프로그래밍과 전자 비트를 과감하게 활용했고, 'Fever'에서는 보다 자연스러운 재즈 영향의 편곡을 시도했다. 이러한 다양성이 앨범의 전체적인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인디 음악 씬에서의 프로듀서 역할, 변화하는 지형도

 

한국 인디 음악 씬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박찬울은 DIY(Do It Yourself) 경향의 증가를 지적했다.

 

"내가 프로듀서고, 내가 아티스트다, 이런 경우가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할 수 있으니까 하고 싶어지고... 그런 것 같아요. 문턱이 좀 낮아져 있는 것 같아요."

 

이 답변은 음악 제작 기술이 더욱 접근 가능해짐에 따라 많은 뮤지션들이 스스로 프로듀싱을 맡는 경향이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과 다양한 플러그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면서, 과거에는 전문 스튜디오와 프로듀서에게만 가능했던 작업들을 이제는 개인 뮤지션들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더 많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적 비전을 직접 구현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적인 프로듀서가 제공할 수 있는 외부 시각과 객관성이 줄어들 수 있다.

 

박찬울 같은 전문 프로듀서의 역할은 이러한 환경에서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그는 뮤지션이 혼자 할 수 없는 부분, 즉 객관적인 음악적 판단과 폭넓은 장르적 지식, 세션 뮤지션들과의 효과적인 소통, 그리고 전문적인 믹싱과 마스터링 지식 등을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더한다.

 

인디 뮤지션들과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묻자, 박찬울은 독립성과 현실적 제약 사이의 균형을 언급했다.

 

"인디 뮤지션이라고 하면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니까, 말 그대로 아티스트와 나 둘 사이의 이야기인 거죠. 외부 요소들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자 중요한 점이에요. 하지만 결국 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외부 요소이기 때문에, 돈이 없는 인디 뮤지션은 똑같이 제약을 받는 것 같아요."

 

이 답변은 인디 음악계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낸다. 창의적 자유와 경제적 제약 사이의 긴장은 많은 인디 뮤지션들과 프로듀서들이 직면하는 현실이다. 특히 자이의 {Golden Hour} 같은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되었는데, 이는 현대 인디 음악 제작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을 보여준다.

 

박찬울은 이러한 환경에서도 최선의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제한된 예산 내에서도 최고의 세션 뮤지션들을 섭외하고, 효율적인 녹음 일정을 계획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자이의 앨범이 인디 프로덕션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레이블의 작품에 뒤지지 않는 음향적 품질과 완성도를 갖출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월간 믹싱, 지식 공유와 전문성의 순환

 

박찬울은 자신의 음악 제작 경험과 지식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월간 믹싱'이라는 온라인 음악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그의 프로듀싱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물었다.

 

"저도 발행하고 칼럼니스트를 섭외해서 글을 올리다 보면, 그걸 읽으면서 공부가 되는 것도 있어요. 대부분 올라가는 글은 제가 동의하는 글들이기 때문에, 그 뜻이 곧 제 생각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답변에서 박찬울의 끊임없는 학습 욕구와 개방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전문가로서의 겸손함과 동시에, 항상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습득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월간 믹싱'은 음악 프로덕션,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전문 정보지다. 박찬울은 이를 통해 한국 음악계에 부족했던 체계적인 음악 제작 정보를 제공하고, 동시에 자신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었다. 그는 '월간 믹싱'을 통한 지식 공유와 실제 프로듀싱 작업 사이에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가 연구하고 공유하는 내용이 실제 작업에 적용되고, 그 경험이 다시 더 풍부한 콘텐츠로 독자들에게 돌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박찬울의 음악적 역할

 

{Golden Hour}는 다양한 음악적 색채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박찬울이 이 앨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아니었으면 아마 그냥 평범한 록 앨범이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는 자이가 원래 록 밴드 '헤디마마'의 리더였던 점을 감안하면 중요한 부분이다. 박찬울의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이해와 접근법이 앨범의 다양성을 높였음을 보여준다. 앨범에 담긴 재즈적 요소와 현대적인 프로덕션 스타일은 그의 음악적 비전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 구성에서도 박찬울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각 곡마다 서로 다른 악기 구성과 프로덕션 접근법을 적용함으로써 앨범 전체에 다양성과 깊이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너의 데이트'에서는 전자 드럼과 신스 사운드를 활용한 현대적인 팝 사운드를, 'Fever'에서는 보사노바 리듬과 재즈 화성을 융합시켰으며, '때늦은 옛 이야기'에서는 밴드 사운드의 다이내믹한 측면을 강조했다.

 

박찬울은 자이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존중하면서도, 이를 다양한 음악적 방향으로 발전시켜 더 풍부한 사운드를 창조했다. 특히 그의 기타 연주와 편곡은 앨범 전체에 독특한 질감과 분위기를 더했다.

 

프로듀서로서 박찬울의 접근법은 각 곡이 가진 고유한 정서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앨범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며, 각 트랙이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고려했다. 이러한 접근법이 {Golden Hour}를 그저 개별 곡들의 모음이 아닌, 하나의 응집력 있는 음악적 여정으로 만들어냈다.

 

프로듀서로서의 미래 비전, 소통의 중요성

 

미래에 도전해보고 싶은 음악적 실험이나 프로젝트에 대해 물었을 때, 박찬울은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러 가지 같이 하면 뭐든 좋아요. 뭐든지 좋은데, 소통만 되면 뭐든..."

 

이 간결한 답변은 그가 장르나 스타일에 큰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음악적 실험에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그는 이 단어를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이는 음악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술적 능력이나 장비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라는 그의 확고한 믿음을 보여준다.

 

"소통이 안 되는데 실험적이면..."

 

그의 말끝을 흐리는 모습에서, 과거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프로젝트에서 겪었을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사이의 비전 차이, 용어의 불일치, 또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부재가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어떻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인터뷰 전체를 통해 '소통'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였다. 그는 여러 차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사이의 효과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로듀서와 아티스트가 쓰는 용어가 완전히 같지 않아요. 서로 간에 약간의 통역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이러한 언급들은 음악 제작이 단순한 기술적 과정이 아니라 깊은 인간적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박찬울은 자이의 {Golden Hour} 앨범 작업에서 이런 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양쪽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의 미래 비전은 기술이나 특정 장르보다는 이런 인간적인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그들의 음악적 비전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전문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각 프로젝트에 독특한 가치를 더하고자 한다.

 

박찬울의 이런 접근법은 현대 음악 산업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제작 도구가 더욱 접근 가능해질수록, 인간적인 요소와 효과적인 소통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진다. 그는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이 그가 계속해서 성공적인 프로듀서로 활동할 수 있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나가며

 

박찬울과의 인터뷰는 {Golden Hour} 앨범 제작의 복잡한 과정과 현대 음악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했다. 표면적으로는 "아티스트가 먼저"라는 철학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완성도 높은 음악을 위해 때로는 과감한 프로듀싱 결정을 내리는 그의 전문가적 판단력이 돋보였다.

 

{Golden Hour}는 박찬울의 다양한 음악적 지식과 프로듀싱 기술이 없었다면 결코 만들어질 수 없었던 앨범이다. 기본적인 곡의 뼈대에 그가 불어넣은 풍부한 편곡과 세련된 사운드가 앨범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이 앨범을 통해 박찬울은 한국 인디신의 중요한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의 접근법이 특별한 이유는 전문적인 기술력 외에도 소통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사이의 효과적인 소통, 그리고 음악을 통한 리스너와의 소통 - 이 두 가지 모두를 중요시하는 그의 태도는 기술자일 뿐만 아니라, 음악 창작자로서의 깊은 면모를 보여준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찬울은 음악 제작의 본질에 대해 간결하지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사람이 중요해요. 결국 음악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요." 이 말은 그가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다루는 전문가이면서도, 결국 음악의 핵심은 인간의 감정과 소통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프로듀서임을 보여준다.

 

{Golden Hour}는 현재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으며, 자이는 4월 중 전국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자세한 소식은 https://litt.ly/golden_hou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사진 | 황경하